저는 어제 점심시간 후에 새로 발령받은 우리 구청 세무과로 갔습니다.
저의 상관이신 기획감사실장님과 담당주사님 그리고 몇몇 동료직원이 함께 갔지요.
종이쪽지 한 장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하는 가련한 말단 직원입장이지만,
여러분들이 저의 새로운 부임지까지 함께 하여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우리 대전 중구청은 대흥동에 길건너에 충남도청과 마주보고 있지요.
대전시청이 둔산동으로 이사가기 전에는 시청건물이었어요.
기획감사실은 본관 3층에 있고,
저의 새 근무지인 세무과는 별관2층에 있어요.
본관과 별관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왕래가 좀 불편하죠.
최근 신축된 또다른 별관은 3층에서 본관과 연결된 통로로 다니기 좋은 데... (ㅠㅠㅠ)
그래서 천상 본관3층에서 세무과와 교통행정과가 있는 별관으로 가려면 1층으로 내려 왔다가 약100미터 정도 떨어진 별관으로 가서 다시 2층으로 올라가야 해요.
잘 모르는 민원인이나 주민들은 불편하시겠어요.
물론, 위치도가 있고 안내는 잘 해드린다지만요.
7월31일자 세무과 발령이지만, 어제 오전까지는 인수인계 하느라 바빠서 정식으로는
어제 오후시간에야 간 거였죠.
그런데, 제 사물(私物)을 보자기와 가방에 넣어 옮겨간 저는 세무과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전에 말씀드렸었지만, 지난 일요일(30일) 저녁 7시 무렵에 자신이 살고 있던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직원이 생전에 근무했던 바로 그 자리였으니...
그 직원 고(故) 박○○주사가 사용하던 책상에...
어차피 인사이동이 있어 업무직원이 바뀌게 된 거지만,
하필이면 제가 몇 일전 자살한 직원이 쓰던 그 자리에서 근무하게 된 건지...?
물론,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서 근무해야 할 거였는데...
제게 그 임무가 주어진 거죠.
이것도 제게 주어진 “십자가”라고 해야겠나요? (하하하)
다른 사람들은 업무 인수인계 주고받느라 바쁜데,
저는 업무 인수인계 해줘야 할 전임자가 하늘나라로 갔으니 더 슬펐죠. (ㅠㅠㅠ)
지난 봄에 불자님들과의 만남때 불교카페 카페지기 스님께서 선물로 주셨던 달마대사 그려있는 천가방을 아주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부서를 옮기면서 제 사물 담아 옮기는 데 좋더라구요.
잘 보관해뒀다 다음 인사발령 때도 써먹어야죠.
그 만남 때 천가방과 연꽃이 달려있는 차량용 악세사리도 선물로 주셨었는데,
제 차에는 우리 가톨릭신앙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묵주(=로사리오)”가 있기에
그 선물은 불교신자 직원에게 그때 바로 주었어요.
얼마 전에 보니 그 직원 차에 잘 달려 있던데...
안전운전을 기원하고 자신의 신앙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좋은 거죠.
어쨌거나, 저는 전임자가 이 세상에 없기에 그 직원이 남기고 간 문서와 자료를 들춰보며 업무파악을 해야 했어요.
사무실 책상에 제 사물을 정리해 놓으며 우선 고인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드렸죠.
비록, 짧은 인생을 가정불화라는 사사(私事)로운 이유의 자살로 마감하였지만,
불쌍한 영혼이 천국에서는 편안히 쉬기를 바랬어요.
우리가 하느님 은총과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소중한 존재로, 하나뿐인 생명을 갖고
이 시대를 생존해 있는 건데.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며 멋진 인생을 살도록 해야 할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있지만, 그래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마음으로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껏 최선을 다 해야죠.
어제 세무과에서 오후 근무를 마치고는 인근 음식점에서 송별식 겸 환영식 회식을 하였어요.
삼겹살과 쐬주로 인정을 나누었죠.
저는 7년전에 세무과에서 근무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으니 마치 친정집에 돌아온 기분
이었는데,
저는 전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형편이라 직원들도 대부분 잘 알아서 생소할 것 없는 데,
처음인 직원들이야 우선 업무파악과 사람 알기부터 바쁠거죠.
전에 근무했던 기획감사실에서도 저의 노력을 능력껏 잘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세무과에서도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애쓰겠어요.
어제밤에도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누리며 즐거웠지만,
오늘밤에는 기획감사실 송별식 겸 환영식이 있으니 알코올로 전신소독을 더해야죠. (ㅎㅎㅎ)
오늘은 8월 3일입니다.
사람이 한 곳에만 계속 있다보면 메너리즘에 빠지기 쉽다해요.
그러기에 분위기 쇄신을 위한 어떤 계기가 필요한거죠.
직장에선 인사이동이 있는 거고,
가정에서는 가구배치를 새로 한다던가 리모델링 같은 일도 하는 거구요.
님들도 새로운 결심하며 오늘을 지내보세요.
무더운 삼복더위가 연속이라 짜증이 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많다는데,
그래도 이 세상엔 좋은 사람이 훨씬 많아서 살만한 곳이죠.
오늘도 즐거운 일이 많아지시길 바랍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