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시호일 日日是好日
우리는 길일을 택해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사를 할 때에도 흉일를 피한다.
그리고 길일과 흉일을 가리기 위해 점쟁이에게 물어보러 가기도 한다. 이렇게
애써 길일를 택해 이사를 가다가 억수같은 비를 만나 낭패를 보기도 한다.
맑게 갠 날은 날대로 좋고, 궂은 날은 궂은 대로 좋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비가 와야 할 때도 있고 바람이 불어야 할 때도 있다.
오풍십우五風十雨라는 말도 있다.
닷새에 한 번쯤은 바람이 불고,
열흘에 한 번 쯤 비가 오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인생에서도 비 오는 날과 모진 바람이 부는 날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날들을 가려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살아가는 슬기가 있어야 한다.
모진 바람을 무릅쓰고 배를 젓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매일 매일이
즐거운 날이라는 말이 아니다. 매일매일을 고마운 날이라고 여기라는 것이다.
중국의 당나라때 운문종雲門宗을 일으킨 운문선사雲門禪師는
'일일시호일'이라는 말을 썼다. 그 어느 것에도 구애되지 않고 모든 잡념을 떨쳐버리
면 마음은 늘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며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 오늘을 사는 동안에는
어제를 되돌아보아서도 안 되며 내일로 일을 미루어서도 안 된다.운문선사는
'일일시호일'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여러 수행승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5일 이전의 자네는 묻지 않겠다.
15일 뒤에 얼마나 진보를 했는가를 보여다오."
이 말은 곧 '어제까지 의 일은 눈감아주겠다.
문제는 오늘 이후의 자네의 행동이 중요하다'라는 뜻이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