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여행을 하면서 하나의 기준을 정했다.
다른걸 몰라도 계절이 바뀔때마다 3개월에 한번씩 정기여행에
참가하기로 가족간에 대타협을 봤다.
차가 움직일때에는 한없이 편안한 마음과 자세일수 밖에 없는
나와 장군의 코고는 소리를 배경음악삼아 운전할 수밖에 없는
샛별간에 이루어진 타협의 결과 이번 30차여행에 무조건 참여
하기로 하고 단하나의 전제조건이 장군에게 주어졌다.
"차안에서 취침금지"
난생처음 조장이라는 직책을 부여받고 거금을 들여 코펠과 스노우체인
을 구입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던 중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리더니
이내 "일요일 아침7시까지 나온나"
"아니 이게 무슨소리고?"
남자들만의 어떤 모임에서 속칭 묻지마관광간다 카드만 그게 이번일요
일란 말인가!난 단호하게, 샛별이 들을수 있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난 안가"
대신 토요일 밤 모처에서 있었던 모임 두곳을 얼른 다녀오고(01:30경
귀가)
건강을 생각하여 오지에서는 약주를 조금만 먹겠노라고 굳은 다짐을
한후 12:00경 오지의 장군 드디어 강원도를 향하여 힘차게 출발.
일로 전진을 계속하여 오지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던차 휴대폰이 요란
하게 울리더니 꾀꼬리같은 여자의 음성(참고로 주인공은 세일러문)
"장군아 어젯밤 잘들어간나"
"으응그래"
대충 답하고 휴대폰을 놓자 마자 평소 자애롭기만 샛별님이 표정을
싹 바꾸어 정색을 하더니
"아니 방금 여자아이가? 뭐 어젯밤 잘들어갔느냐고. 바른대로 대"
"대한민국휴대폰은 도청장치를 해놓았나"
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한 장군은 이실직고를 하기로했다.
"에 그게... 어젯밤에 사실은 꼬들의 모임에 갔었어"
"뭐 아직도 그모임을 탈퇴않했어.어떻게 처신했기에 여자한테 전화
가 다 오는 가야."
이성문제에 관한한 티끌만큼도 의혹이 있을수없는 장군의 처신을
잘 알고 샛별인지라 더 이상의 추궁은 하지 않고
"부산에 도착하거든 내앞에서 탈퇴 해!"
그런데 장군의 아들 1,2가 입을 맞추어 합창하듯
"엄마!저희들이 아빠 인터넷모임 다 지워버릴께요"
"아니 이놈들이 장군의 아들 맞어?
기실 57년 닭들의 합창이라는 인터넷모임에 가입을 하고 금요일밤 정
모에 아내 몰래 참석을 하였는데 생각치도 않은 전화벨이 울리는 바
람에 들통이 나버린 것이다.
진즉부터 샛별은 인터넷모임은 오지여행빼고는 전부 탈퇴를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알았어. 꼬들의 모임은 부산가서 곧바로 탈퇴 할께"
그렇게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봄날은 간다"라는 피아노 주제곡
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던차,창준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장군님! 어디에요?" 에미역에 다 와간단다.
"응 나도 다 가와"
그로부터도 1시간이 넘게 포장길과 비포장길이 혼합된 산길을 달
린 후에야 장군의가족은 겨우 목적지에 도착 할수 있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 적당한 크기의 고만 고만
한 절벽과 그사이 하얀 잔설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파노라
마되어 이어지는 환상의 드라이브였다.
나무님과 이선주님 아쿠아님에 이어 당당히 4번째로 장군
이 강원도 평창의 오지 기탄마을에 입성을 한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억조식당에 여장을 풀었다.
0.토요일밤 이야기
같은 5조의 오후님에게 장군이 입성하기전 맛있는 저녁밥을 지어놓도록
포고령까지 발하였간만 오후를 포함한 5조의 그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바야흐로 장군에서 취사병으로 강등되는 순간이었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10인분짜리 코펠에 가지고간 쌀을 전부 씻어넣고
있던차 충성소리와 함께 길버트.오중렬님이 도착하였다.
오중렬님의 버너를 이용 한참동안이나 불을 땐다음 이윽고 코펠뚜껑을
열고 자신에 찬 모습으로 한주걱 턱하니 입에넣었는데...
“아니 이게 뭐야 아직도 생쌀이잖아.”쌀들은 제각각 따로 놀고 있었다
그리하여 쌀을 덜어내고 물을 좀붓고, 다시한번더 붓고 ,또 붓고...
그러는 사이 한손에 압력솥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그녀가 나타났다.
오후님이었다. 군령을 어긴 죄로 당장에 엄히 다스려야 했지만 장군은 그럴수
없었다. 대신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빨리 압력솥 내놔”
우린 밥을 펐다. 그밥을 다시 압력솥에 넣고 마지막으로 한번더 물을 부은
다음에야 우리5조는 마침내 맛있는 저녁밥을 준비할 수있었다.
