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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의 역사와 함께 한 승용 4WD의 대명사 Audi quattro
70년대 중반 아우디는 벤츠, BMW와 같은 고성능 차와 경쟁하기 위해 승용 4WD의 개발을 시작한다. 80년 선보인 풀타임 4WD 방식의 콰트로 컨셉트는 82년 80 콰트로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제2세대 콰트로는 센터 디퍼렌셜에 베벨기어 대신 토센 LSD를 써 차동제한 응답성을 높였다. 아우디는 88년 기함 V8의 등장과 함께 콰트로에 전자제어장비를 쓰기 시작했고 94년에는 전자제어식 LSD, 97년에는 ESP를 더했다
아우디의 가치는 세월의 먼지를 켜켜이 인 낡은 고서와 같다. 꾸밈없는 스타일과 앞바퀴굴림(FF) 방식에 대한 고집스러운 전통은 벤츠, BMW와 같은 독일 라이벌의 ‘고급화 노선’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 진가는 ‘기술을 통한 진보’로 얘기되는 경영철학처럼 튀지 않는 차체에 녹아든 기술혁신의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5기통과 5밸브, W12 엔진, 세로배치 엔진에 앞바퀴를 굴리는 FF 방식, 프로콘텐 안전 시스템, 양산형 알루미늄 보디, 에어로 다이내믹 개념의 도입 등 아우디 60여 년의 역사 속에는 언제나 혁신적인 실험정신이 가득했다. 여기에 1980년에 등장해 승용 4WD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콰트로’(quattro) 시스템을 아우디 기술의 핵심으로 꼽을 만하다.
고성능을 위한 4WD가 개발 컨셉트
아우디가 선보인 풀타임 4WD는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었다. 이미 1903년 파리 오토쇼에서 6기통 엔진에 4WD 구동계를 조합한 ‘스파이커 60HP 레이서’가 등장했다. 네덜란드 스파이커 형제가 개발한 60HP 레이서는 2단 트랜스퍼와 센터 디퍼렌셜을 갖추고 항상 네 바퀴를 굴리는 풀타임 4WD 차였지만 구조가 복잡해 몇 대 생산되지 않고 다음해 모습을 감추고 만다. 이밖에도 1900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개발한 4WD 승용차, 차체 앞뒤에 엔진을 얹어 네 바퀴를 함께 굴리는 알파의 비모토레 시작차, 66년 센터 디퍼렌셜로 앞뒤 출력을 37:63으로 나누는 젠센 FF가 있었지만 모두 양산까지 이어지지 못하거나 성공하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이후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누빈 ‘지프의 원조’ 윌리스 지프를 계기로 파트타임 4WD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평소에는 두 바퀴로 달리다가 필요할 때만 네 바퀴를 모두 굴리는 파트타임 4WD는 오직 오프로드나 눈길 등에서 큰 구동력을 얻기 위한 험로주파용 장비로 여겨졌다.
1930년대 독일 자동차산업의 재편성 시기에 등장한 아우토우니온(반더러·호르히·아우디·데카베 연합, 지금 아우디의 시조)은 2차대전 이후 경영이 크게 악화되어 56년 벤츠를 거쳐 65년에는 폴크스바겐에 흡수된다. 이 때부터 아우토우니온은 폴크스바겐 비틀과 시장간섭을 피하기 위해 고성능 차 생산에 집중하게 되고 72년 아우디80, 77년 5기통 엔진을 얹은 아우디100을 속속 선보였다. 하지만 70년대까지 2.0X 미만의 소형차에 주력해온 아우디가 벤츠나 BMW와 같은 고성능 차와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56년 데카베가 선보인 뭉가의 4WD 시스템이었다. 뭉가가 비포장도로가 많던 당시 독일 교통에 알맞은 다목적 네바퀴굴림 차였다면, 아우디는 속도제한 없는 아우토반에서도 라이벌에 뒤지지 않고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4WD 승용차를 꿈꿨다. 아우디는 이 고성능 승용차용 4WD 시스템의 컨셉트를 ‘콰트로’(이태리어로 4란 뜻)로 정하고 75년 개발을 시작해 5년 뒤인 1980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풀타임 4WD 방식의 ‘아우디 콰트로’를 처음 선보인다.
