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 안에는 두 개의 돌 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돌 판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올 때, 주님께서 그들과 계약을 맺으신 호렙에서 모세가 넣어 둔 것이다." (9)
이것은 계약궤 안에 오로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맺은 계약을 상징하는 두 돌판, 즉 십계명을 새긴 돌판들만이 들어 있었음을 뜻한다. 사실 계약궤라는 명칭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십계명이 새겨진 두 계약의 돌판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차원에서 계약궤는 이스라엘을 향하신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영원한 증거, 즉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19,5.6)는 약속의 증거로서, 이스라엘에게는 하느님 앞에서의 계약 준수 책임을 깨닫도록 하는 증표가 되었다.
신약의 히브리서 9장 4절에는 온통 금으로 입힌 계약궤 안에 "만나가 든 금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와 계약의 판들이 들어 있었습니다."라고 두 개의 돌판(계약의 판들)과 만나가 든 금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증거하고 있다.
그래서 열왕기 상권 8장 9절과 히브리서 9장 4절의 상충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몇 가지 견해가 있다.
우선 본래 계약궤 안에 '만나가 든 금항이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 그리고 계약의 두 돌판'이 들어 있었지만, 모세 시대 이후 엘리 사제 시절 필리스티아인들에게 전쟁에 져서 계약궤를 일시적으로 빼앗겼던 시절에(1사무4,3-11) '만나가 든 금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를 유실했던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가 있다.
또 다른 견해는 본래 계약궤에는 그것을 만든 목적과 부합하게 십계명 두 돌판만 들어 있었고 (탈출25,16; 40,20; 신명10,5), 만나가 든 금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는 '주님 앞에 두어' (탈출16,33) 즉 '증언판 앞에'(탈출16,34), '증언판 앞으로'(민수17,25) 있었을 뿐인데, 신약의 히브리서 저자가 정확한 고고학적 검증없이 해석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전자의 견해가 히브리서의 증거와 상충되지 않고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열왕기 상권 8장 9절의 '아무 것도 없었다'라는 표현 역시 그 전에는 그 무엇이 있었음을 전제하는 표현으로 볼 수가 있어 우세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님께서 그들과 계약을 맺으신 호렙에서 모세가 넣어둔 것이다.'
이것은 계약궤안에 보관된 두 돌판을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시기를 나타낸다. '계약을 맺으신'에 해당하는 '카라트'(karath)는 일차적으로 '자르다'(1역대19,4), '잘리다', '끊다'(1사무5,4)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계약과 관계될 때에는 '계약을 맺다'(예레34,8)라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
이것은 고대의 계약 체결 의식에서 계약의 당사자들이 가운데를 자른 제물 사이를 통과했던 것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이러한 계약 체결 의식을 거행했던 것은 계약을 어길 경우에 제물이 둘로 갈라진 것같이 그렇게 죽게 될 것이라는 계약 준수의 엄정한 결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당시의 계약은 단순한 약속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신뢰와 신의를 확인시키는 엄숙한 선언이었다(창세15,17~18; 예레34,18~22). 하느님께서는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키신 이후에 그들과 이렇게 엄정하고 엄숙한 계약을 체결하셨다(탈출24,1~8).
그리고 이러한 계약이 체결된 후에 이스라엘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 즉 계약의 산물이 열왕기 상권 8장 9절에서 강조되는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이었다(탈출24,12).
따라서 솔로몬의 성전에 계약의 두 돌판을 넣어 두었던 계약궤가 안치되었다는 것은 과거 모세를 통하여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계약이 변함없이 실행되고 있음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