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24
월화..
용병 No.1, 뒷세계의 꽃이라고 불리던 인물..
너무나도 잔인하고 냉철한 성격에 그 누구도 따라갈수 없었던 싸움 실력.
오직 전투를 위해 태어난 시바여신처럼..
그녀의 전투를 목격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잔인하게 피 튀기는 상황속에서 차가운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시바 여신의 강림' 이였다고..
월화라는 이름은 누군가가 달 아래서 검은색 머리를 휘날리며 싸우는 그녀를 보고 칭한 이름이였다.
이름도,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뒷 세계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하나둘씩 그녀의 손에 쓰러져가는 조직들..
함정을 파고 기다려도, 비겁한 수를 써서 이기려고 해도 월화는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빠져나갔다.
월화라는 이름의 유래는..
달빛아래 피를 뒤집어쓰고 싸우는 그녀의 모습이 섬뜻하면서도 아름다웠던 탓도 있지만..
닿을수 없는 권력자를 칭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나이트 안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무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윤이 나이트에 들어서자마자 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남녀노소할것 없이 나이트를 우르르- 빠져나간다.
남자들의 거칠은 고함소리와 탁자 뒤집어지는 소리, 무언가 둔탁한 것이 부딛치는 소리등 정말 난장판이였다.
서로 얼키고 설켜 싸움을 벌이는 있는 상황.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한 여자.
긴 생머리에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목폴라를 입고 입술과 코언저리를 살짝 가리고 있는 여자.
월화.. 즉 서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그녀를 '월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서윤은 여유롭게 입에 물려 있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운동화 앞쪽으로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그녀는 한마리의 표범을 연상케하는 군더기 없는 몸놀림으로 싸움판에 끼어들어 화려한 실력을 내보였다.
퍽- 퍽- 쾅- 우당탕-
서윤의 손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무작정 주먹을 휘두른게 문제였을까..?
갑자기 뛰어든 서윤의 존재의 두 그룹은 크게 당황하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서로의 지원군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윤이 닥치는대로 가까이 있는 이를 쓰러트리자 그런 생각들이 바뀌었다.
두 그룹은 그녀가 동시의 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둘다 싸우는 것을 관두고 그녀에게 덤벼들었지만, 무슨 여자가 그리 싸움을 잘하는지 실력만큼은 그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았다.
1 : 다수의 상황이 어찌보면 소수가 굉장히 불리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서윤같은 실력자의 경우..
그녀를 공격할수 있는 범위가 4구역.. 많아봤자 6구역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이라면 특히 여러방면에 신경을 써야하지만 그리 꿀리는 상황은 아니였다.
게다가 서윤은 벽을 뒤로하고 싸우고 있기에 그녀가 공격받을수 있는 방향은 겨우 2 ~ 4곳,
헛점을 찌른다고 달려들지도 모르나, 그렇게 신중하고 노련한 실력자는 이곳에 없었다.
불행스럽게도 서윤을 상대할만한 이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져가는 남자들..
그리고 그 속에서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두르는 아름다운 여자..
진정한 월화는..어둠속에서 빛나보이는 것..
오랜만에 느껴지는 쾌감.
온몸을 휘감아오는 미지근한 피..
서윤은 입꼬리를 말아올리고는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흡사 방금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같았으며.. 그 편해보이는 얼굴은 천상에 강림한 여신을 보는 듯하였다.
"컥.."
털썩-
한남자가 쓰러짐으로 인해 홀안에는 서윤과.. 그리고 그녀를 사칭했던 여인만이 남았다.
입술에 튄 피를 살짝 햟는 붉은 혀.
다른 남자들이 보았더라면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들은 그런 것을 생각할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서윤은 여유로운 몸짓으로 담배하나를 입에 물었다.
오늘따라 담배가 절실하다.
오랜만에 몸을 풀어 조금 삐끄덕 거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역시 주먹에 착착 감겨오는 느낌은 여전하다.
오랫동안 쉬었다고는 하나.. 그녀는 월화..
한때 뒷세계를 평정했던 용병 월화임이 틀림없다.
치지직-
담배의 끝이 타들어간다.
"후-"
공중에 흩어지는 연기가 사람을 유혹하듯 하늘거리며 사라진다.
가느다란 손가락 마디 사이에 껴져 있는 얇은 담배.
서윤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명백한 도발 행위.