첫 등장과 성공적인 WRC 데뷔
아우디 콰트로는 소형차인 80 쿠페에 5기통 2천144cc 160마력 터보 엔진을 세로로 얹고 트랜스미션 바로 밑에 센터 디퍼렌셜을 달아 앞뒤 바퀴에 절반씩 힘을 나누어 전했다. 센터 디퍼렌셜에는 내구성이 높은 베벨 기어를 썼고 필요에 따라서는 스위치를 넣어 네 바퀴를 직결 상태로 연결할 수도 있었다. 온로드에서 항상 네 바퀴를 굴린다는 콰트로 컨셉트는 대성공이었다. 최고시속은 222km, 0→시속 100km 가속 7.2초는 동급 차가 넘볼 수 없는 고성능이었다. 네 바퀴에 같은 구동력을 전달해 앞바퀴 또는 뒷바퀴만 굴릴 때에 비해 타이어가 받는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고 가속과 코너링, 고속 안정성도 크게 좋아졌다. 베벨 기어식 센터 디퍼렌셜은 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워 차체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
다음해인 1981년, 아우디는 소형차 80에 5기통 2.2X 220마력 터보 엔진과 풀타임 4WD를 얹은 80 콰트로 경주차를 개발해 WRC에 도전한다. 드라이버 H. 미콜라가 운전한 WRC 콰트로는 시즌 제2전 스웨덴 랠리에서 첫승을 올린다. 80 콰트로는 산레모 랠리에서 M. 무톤에게 ‘WRC 첫 여성 드라이버 우승’이란 영광을 안기기도 했다. 아우디 콰트로의 전성기는 이듬해 시작된다. 82년 독일 메이커 최초의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그 다음해 무톤이 숏 휠베이스 버전인 ‘아우디 스포츠 콰트로’를 몰고 드라이버즈 챔피언에 오르면서 아우디는 WRC에 ‘4WD 혁명’을 불러온다. 84년에는 전 경기에 출전해 매뉴팩처러즈와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함께 거머쥐었다.
WRC에서의 성공은 머지않아 승용 4WD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아우디는 82년 소형 세단 80에 콰트로 시스템을 얹어 선보였고 200, 100, 90 등에도 콰트로 버전을 더해갔다. 아우디는 센터 디퍼렌셜에 비스커스 커플링을 쓴 새 4WD 시스템을 시도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응답성이 낮아 결국 실용화되지 않았다. 이 방식은 나중에 폴크스바겐의 4WD 시스템인 ‘싱크로’(syncro)로 발전하게 된다.
제2세대 콰트로는 86년에 등장했다. 아우디 80의 3세대 모델 데뷔 때 함께 선보인 새 콰트로는 이전 베벨식 대신 ‘토센 LSD’(Torsen Limited Slip Differential)라는 새로운 센터 디퍼렌셜을 썼다. 미국 글리슨사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토크 센싱’(torque sensing)의 줄임말로 웜 휠과 웜 기어, 스퍼 기어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지만 LSD(차동제한장치)의 응답성이 뛰어나고 컴팩트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토센 LSD는 가속할 때 토크를 앞뒤 50:50으로 나누고 앞과 뒤 어디서든 한 쪽 바퀴가 헛돌 때 반대쪽으로 더 많은 토크를 보내는 방식이다. 양쪽 바퀴의 토크가 조절되는 동안 최대 78%의 구동력이 회전수가 적은 바퀴(헛도는 반대쪽)로 전해지고, 이로써 한결 안정되고 안전한 코너링을 할 수 있다. 뒤 디퍼렌셜은 이전 모델과 같은 베벨 기어 조합. 수동식 잠금장치(디퍼렌셜 록)가 달려 출발 때 구동력을 앞바퀴에 집중할 수 있고 시속 25km 이상에서 록이 자동으로 풀렸다.
