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채보 능력이 생긴 동기는 참으로 웃긴답니다.
학창 시절 친구가 가지고 있는 기타로 흘러간 가요의 전주부분을 연주하고,
그 당시 유행하던 외국 음악을 카피해서 연주를 하곤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울며 헤진 부산항", "애수의 소야곡" 등의 트로트 음악의 전주 부분만 카피해서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고
파이프라인, 장고, 샹하이드 등을 카피해서 연주를 하였지요.
포지션은 친구가 연주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고 음은 외워서 연주를 하였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아직도 악보를 볼 줄 모릅니다.
읽을 줄을 모르는 것은 아니고 악보를 보면서 악기 연주가 불가능합니다.
일단 악보를 빠른 속도로 볼 수 없고 눈이 악기를 보지 않으면 악기 연주가 불가능합니다.
한 30여 년 전쯤에는 전자올갠을 구입하여 왼손은 코드를 잡고
오른손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을 즐긴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도 악보를 보면서 연주가 불가능해서 일단 노래를 외웁니다.
코드를 외우고 모든 음은 계명으로 읽어서 외웁니다.
그리고 기타 또는 건반 악기에서 "#"이나 "b"에 따른 각 조마다 음계 연습을 합니다.
이렇게 외워서 코드를 잡고 멜로디 연주를 하다 보니 나중에는
악보가 없어도 노래를 듣는 순간 장조, 단조가 구분 되고 현재 절대음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화음(코드)이 들리고 각종 음이 전부 계명으로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그 때 후배 하나가 찾아와서 자기도 올갠을 가르쳐 달라기에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전부 계명으로 외워서 연주하는 것뿐이라 청음 훈련을 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C코드를 들려주고 "도"음을 들려준 후 "도~시"까지 아무 음이나 들려준 후 알아맞히는 테스트를 해가면서 가르쳤더니 그 사부에 그 제자라고 어느 정도 지나니까 모든 노래를 외워서 연주하는 경지(?)에 이르더군요.
저는 손가락 장애로 연주가 엉성하지만 그 친구는 저보다 훨씬 연주를 잘합니다.
그리고 조옮김을 처음에는 몇 음인지 카운트 해가면서 했었는데 숙달이 되고 가족 코드를 알게 되니까 자동 조옮김이 가능해지고 배운 적도 없는 5도권을 알게 되더군요.
제가 그동안 터득 한 것을 후배에게 가르치다 보니 그게 5도권이더랍니다.
그러던 중 2018년도인가 쯤에 연예인들이 평양에 가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최진희 가수님이 고인이 된 "장덕"님의 "뒤늦은 후회"라는 곡을 김정일의 신청곡으로 부른 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뒤늦은 후회 악보를 찾는 분들이 많기에 처음으로 채보라는 것을 해보니 그럭저럭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배운 것이 없다보니 음악에 사용되는 기호 등 너무도 아는 것이 없어서 악보를 그리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검색으로 달세뇨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배워가면서 악보를 한 땀 한 땀 작성해가면서 조금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기존의 악보를 보고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도돌이표, 다카포, 달세뇨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배웠답니다.
지금도 2018년도쯤에 채보했던 악보를 보면 이음줄, 붙임줄을 구분 할 줄 몰라 이음줄이 필요한 곳에 붙임줄을 넣어 두 음을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수평으로 그려진 악보가 많이 있습니다.
이음줄이 필요한 곳에 붙임줄을 사용한 무식한 예제
제가 채보를 하면서 가장 부족한 점은 화성을 공부한 적이 없어 코드를 제대로 모르는 점입니다.
기본 코드에서 벗어나면 구별이 안 됩니다.
그래도 많이 듣다보니 코드의 색깔(?)로 구별이 가능한 코드도 꽤 있습니다.
예를 들면 sus4, m7-5, 6, 7, M7 등의 음색은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해지고
어떤 경우에 많이 사용되는지도 오로지 경험에 의해서 알게 되더군요.
아는 체 해봐야 결국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답니다.
제 방식으로 상대 음감을 발달시켜서 악기를 연주하고 악보를 그리다 보면
한 번도 못 들어본 노래도 악보를 보면 악보를 계명으로 읽으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음을 듣고 악보에 옮길 수 있으면 악보를 보면서 입으로 음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마치 하모니카를 부는 경우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크로매틱 하모니카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계명으로(숫자로) 외워서 연주를 하더군요.
아마도 하모니카를 많이 불면 상대 음감이 발달되고 채보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상대 음감으로 인하여 채보 능력이 생기긴 하였지만 아직도 악보를 책 읽듯이 읽을 수 없는 아악보맹이랍니다.
아마 평생 악보맹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합니다.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
청음 능력도 뛰어나신듯 합니다~
저는 마냥 부러울뿐이에요~~
덕분에 저희들이 늘 감사합니다~~
부럽습니다--
은근히 자랑하시는 것 같아 짜증~~^^
나는 아무리 해 볼라고 해도 안되는데
열정을 기지고 노력은 해보지만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안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님 요령이 없든지
근데 바부탱이님이 지금껏 말씀하신 것을
조금씩 하면서 잘 되는 것 있습니다.
위에 올리신 글도 제가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잘 되면 나도 자랑 좀 할게요~~ㅎ
제 입장에선 발전이 없어 고민입니다.
지금은 불지도 못하지만 크로매틱형 하모니카를 불어도 악보를 고정도법으로 읽으면서 연주를 해야되는데 무조건 이동도법밖에 안되니 난감합니다. 물론 하모니카도 스케일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어느 정도는 되겠지만 악보를 못보는 저로선 난감하답니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답니다.
그래도 대단하세요!
대단하고 신기합니다
음악을 전공하신것도 아닌데 이렇게 휼륭히 악보를 만드시는지...
덕분에 저는 오래된 옛날 노래 악보들을 많이 공유하게되어서 노래 갈증 해결에 도움이 엄청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잔꾀 덕분에 잃은 것이 더 많습니다.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