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양광모
십 년쯤, 이십 년쯤
오랜 세월이 탁류처럼 흐른 후에
너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비탄에 잠긴 목소리로 말하겠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도언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열등감 다루기 ▶투사동일화 |
<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가 주어진 하루 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정도언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확신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정도언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열등감 다루기 |
病床偶吟(병상우음) - 구상
1 병상에서 내다보이는 잿빛하늘이 저승처럼 멀고도 가깝다. 돌이켜 보아야 80을 눈앞에 둔 한평생 僧(승)도 俗(속)도 못 되고 마치 옛 便器(변기)에 앉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왔다. 이제 허둥대 보았자 부질없는 노릇... 어느 호스피스 여의사의 ‘걱정 마세요. 사람도 죽으면 마치 털벌레가 나비가 되듯 영혼의 날개를 펼칠 것이니까요’ 라는 말이 저으기 위안이 된다. 2 병실 창문으로 오직 보이는 저 하늘, 무한히 높고 넓고 깊은 그 속이나 아니면 그것도 너머 그 어딘가에 있을 영원의 동산엘 털벌레처럼 육신의 허물을 벗어놓고 영혼의 나비가 되어 찾아들 양이면 내가 그렇듯 믿고 바라고 기리던 그 님을 뵈옵게 됨은 물론이려니와 내가 그렇듯 그리고 보고지고 하던 어머니, 아버지, 형, 먼저 간 두 아들과 아내 또한 다정했던 벗과 이웃들을 만나서 반기고 기쁨을 나눌 것을 떠올리니 이승을 하직한다는 게 그닥 섭섭하지만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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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시 읽기
산후조리원에 입원해 있는 어미가 발이 퉁퉁 부었다면서
양말이 필요하다 하여 할매가 병원에 다녀왔다.
젖이 나오지 않아 한번에 7만원씩을 들여 젖몸살 풀어주는
처치를 받고 젖이 나오긴 하는데 그새 아기가 우유병 꼭지에
익숙해졌는지 젖을 빨지 않아 안타까워한다는 전갈이다.
5년 이상 애타게 갖은 조치를 하면서 어렵사리 얻은 딸이라서
사랑스럽기 그지없겠지만 그동안 레오 낳앗을 적의 기억들이
아물아물한지 초산 시절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1년 넘도록 산책을 즐기지 못해선지 해가 구름에 가리고 바람이
제법 선선한데도 아예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않고 컴퓨터 앞에
종일토록 앉아 시와 전자책을 읽었다.
정도언의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읽어갈수록 공감이 가는
내용이 적지 않기에 71%까지 읽었는데, 내일까지는 끝까지 읽고
새로 대출한 <조국 현상을 말한다>를 이어서 읽어 볼 계획이다.
(김용민이 저술한 이 책은 최근의 현대사를 깊이있게 안내해준다)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여 섭렵한 시에서 숱한 깨달음을 얻었으며
구독형 전자책에서 얻은 바도 대단하였기에 오늘 하루가 유난히
충만했다는 느낌이 밀려온다.
늙은 꽃 /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정도언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열등감 다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