87년 새로운 90과 90 콰트로를 선보이며 콰트로 모델 라인업을 완성한 아우디는 그 해 사파리 랠리에 200 콰트로를 출전시켜 원투 피니시로 우승한다. 또 다음해인 88년에는 콰트로 레이싱의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미국 데뷔 첫해 트랜스 앰 시리즈에서 메이크스와 드라이버즈 양대 타이틀을 거머쥔 90 콰트로는 이듬해 한 단계 위의 IMSA-GTO 시리즈에 출전해 총 13전 중 8승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다. 전자제어기술 도입해 안전장비 역할
아우디는 88년 9월 프레스티지카 V8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콰트로 시스템의 진화를 시도한다. V8이 등장한 80년대 후반은 자동차 고성능화의 시대를 거쳐 첨단 안전장비의 전성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70년 전후 미국에서 상품화된 기계식 ABS는 78년 보쉬와 벤츠에 의해 전자제어식으로 발전했다. ABS에 이어 85년에는 볼보가 엔진과 터보차저를 제어해 달릴 때 바퀴의 슬립을 막는 TCS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V8에 쓰인 콰트로 시스템은 센터 디퍼렌셜에 앞뒤 토크 배분용 전자제어 유압 다판 클러치를 넣고 기계식 LSD(토센 LSD)를 쓴 리어 디퍼렌셜을 조합한 것이었다. 센터 디퍼렌셜은 엔진 출력을 앞뒤 0:100∼50:50으로 제어하고 뒤 디퍼렌셜은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최대 20:80까지 나눌 수 있었다. 이는 전자제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행안정성을 높이고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뒷바퀴의 구동력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V8 콰트로는 1990년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DTM)에 출전해 BMW, 벤츠 등 양산차 시장의 라이벌을 제치고 H. 스턱과 F. 비엘라에게 90, 91년 드라이버즈 챔피언 트로피를 안긴다. 하지만 높은 생산단가 때문에 결국 V8 이외의 양산 모델에는 쓰지 않았다.
91년 선보인 콰트로 스파이더와 아부스 컨셉트, 93년 ASF(Audi Space Frame)로 알루미늄 보디의 가능성을 엿보던 아우디는 94년 3월 양산 승용차로는 처음으로 100% 알루미늄 보디로 만든 프레스티지카 A8을 선보인다. A8의 데뷔와 함께 아우디 승용차의 이름은 A4(80), A6(100)과 같이 ‘A+숫자’의 조합으로 통일되었고 제4세대 콰트로 시스템도 함께 나온다. 4세대 콰트로는 센터 디퍼렌셜에 이전과 같은 기계적 구조의 토센 LSD를 쓰지만 뒤 디퍼렌셜에는 전자제어식 LSD(EDL)를 달았다. EDL은 바퀴에 달린 차속 센서로 양쪽 휠의 회전수를 모니터해 회전 차가 커지면 헛도는 바퀴에 제동을 걸어 좌우 구동력을 맞추는 방식이다. 덕분에 구동력이나 주행안정성을 확보하는 이전의 성격에서 위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적극적인 안전장비의 성격까지 더해갔다.
ESP 더한 제5세대 콰트로
90년대 중반 벤츠는 보쉬와 함께 ABS와 TCS 등의 전자제어장치에 언더 스티어와 오버 스티어를 감지하는 요 센서를 조합한 종합 차체제어 시스템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를 선보인다. ESP는 차체에 전해지는 요잉과 횡가속도, 브레이크 압, 휠 슬립 등을 센서로 감지한 뒤 엔진 출력과 네 바퀴에 전해지는 토크, 제동력을 제어한다. 아우디 ESP는 97년에 등장했고 이와 함께 콰트로는 지금의 제5세대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앞뒤 구동력은 여전히 토센 센터 디퍼렌셜이 50:50 비율로 나누고 EDL이 미끄러지는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다른 굴림 바퀴로 힘을 나누어준다. 여기에 ASR(Anti-Slip Regulation)이 연료분사를 조절해 모든 속도에서 휠 스핀을 억제하고, ABS 센서가 휠의 회전속도를 감지해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접지력을 높인다. 이런 모든 과정은 물론 ESP가 제어한다. 아우디 ESP는 벤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원래 안정성이 높은 풀타임 4WD와 어우러져 네 바퀴의 구동력까지 제어할 수 있었고 조종 및 안정성을 더욱 높였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97년 데뷔한 A6에 얹히기 시작했고 지금은 B세그먼트 소형차 A2를 뺀 A3에서 A8에 이르는 세단 라인업과 TT, 스포츠 버전인 S3∼S8까지 거의 모든 아우디 모델에 쓰인다. 지난 2000년 등장한 고급 SUV 올로드 콰트로에는 이전 풀타임 4WD에 수동 6단 트랜스미션용 로 기어를 더하기도 했다.
