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서울 막내 아우네에서...
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그믐날
어제 늦은 오후 산골집을 출발하여 저녁무렵
서울에 도착했다. 지난 9월 초순 잠시 결혼식
참석하러 다녀간 이후 근 한달만이다. 이제는
여러가지로 불편하여 자동차를 터미널 부근에
두고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서울에 온다. 아주
편하고 좋다. 버스에서 바깥 경치도 감상하고
책을 읽는 것도 모처럼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이라서 너무 좋다. 다만 이제는 시력이 예전
같잖아 오래 할 수가 없어 쉬엄쉬엄 보곤한다.
서울에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이번에는 즐거운
여정이라 기쁜 마음으로 왔다.
오랫동안 삶터였던 서울이지만 이젠 올때마다
낯설다는 느낌이 든다. 환경의 지배를 받아서
그런 것이겠지 싶다. 이 세상 생명체들 중에서
우리네 인간이 가장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을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현상은
촌부의 경험상 분명 틀림없는 것이라 여겨진다.
무려 33년이란 세월동안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직장생활도 했지만 산골로 삶터를 옮겨
만 23년을 살다보니 이젠 정말 서울이 낯설다.
이제는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서울에는 못살것
같다. 서울이 좋다고 서울로 향하는 사람들에겐
촌부의 생각이 우습다고 하겠지?
서울에 오면 하룻밤 묵고 갈 데가 있어 다행이다.
연희동에 띠동갑 막둥이 여동생이 있어 그렇다.
아내는 모처럼 아우네 가는데 챙겨갈 것 있으면
빠뜨리지 말고 챙기라고 했다. 산골에서 챙겨 갈
것이 뭐 있겠는가? 손수 기른 푸성귀가 고작...
그래도 큰오라비라고 있는 것 없는 것 챙겨봤다.
마치 딸내미집에 가는 아버지 마음처럼 말이다.
고구마, 고구마순, 청양고추, 밭에서 어린 배추도
몇 포기 뽑아 다듬어 담았다. 며칠전 늙은호박과
몇 종류 채소는 택배로 보냈기에 들고가기 좋을
만큼만 천으로 만든 좀 튼튼한 쇼핑백에 담았다.
이런 것이라도 가져다 줄 수가 있음이라 그나마
다행이고 좋다는 아내는 빙그레 웃으며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동안 띠동갑 막내는 우리 집안의 모든 일들을
척척 잘 해냈다. 부모님 생전에는 강원도 산골에
사는 큰오라비 대신에 수시로 집에 들락거리며
보살폈다. 같은 집에 산 것은 아니지만 모셨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부모님이 작고하신 이후에는
우리 부부에게 "엄마, 아빠 안계시니 이제는 언니,
오빠가 부모님 맞잡이 아인가베?"라며 참 잘한다.
심성이 너무 착한 매제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에
올라오면 거의 매번 둘이 나가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씩 나누곤 한다. 매제는 자주 못만나는 것이
아쉽다며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이따금씩 올라와서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며칠 쉬었다가라고 한다.
말만 들어도 너무 고맙다. 그 말을 들으며 막내네
음식점이 연희동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해 지금도
잘 되고 있지만 더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서울은 비가 내리는군요.
감사합니다.^^
메밀 좋아하는데
날잡아서 한번 가봐야겠어요
오늘도 즐겁고 행복 가득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그러시군요.
평창동에서 그리 멀지않지요.
먹을 만 합니다.ㅎㅎ
지금 행사장으로 가는 중인데
근정님댁 부근 평창동을 지납니다.
오랫동안 살았던 세검정(부암동, 홍지동)이라 감회가 새롭군요.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