그리고 새삼 우리는 깨닫게 되었다.
왜 전쟁터에는 장군뿐만아니라 취사병이 꼭 있어야 하는가를...
밥을 짓고 있는 사이 오지의 선남선녀들은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식사와 더불어 예의 그 술판이 질펀하게 벌어졌다.
오로지 장군에대한 충성심으로 가지고 왔다는 오후님의 충성주를 필두로
그날밤 선을 보인 주류는 다음과 같았다.
화랑,백세.설중매.로얄샬루트21년산.패스포트.천국.복분자.소주등.
그중에는 장군이 특별히 이름붙여준 비방의 술 기사회생주도 있었다.
혹자는 이렇게도 말하였다. “신선주”
또한 선을 보인 안주거리는 다음과 같았다.
가리비.열합.과메기.감자탕.멍게.간고등어.훈제연어.홍어등등.
그런데 어느새 왔는지 절대 그날밤 올 수 없는 한 인물이 와 있었다.
오지회칙을 위반하고 떡하니 서있는 그는 완전히 똥배짱이었다.
신청도 안하고 무조건 와 버렸다나.
그는 뇌물로 쓰려고 특별히 복분자주 1병을 들고 왔단다.
난 복분자라는 말에 더 이상 아무말도 안하기로 결심했다.
장군의 기개에 오점을 남긴 복분자주여!
엘로우,은님을 마지막으로 33명이 동강변에 진을 쳤다.(애들빼고)
술판이 벌어지는 한쪽에선 장작더미에 석유를 들이붓고 쏘시개를
집어 넣는 한무리의 애들과 어른들이 보였다.
그들이 한시간이 넘도록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물기 먹은 장작은
마침내 불타오르고 고구마가 연이어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졌다.
와중에 누군가 소리쳤다.
“내 오늘 가운데 방갈로는 찜해놓았다”
그는 HQN이었다.
그런데 무슨소리고?
말인진슥 방갈로3개가 있는데 그중 가운데 방갈로에서 동행한 마님과 동침을
해야겠다는 것이다.그것도 냉방에서 둘이서만 자겠다는 것이다.
그말을 듣는 순간 마눌인 샛별을 애애하게 바라보며 나도 외쳤다.
“첫번째 방갈로는 내꺼다”
그리고 복분자주 한잔을 더 먹은 다음 공평하게 샛별에게 한잔을 주었다.
이미 복분자주의 효능은 알고 있을터.
어느정도 술판이 익어갈 무렵 릿찌님의 주재하에 간단한 상견례가 있었다.
신참회원의 자기소개가 있었다.윤짱.여울.순정.도현욱.먼산바래기.써니의신랑.
그중에는 이방인도 있었다.자설의 인도인 친구 아룬.
그는 김치도잘먹고,감자탕도 잘먹고,키도 크고,잘생기고,롱다리고,맘씨 좋게 생겼고
거기다가 한술 더떠 돈도잘번대나... 자설! 통역잘해 줘!
밤은 깊어가고 하나둘 꿈나라로 사라지는데 울 샛별은 어데 갔노?
“아니 난 어떡하라고 여기서 잔대야.”
그녀는 황토방에서 길버트와 사이좋게 누워있었다.그 옆은 중렬님차지고.
그래도 내자리 하나는 비워놓았다.
난 냉방이라도 방갈로가 좋은데 정말 무심한 마눌이었다.
다들 취침을 하였건만 오직 두사람만은 밤을 잊은 그대들이었다.
긴긴밤을 하얗게 지세운 두사람 “윤짱과 자설”이었다.
잠을 잤으면서도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잠을 자러 갈 때 목격한 그모습 그대로 장군 기상시간인 6시까지 그들은
미동도 아니하고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렇게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0.일요일이야기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각조별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였는데 우리 5조는
집에서 담근 된장에 배추시래기를 적절히 혼합한 된장시래기국으로 간밤에
혹사당한 위장을 위로하였다.
그 이름은 불바라기라 하더라.
그는 아침 다이어트에 관한 한마디의 논평을 하였드랬는데 굶고 싶어서가 아니라
간밤에 심뽀 고약한 오지의 남과 여들이 술을 무기로 집중공략하는 바람에 위장이
뒤집어져 전혀 먹을 수가 없었노라고 그 책임을
맛있는 술을 조달한 이들에게 전가하였다 하더라.
결국 불바라기 일가족은 우리들이 문화유적을 답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등정하는 동안 살며시 일어나 포항으로 줄행랑을 치다가 아쿠아님에게 포착되어
고성리 고인돌앞에서 쪼그려 뛰기등 얼차려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아침을 간단히 때운 우리 오지 용사들은 2개 군단을 편성, 제1군단은
릿찌님 지휘하에 백운산 정상 등정을 목표로, 제2군단은 아쿠아피아님 지휘하에
고성리산성 점령을 목표로 하여 지프형구르마를 총동원 각자 분승한후
베이스캠프인 억조식당을 출발하였다.
