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운악산을 갔다. 해마다 어느 산을 갈까 지도를 들여다 보며 틈만 나면 산행 계획을 짜는 게 낙이다. 올 가을도 가고 싶은 산을 콕 집어서 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운악산이다.
가기로 표시했던 산이 때론 다른 산으로 대체 되기도 하나 거리나 난이도 때문에 함께 가는 사람 배려 차원에서 바뀔 뿐이지 그 산이 싫어서가 아니다.
꿩 대신 닭이기도, 닭 대신 꿩이기도 하다.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산꾼들이 점점 줄어 들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마 오를 수 있는 동무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나이를 먹으면 식성도 변하고 취향도 바뀐다지만 아직까지는 산에 대한 미련이 가장 크다.
중독도 가지가지라서 섹스, 마약, 도박, 담배, 알콜, 심지어 운동이나 낚시까지,, 다른 중독은 경험하질 않아 모르겠고 나의 유일한 중독은 등산이다.
그럼에도 못 가본 산이 많아 좀더 다리 싱싱할 때 더 많은 산을 다닐 걸 하는 후회가 밀려 오지만 그래 봤자 아쉬움만 남을 뿐이니 그저 여력이 되는 산 묵묵히 오르기로 했다.
원래는 네 명이 가기로 했는데 한 명이 빠져서 세 명이 출발했다. 50대 후반 한 명, 60대 초반 하나, 60대 중반 하나, 공교롭게도 세 명이 네 살 터울이다.
오른쪽 길로 접어 들어 눈썹바위 방향으로 오른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정상에 올라 원을 그리는 원점회귀 등산이다.
출렁다리는 정상에 오른 후 하산길에 건너기로 하고 내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날 오른 운악산 능선이 저 앞에서 어서 오라고 반긴다.
바위 하나를 만났다. 호롱불 바위처럼 보이기도 남근바위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내가 지은 비공식 이름이다.
내가 남근바위라 했더니 일행 하나가 어라? 해바라기 시술을 했네 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
눈썹바위다. 이것은 공식적인 이름이다. 바위 아래는 전설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다.
옛날에 한 총각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선녀의 치마를 훔쳐 결혼을 하려 했으나 돌아오겠다며 하늘로 올라간 선녀를 기다리다가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눈썹바위를 지나면서 등산길이 조금 가팔라진다.
그럼에도 등산로에는 고운 단풍길이 이어져서 힘든 것을 잊게 한다.
저 멀리서 운악산 정상이 기다리고 있다.
네 살 많은 선배가 이어지는 험한 바위길을 맨 앞에 서서 잘도 올라갔다.
정상을 1킬로쯤 남기고, 이정표 주변은 벌써 낙엽이 가득하다.
드디어 만경대와 병풍바위가 펼쳐진다.
병풍바위를 옆에 끼고 정상으로 가는 길에도 단풍색은 계속 이어지고,,
운악산의 상징인 미륵바위다. 신비롭고 웅장한 미륵바위가 멀리서 보면 마치 삼형제 바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쉬움에 돌아 보니 미륵바위가 잘 가라며 배웅을 했다.
저 바위는 내가 없던 천년 전에도 여기 있었듯이 내가 없을 백년 후에도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늠름한 소나무 그늘 아래서 미륵바위를 내려다 보며 잠시 휴식을 가졌다. 시루떡과 커피 맛이 눈물 나게 황홀했다.
다소 빡센 바위길이지만 발판과 손잡이가 있어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정상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 가평의 명산들이 줄지어 보인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예전에 없던 다리가 생겼다. 이 다리 덕에 오르기가 훨씬 수월했다.
드디어 정상인 동봉이다. 2시간 20분쯤 걸렸다. 내친 김에 5분 거리인 서봉까지 올랐다.
표지석을 보면 동봉은 가평군, 서봉은 포천시란다. 동봉이 937M, 서봉이 935M라고 한다.
2M 차이인데 동봉에서 보면 서봉이 높은 것 같고 서봉에서 보면 동봉이 높은 것 같고 그랬다. 하긴 우리네 인생 또한 많은 것에서 그러지 않던가.
동봉과 서봉 사이 단풍나무 그늘 아래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현등사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남근바위다. 시골 노인들은 지금도 원초적이면서 순수한 명칭인 좆바위라고 부른단다.
갈림길인 절고개다. 현등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현등사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코끼리바위가 나온다. 진짜 코끼리처럼 생겼다.
하산길에도 고운 단풍들이 즐비하다. 단풍나무들이 아쉽다며 인사를 했다. 내년에도 여전히 단풍잎을 매달고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아담한 절 현등사다. 방문객이 별로 많지 않아 가을빛에 잠긴 절이 더욱 고즈넉했다.
현등사에서 내려와 출렁다리에 들렀다. 건너편 끄트머리가 올라갈 때 거친 등산로다.
하산 후 뒤풀이를 한 식당 마당 모퉁이에서 맨드라미가 줄을 서서 가을볕을 쬐고 있었다.
4시간 30분에 걸친 운악산 등산 끝,,^^
첫댓글 너무 이쁜 가을이 운악산 깊숙히들어왔군요
유현덕님은 최고의 보약을 드신거구요
저는 산에 언제 가 봤는지 까마득 합니다
운동도 한다고 한다고 하면서도
운동화신는것이 그렇게 힘드는지
겨우 숨쉬기만 ㅎ
보람찬휴일
축하드립니다~^^
ㅎ 진정성이 담긴 하경님의 댓글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 게시물 올리느라 휴일 3시간을 용을 쓰다가 이제서야 댓글 답니다.
