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네요.
비가 내리면 님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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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쓰려다가 깜빡한 내용 보충합니다.
최근 데카에서 프리드리히 굴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전집이 염가에 출반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지르세요.
12CD가 그것도 굴다의 음반이 단돈 29700원에 풀렸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굴다의 명연입니다.
아무리 CD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습니다. @.@
요즘 밤마다 한장씩 듣고 있는데요.
더할나위 없이 좋네요.
눈물이 아롱아롱 맺힙니다.
이 음반 듣느라고 친구들과의 술마시는 것도 싫고
가끔은 데이트 나가는 것도 싫습니다..
클래식에 문외한이고
그냥 책읽을때 크래식 FM 맟추어 놓고 한귀로 흘리는 편이지만
추천하고 싶네요.
지르시면 후회 없으실 겁니다.
정말정말정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G111보다 더 좋고
먼저뻔 카라얀 심포니 에디선에 버금가는 것 같습니다.
지름신 영접 -> http://www.yes24.com/24/goods/194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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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11년만에 최승자님의 신작 시집이 나왔습니다.
'쓸쓸해서 머나먼'
제목을 보며 생각한게
찾아가려는 곳이
쓸쓸해서 머나먼 곳에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존재하는 곳이
타자로 부터 쓸쓸하고 머나먼 곳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둘다이겠지요.
아마도 그곳은
모래바람이 불고
육신이 썩지 않아
화석조차 될수 없는
천형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튼 최승자의 시를 읽으면
마음보다는 몸이 먼저 아픈 반응을해서
차마 고개를 돌리게 되는게 있는데요.
이번 신작시집은
몸을 후벼파는 듯한 그런 날카롭움에
성숙함이 더해 졌다는 소문이네요.
진작에 찾아 읽어보려 했지만
이상스레 손이 안가더라구요.
이미 읽으신 분들 손들어 주시고
그 소감을 짧게 전해 주시면
이 사람 감사하게 넙죽 받아 먹겠습니다.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내 詩밭은 황폐했었다
너무 짙은 어둠, 너무 굳어버린 어둠
이젠 좀 느리고 하늘거리는 포오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에서 알라딘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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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두편의 영화를 봤네요.
한편은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화려하게 데뒤한
장훈 감독의 두번째 작품 '의형제'이고
다른 한편은 완소남 구스 반 산트의 게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밀크'라는 작품이었습니다.
피곤 때문이지 두편다 보면서 졸았습니다. 켁 ㅜㅜ
짧은 감상을 말씀드리면
장훈의 두번째 작품은
데뷔작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는 영화다'가 워낙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탓이 크겠죠.
'영화는 영화다'의 경우
두 멋진 남자가 역상으로 서로를 비추는 버디무비였고
영화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자기 반영적인 영화에 대한 영화였지요.
기본적으로 자기 성찰적이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형제'는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더군요.
물론 전작처럼 두면의 남자가 등장하고
마찮가지로 서로는 서로를 거꾸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송강호는 안기부 소속의 요원이고
강동원은 북파 간첩입니다.
송강호는 대간첩 작전에 실패해서
안기부에서 짤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잡으러 다니는
홍신소를 운영하고
강동원은 북한 지령을 수행하던 중
반역자로 오인받고 북한으로부터 버림받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둘다 국가 기관으로부터 내던져진 경우랄 수 있겠지요.
다만 차이라면 마치 전작에서 소지섭이 그러했듯이
강동원은 현실에 발을 딛고 산다는 느낌보다는
현실과 현실저편의 경계에서 마치 유령처럼 살아 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즉각적으로 떠오른 작품은
박찬욱의 '공동 경비구역 JSA'와 강제규의 '쉬리'였습니다.
고정간첩과 그를 쫒는 이야기라는 면에서는 '쉬리'를 닮았고
남북한 간의 불가능한 우정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면에서는 'JSA'를 닮았고 그러네요.
