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아마도 베네치아로 여행을 다녀왔던 모양이다. 거기서 ‘흐르는 물’을 보며 흘러간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것 같다. 흐르지 않는 것이 있을까. 모든 것은 흐른다. 아래로, 늙음 쪽으로, 병듦 쪽으로, 망각 쪽으로. 물도 흐르고 사람도 흐른다. 사람이 흐르므로 마음도 흐른다. 흐르지 않는 것의 목록은 없다. 부재의 방향으로 모든 것은 흐른다.
<중아함경>에서는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오로지 현재 일어난 것들을 관찰하라”고 가르쳤다. 흐른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또한 현재의 일을 집중해서 관찰할 때 우리는 마음의 평온을 찾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박라연 시인이 다른 시에서 노래한 것처럼, “세상의 이마에 꽃이라는 모자를 씌우며” 현재를, 순간순간을 광휘 속에서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