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무역의 날에서 울산 지역 기업들이 48개의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불확실성이 컸던 상황에서도 울산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견조하게 살아났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자동차·조선·부품·소재 등 울산의 전통 주력 산업군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울산에서는 현대스틸파이프가 3억불탑을 수상했고, 에코캡·동아기업·엔비티에스·한세 등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7천만불탑에서 1천만불탑까지 고르게 이름을 올렸다. 수출의 탑 증가세는 기업 개별 경쟁력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반증한다. 수출 저점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울산 제조업 기반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무역유공자 포상에서도 울산 기업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현대스틸파이프 채봉석 대표의 철탑산업훈장, 오엠텍·멕스플렉스·HD현대미포조선 등의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지역 기업들의 기술력과 수출 기여도가 국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수상에 그치지 않고 울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지표다.
또한 서비스 수출 분야에서 화인씨앤엠이 엔지니어링 부문 서비스탑을 수상한 것은 울산 산업 구조의 변화 방향을 보여준다. 제조업 중심 구조에 머물던 울산에서 서비스 수출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산업 다각화의 초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서비스·기술 기반 수출이 확대되면 울산 경제는 외부 충격에 더 탄력적인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회복세가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뒤따른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울산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부품·소재 고도화, 친환경 공정 전환, AI 기반 스마트 제조 등 구조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둘째,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금융·물류·인증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회복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확장성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한 수출 성장 기반이 마련된다. 셋째, 서비스 수출 분야 성장세를 산업 다각화 전략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구조 변화는 제조와 서비스의 경계를 점점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밝힌 “AI 수도 도약”과 친기업 정책 기조는 이러한 변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도시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수출 규모가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울산의 기업들이 다시 세계 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산업 전환과 수출 기반 고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의 성과가 울산 제조업의 단기 반등으로 머무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