그러나 '의형제'는 '쉬리'처럼 센세이션하지 못하고
'JSA'처럼 유장하며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뭔가 시대착오적인 느낌마져 불러일으켰고
그 앤딩은 어쩐지 잘못 이어붙인 쇼트라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네요.
송강호는 메너리즘의 연기를 보였지만
강동원은 그 자체가 오브제로 선방한 느낌도 듭니다.
강동원 팬이라면 굳이 한번 봐줄만 하네요.
어떤 영화에서나 모델처럼 서있기만했던 강동원이 연기 비스므리한 것을 합니다.
구스반 산트의 '밀크'는 상반기 기대작중에 하나였는데요.
보다가 졸았네요. 어찌 그럴수가 있는지.. ㅜㅜ
약 절반 가량만 보고 졸아 버렸지만
소문대로 숀팬이(이 남자 완전 좋습니다)
미국 최초의 게이 정치인 밀크의 역활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구스반 산트는
독립적인 자본으로 작은 영화를 찍을 때
엄청난 작품을 뽑아 내지만 ( 마라노체, 게리,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 그리고 최근 파라노이드 파크까지..)
헐리웃으로 들어가 메인스트림에서 영화를 찍을 때
기이할 정도로 영화가 평범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굿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트..)
이번 영화 '밀크'는 헐리웃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듯 하지만
대중적 화법과 자신의 화법 사이에서 적정선에서 화해한 느낌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치고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호감이 갔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미국의 문제적 정치인 '밀크'를 역사적으로 조명한다는 느낌보다는
게이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밀크'라는 역사적 인물에 투영하여
그의(기서는 구스반 산트 자신과 자신이 다룬 밀크라는 인물 둘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저는 오프닝이 좋은 작품은 대체적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세개의 씬으로 이루어진 오프닝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역사적 사실로서의 경찰이 게이바를 급습하는 사진이 나열됩니다. (씬 1)
그리고 제목 타이틀이 뜨고 영화적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밀크가 식탁에 앉아 자신의 유언을 녹음하고 있습니다 (씬 2)
무엇보다도 죽여주는 세번째 씬에서는 아직 운동을 시작하지 않은
밀크가 자신의 마흔번째 생일을 앞두고
뉴욕의 지하도를 건너다가 자신의 평생의 동반자인 스캇을
우연히 만나서 꼬시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씬 3)
이 세개의 호흡이 씨실과 날실처럼 영화 전반에 자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언제나 인상적인 장면은 세번째, 개인적인 영역에서 밀크가 비쳐질 때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셋을 엮어내는 편집의 리듬이 참 좋았는데
그 시대의 공기를 불어 넣는
16미리 카메라로 찍혀진 센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의 풍경은
아름답고 신선한 감각을 자아냈습니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두가지 인데..
게이의 사랑 방식을 굳이 숨기지 않고 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며
(리안의 영화에서 게이 섹스가 실재적 외상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임)
역사적인 정치인으로서의 밀크의 비극과
개인 밀크의 희망이 나란히 공존하면서 영화가 기꺼이 현실로부터 희망을 놓치 안는다는 점..
그래서 전체적인 인상이 영화가 귀엽다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면(그래서 자꾸 벽장으로 숨으려고 한다면..)
그리고 숀팬의 팬이라면..
무엇보다 거스반 산트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번 봐줄만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성애자라도 손팬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스캇의 샤방샤방 미소에는 껌벅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하여 누군가 했더니
'스파이더맨'에서 고빌린의 아들로 등장했던 인물이더구만요.
이 영화에서 완전 사랑스럽습니다.

머..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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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좋네요.
이번주는 좀 쌀쌀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습니다만
마음에는 벌써 봄꽃이 만발합니다.