휴일이라 그런가 PC가 속을 썩이네요. 이 페이지가 답을 하지 않습니다, 대기, 페이지 나가기, 새로 고침 등,, 전에 없던 갖가지 경험을 하게 하네요.
사진 올리면 텍스트가 사라지고, 텍스트 덧붙이면 사진이 날라 가고,, 행여 초반의 순서 뒤죽박죽 게시물을 보셨다면 다시 읽어야 할 겁니다.^^
단풍 사진으로 하경님도 위안 받으시길요.ㅎ
운악산의 가을 단풍이 예쁘게 물든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산행
잘하고 오셨네요
산행을 하시는분들 보면
체력이 대단하다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우님도 체력이 좋은걸로
보여집니다
덕분에 운악산 전경을 잘 보게
되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휴일 저녁시간 되세요
정담 선배님은 등산 아니어도 다른 것으로 카페 생활을 즐기시니 제가 대신 산행기로 톡수방을 물들였습니다.
사진 보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한다면 다행으로 여기겠습니다.ㅎ
시간도 돈도 없는 사람이라 헬스장 대신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것으로 체력 단련을 합니다. 눈도 가슴도 다리도 산한테 신세를 많이 진 몸이네요.
선배님도 고운 일요일 밤 되세요.ㅎ
운악산은 여러번 올랐던산인데 가을에 가면 정말 단풍과 더블어 아름다워요
병풍바위 한폭의 그림입니다
ㅎ 레지나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님이 진정한 산꿈임을 저는 압니다. 저번 산행 때 처음 뵈었으나 체력도 마음도 산을 사랑하는 분임을 인증했답니니다.
가끔 수요산행방 들어다 보면서 늘 입맛만 다시지요. 제가 일 때문에 주중에는 함산할 수 없지만 나중 함께 할 날을 기대합니다.
선배님이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산에 오르는 기쁨 만끽하시길 기원합니다.
운악산 정상은
오래전에 한번 올라가 봤고,
요즈음은 힘들어서
현등사까지만
올라 갔다 옵니다..
운악산의 가을풍경,
잘 보았습니다
스위트리님, 운악산은 현등사만 올라도 힐링이 되는 멋진 곳입니다. 현등사 또한 다소 가파른 길이라 오르는데 운동이 되기에 제가 적극 추천하는 곳이네요.
가을에도 좋지만 봄에 가면 경내에 있는 목련이 활짝 피어 반기지요.
스위트리님도 예전에 운악산을 오르셨다니 인생과 산의 참맛을 아는 분이십니다.ㅎ
언제나 좋은 날 되세요.
첨에는 북한강, 팔당이 보이는 수종사가 있는 산인가 했는데
그곳은 운길산이네요.
운악산. 구름과 바위인가요?
이름도 멋진 산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네요.
야외 활동 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많이 다니셔요.
글, 사진 잘 보았습니다.
ㅎ 린하님, 반갑네요.
전번 산행 때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답니다. 만날 때마다 느낀 것이 들꽃처럼 맑은 분이라 산과도 잘 어울리는 린하님지요.
운악산과 운길산은 같은 구름이 들어가 저도 가끔 헷갈리는 산이랍니다. 산세는 확연히 다르지요.
운길산이 엄마처럼 포근하다면 운악산은 아빠처럼 다소 거친 산이지요. 내내 건강하셔서 산행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유현덕님 너무 부러워요!
가을에는 산에 꼭 한번은
오를것이며 그 산에서 빨간 단풍을 보아야 하는 것임을...
시내 한복판 지하 소극장에서 연극 한편 감상 하는것으로 보내고 나니
이 가을, 장쾌한 운악산
단풍에 취해오신 현덕님이 완전 부럽습니다..
새빨간 단풍사진 한장
모셔 갑니다..^^
샤론님 반갑습니다.ㅎ
저는 연극을 보며 가을 정서를 곱게 가꾸는 샤론님이 부럽습니다. 교양이나 행복이 뭐 별거던가요. 가을 냄새 맡으며 좋은 음악 듣고 멋진 공연 보고 즐기면 그것이 전정한 소확행이겠지요.
남의 말씀처럼 어제 운악산 단풍에 취해 지금까지 저는 얼굴이 빨갛답니다. 우리집 앞 체육공원에도 단풍나무가 있지만 아직 물들 기미가 없으니 산에 가서 가을 안부를 물었지요.
샤론님, 단풍잎처럼 고운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ㅎ
@유현덕
현덕님
가평 운악산 오셨군요.
현리 상판리 들렀다
양양으로 왔어요
단풍이 울산바위쪽이
장관이네요
이틀정도 단풍과
친구하고 갈께요.
ㅎ 삼도봉 형이 가을을 제대로 즐기고 계시네요. 늦게 간 여름 탓에 설악산도 올해는 단풍이 더디 들어서 늦게까지 단풍이 남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마다 설악산 만큼은 빼먹지 않고 가겠노라고 했더랬는데 올해는 못갈 듯합니다. 제 몫까지 설악의 가을 만끽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울산바위 옆에 있는 포항바위한테도 안부 전해 주시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