1차로 동강 도강작전은 1,2군단 합동으로 실시하기로 하고 릿찌님의 지휘하에
운치리앞 줄배앞에 집결하였다.
개중에는 얼음도 얼지 않았으니 옷입은채로 수영을 하여건너자는 특공파도 있었으나
원래의 작전계획대로 줄배를 이용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도강하자는 의견이
우세하여 우리모두는 줄배에 몸을 실었다.
줄배란 강 이쪽과 저쪽을 와이어로 연결해놓고 다시 와이어에 배를 연결,
손으로 와이어를 잡아당기면 배가 따라오는 것으로 장군은 그이전 그와 같은
방법으로 도강을 해 본적은 결코 없었다.
도강에 무사히 성공한 우리들 중 1군단은 그대로 백운산정상을 향하여 전진하고
2군단은 되돌아와 고성리산성쪽으로 향하였다.이른바 양동작전이었다.
아쿠아님의 테라칸이 선두에 서고 오후님의 테라칸에는 장군의 일족이
염치좋게 조수석과 뒷좌석을 전세내어 타고 중렬님의 지프에는 길버트가
사이좋게 동승하여 곧바로 산성밑 무우밭까지 돌진하였다.
난 보았다. 길이건 길이 아니건간에 저돌적으로 돌파하는 지프구르마의 위력을.
더군다나 오후님의 테라칸은 출고된지 1주일밖에 안되었다는데
지휘자를 잘못난건지 차임자를 잘못만난건지 흙탕길도 마다하지 않고
일로 전진을하였으니 그 기개가 가상하였지만 오호 통재라!
여기에다 더해 장군을 위시한 가족모두가 황토가 몸에 좋은 줄은 알아 가지고
신발마다 듬뿍 황토를 발라 그대로 차를 타고 내렸으니 그 광경이 가히
짐작이 되고 남으리라.
오후님 송구하게 되었소이다.
차를 아니 탈수도 없고 어이 할수 없었으니 혜량하여 주시기를 ...
장군의 말대로 앞으로 한 1년쯤은 황토방 찜질은 아니해도 될상 싶으니
이 모두가 장군의 공으로 알고 세차비14.000원에 대하여는 이다음 여행시
오후님 먹고 싶은 것으로 대신 할까 하니 참고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차문제가 나왔으니 말인데 길버트!너 그럴수 있니?
샛별은 같은 여자라고 중렬님차 좌석에 앉치고 장군을 감히 짐짝 싣는
곳에 내팽치다니.
오후님을 본받아라.
황토칠갑을 하였어도 끝까지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자애로움과 넉넉함을 ...
우리는 구르마를 산성밑에 은페시켜놓고 산정상에 있는 산성을 이내 점령하였다.
아! 보라! 저 아름다운 광경을...
굽이쳐 흐르는 동강사이로 깍아지른 듯한 절벽.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운무.
거기에다 어느누가 일부러 찍어 바른듯한 잔설 무더기들.
한폭의 진경 산수화가 아니고 그 무었이랴!
꿈속에선들 생각나지 않으리오?
산성 정상에서 바라본 동강은 바로 무릉도원이었다.
얼싸안고 한 컷트 부여잡고 한 컷트.줄줄이 한 컷트.
그렇게 우리는 흔적을 남기고 못내 아쉬운 하산을 하였다.
가자! 동강변으로.
우리는 일렬로 줄을지어 동강자갈밭을 아무렇게나 달렸다.
환호성을 지르며 감탄을 연발하며...
세차게 흐르는 여울을 향해 물제비도 해보고 동그라니 자갈밭강가에 있는
쇠배에도 한번 올라가보고 새파란 강물에 곱디고운 손도 한번 넣어보고
우린 그렇게 어린아이들이 되어갔다.
아쉬움을 남기고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억조식당에 다다른 우리2군단은
만두떡라면등으로 간단히 요기와 더불어 이별주를 홀짝이고 난후
써니와 신랑은 먼저가고 나머지 용사들은 1군단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사이 강변으로 가보니 남자3명이서 몸장화를 입고 강물속으로
들어가 있는데 한 사람은 쪽대를 들고있고
한 사람은 지렛대를 들고있고 다른 한 사람은 고기담는 어망을
들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지렛대를
든사람이 지렛대를 이용 작은바위등을 들치면 숨어 있던 고기가 놀라
도망가는데 이때 쪽대를 든 사람이 밑에 쪽대를 대고 있다가 고기가
들어오면 쪽대를 들어올리는 방법으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1군단이 하산하여 다시 억조식당에 모이므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고 헤어졌다.
여느때처럼 샛별이 운전하고 장군은 두눈을 똑바로 뜨고 전방을 주시하였다.
그러나 난 어느순간인가 지엄한 샛별의 지시사항을 위반하고 있었다.
"차내에서 절대 취침금지"
그날밤 난 두무릎을 꿇고 정성을 다하여 샛별의 전신맛사지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다음부터는 절대 자지 않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