글을 급하게 쓴 통에 맞춤법이 틀리고 주술부가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용서해주시리라 생각하며
3월의 즐거운 첫주의 첫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예전에 책을 방출한 적이 있는데 최승자 시집을 두권인가 처분했었어요. 그녀의 시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시를 잃기 어려워했던 때이거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시는 가능한 피하는 중인데.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나 한참 후회한 적이 있네요.ㅋ / 영화감상글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아무튼 무척 반갑다는..^^
저는 설거지할 때 음악 틀어놓으면 정말 수월하게 끝내는데 음악이 없으면 하다말고 딴 짓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음악의 위대성을 실감하곤 하지요. 그럴 땐 내가 일을 하는게 아니라 음악이 주는 리듬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름신이 강림하여 굴다의 피아노연주가 저의 부엌에서도 흐를까요? 아마도.^^ 염치서생님의 권유가 하도 강렬하여 약간은 약장수 같다는ㅋ^^ / 밀크 요즘 상영하는군요. 굴다와 영화정보 감사합니다.
맥주에 오징어를 씹고 있습니다. 뭔가 먼지가 가득 차인 기분이어서 씻어 내려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습니다. 계산하고 나니 똑같은 맥주와 똑같은 오징어를 들고 있는 청년이 보입니다. 저 녀석은 또 왜 이 저녁에 맥주를 마시려고 하나... 생각했습니다. 나도 모르는 것 같은 것 하나는 겨울에서 봄을 건너는게 이게 좀 힘들 수 있다는 겁니다. '어디 자빠져 있다가 오는 봄'이 좀 거룩하게 오시지 않고 뒤뚱뒤뚱 갈지자로 오나 봅니다. 여름밤에는 어디 깊은 산 호수 속으로 활주하는 별들의 무리를 보고 싶어집니다. 해서 별 하나와 내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깊은 곳으로부터 느끼는 하룻밤이였으면 좋겠습니다.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비지스의 할리데이가 흐르는 것도 괜찮을 테지요. 그리고 새벽의 으스름을 대하고 나를 채찍하는 것도 괜찮을 테지요. 또 아침이 오면 새가 명랑하고 초롱하게 울면 그 소리에 아침을 느끼는 것도 괜찮을 테지요. 아침 물안개가 나를 조금 더 사랑할 것이며 이윽고 저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마음을 먹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름밤은 그대로 나를 아름답게 할 것이구요. 세상엔 나를 참 아름답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행복하소서^^
최승자씨의 사진을 보니 시집이 읽고 싶습니다. 아마 쓸쓸해서 머나먼은 '내안의 타자'의 영역이나 그 지점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내가 아니라 내 안의 다른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면 반갑기도 해요.
'아마도 그곳은
모래바람이 불고
육신이 썩지 않아
화석조차 될수 없는
천형의 공간'
에 그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리워집니다.
같은 이야기의 다른 판본..
내가 다가가려고 하는 사람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에 어딘가에 잠겨 있고
나라는 존재 역시도 타자의 내면에 깊숙이 유폐되어 것이라면요..
우리는 그 사람, 그리고 그 타자 안에서 숨직이고 있는 나를 만지기 위해
점근선을 그리며 부단하게 다가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0에 가깝게 다가가지만 접속하지 못하는 그 관계는
과연 슬픈 걸지.. 쓸쓸한 걸지.. 혹은 행복한 걸지.. 알도리가 없네요..
나는.. 다만..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할 따름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ㅋ
밀크는 구스반 산트 자신 내면의 외침같아서 더 절절한 느낌이 들었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감독은 관객에게 참 무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애써 목청 높이거나 강요하지 않는 그 느긋함이 전 참 편안하고 좋아요. 어깨에 힘을 뺀 느낌. 숀펜의 연기 감동했습니다. 스캇의 샤방보다도 더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전 동성애의 정신적인 끌림은 이해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들의 성적관계는 조금 불편하고 당혹스럽다는. 하물며 이성애의 진한 장면도 어떨 땐 거북스러운데. 이거야. 모. ㅎㅎ 조금 충격스러웠습니다. //의형제는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전혀 새롭지 않았으나. 강동원의 그 얼굴 몸매 보는 것만으로 완전 행복. 내겐
주지훈을 대체할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