콰트로 시스템은 토센 디퍼렌셜을 통한 50:50의 토크 배분과 ESP가 기본. 하지만 A3 1.8T 콰트로와 S3는 평소에 앞바퀴를 굴리고 휠 슬립이 일어날 때 센터 디퍼렌셜의 다판식 클러치가 앞뒤 휠의 구동력을 나누는 변형된 방식을 쓴다. 아우디와 같은 그룹 내의 폴크스바겐은 콰트로 시스템을 받아들여 ‘4모션’이라는 이름의 풀타임 4WD를 보라, 골프, 파사트 등에 쓰고 있다.
콰트로, 그 믿음직한 달리기에 대하여
지난 5월 17일 ‘2002 아우디 콰트로 드라이브 체험’이 열린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5km 길이의 범용시험장에는 A4 3.0, A6 2.4와 2.8, A8 2.8 등 국내에 수입된 모든 콰트로 모델이 기자의 거친 손놀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콰트로 존에 들어선 기자는 A4 3.0의 운전석에 올랐다. 콰트로 존은 트랙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러버콘을 피해 달리는 슬라럼 테스트다. 시속 40km로 첫 러버콘을 통과한 뒤 4∼5개를 돌아나가는 동안 A4 3.0 콰트로는 머릿속에 그려둔 동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두 번째 슬라럼 코스에 이르렀을 때 속도계 바늘은 시속 60km를 가리켰다. 같은 거리 안에서 차가 움직여야 할 시간은 크게 줄었고 급한 스티어링 휠 조작으로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A4의 몸놀림은 이전 코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 바퀴는 끈끈하게 도로를 움켜쥐고 길이 4.6m의 작지 않은 차체는 언더나 오버 스티어 현상 없이 러버콘을 가뿐하게 빠져나간다. 두 번째 시도. A4의 안정된 움직임은 ‘좀더! 좀더!’를 외치며 속도를 높여가길 보챈다. 시속 70∼80km를 오르내리는 순간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체가 코너링 라인 밖으로 밀려나간다. 하지만 위기는 순간일 뿐, 네 바퀴로 각각의 알맞은 구동력이 전해져 A4의 작은 몸은 이내 자세를 바로잡는다.
quattro history
1980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아우디 콰트로 컨셉트 발표
1982년 아우디 80 콰트로 양산. 베벨기어식 센터 디퍼렌셜
쓴 제1세대 콰트로 시스템
1983년 숏 휠베이스 버전 아우디 스포츠 콰트로 발표
1986년 제3세대 아우디 80 등장. 프로콘텐 안전시스템 개발.
센터 디퍼렌셜에 토센 LSD 얹은 제2세대 콰트로 시작
1987년 V8 3.6X DOHC 32밸브 250마력 엔진 얹은 기함 V8 등장. 제3세대 콰트로 시작
199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미드십 4WD 스포츠카 아우디 콰트로 스파이더 발표
1994년 100% 알루미늄 섀시로 만든 A8 데뷔. 디퍼렌셜에 EDL 쓴 제4세대 콰트로 등장
1997년 아우디 100 후속 모델 A6 데뷔. 풀타임 4WD에 ESP 함께 쓴 제5세대 콰트로 등장
2000년 콰트로 시스템 얹은 고급 SUV 올로드 콰트로 데뷔
글·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