남을 깔보는 듯한 그녀의 태도는 일부로가 아닌 자연스럽게 몸에서 베어나오는 것이였다.
길들여지지 않은 고고한 맹수.
"내 이름은 말이지...... 빌려줄수 있는 물건이 아니거든..?"
"역시 월화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느다란.... 아직 앳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윤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보아하니 나이도 어린게 이 세계에 뛰어들었단 말인가?
뒷세계도 썩을대로 썩었군!"
"무시하지 말아요! 당신도 15살이라는 나이에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던가요?"
"아니? 10살이였다."
아무런 감흥없이 이야기 하는 서윤.
소녀는 분한듯 몸을 떨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자는.. 월화라고 칭송받는 여자는.. 자신이 이길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드러나는 실력차.
자신은 그가 붙여준 부하들을 이끌고 이곳을 습격해 어렵게 전투를 이어갔지만..
그녀는 단신의 몸으로 자신의 휘하의 부하들과 적들을 쓰러트렸다.
깔끔하고 군더기없는 행동.
날렵한 몸놀림.. 그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스피드.
작은 몸에서 나는 엄청난 파워..
소녀는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고 또 월화라는 용병을 깔보고 있었음도 어렴풋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마주하고 있는 이시점에 소녀는 그녀는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은 맹수 앞에 연약한 초식동물일 뿐..
아무것도 담지 않은 보랏빛 눈동자에 한순간 섬광이 비취는 것 같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것은 먹이를 사냥하는 맹수의 자세..
두려움이 소녀를 휘감는다.
분명히 자신있었는데.. 그녀를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는데..
월화라는 이름을 짓밟고 그 위에 올라설 자신이 있었는데..
"나는 너같은 젖비린내나는 땅꼬마를 상대할 생각은 없으니..
이만 물러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거다.
그리고 내 이름을 내 허락없이 빌리는 것은 여기까지. 더이상 내 이름을 빌리는 일이 없도록!
만약 그런 일이 다시 있을 시에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니까..
내 이름은 비싸.. 명심해."
"........"
"그럼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야겠지? 지금은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라."
서윤은 명백히 소녀를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었다.
약 18살 정도되는 체구에 소녀는 그녀의 말에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먹을 꽈악 움켜쥔 소녀는 손톱이 살이 파고들만큼 움켜쥐었지만 아픔을 느끼지는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소녀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그녀에게 덤벼든다면 손해를 보는 쪽은 오히려 소녀의 쪽이 였기 때문이다.
소녀는 이를 악물고 서윤을 처다보았다.
그리고 애써 태연한 얼굴을 꾸몄다.
"...민호오빠가 전하라더군요.
..'유희시간은 끝'이라구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소녀는 빠르게 서윤의 앞에서 사라졌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서윤은 큭- 하고 비릿 웃음을 터트렸다.
입에 물려있는 담배를 잠시 입술에서 땐 서윤은 낮게 중얼거렸다.
"유희라......."
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25
거울 앞에 선 서윤은 자신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어렸을 적에는 진한 검은색이였던 눈동자가 커가면서 보라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러시아인인 어머니의 영향..
서윤은 겉보기에는 그리 혼혈아같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큰 키와 서양적인 외모..
그리고 최근 들어 그 빛을 발하는 보라빛 눈동자.
예전에는 빛이 눈동자에 스치면 보라빛이 살짝 나더니.. 이제는 노골적이게 보라빛으로 변해갔다.
왜 지금에서야 눈동자 색이 바꼈는지는 서윤조차 몰랐지만..
자신의 슬픔이자 과거이고 버리고 싶은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머니를 닮아간다는 것은 조금 유쾌하지 못한 일이였다.
[죽어버려!! 죽어버려! 너 따위는 내 딸이 아냐!!]
[흐윽...흐윽.. 그를 대리고 와...그가 필요해..흡...........나는.. 그를 사랑해.........]
[너만 없었다면.. 그가 날 떠나지 않았을꺼야..!]
[미안하다....미안하다 서윤아......미안.....미안......못난 에미를 용서하렴..........]
서윤은 귓가 가까이서 속삭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기억은 추억일 뿐이다..
잊자..잊어버리자.... 기억할 필요없으니까..
서윤은 눈가를 손가락으로 매만지고는 거울을 지나쳐 2 - 13반으로 향했다.
요즘 부쩍 13반 수업을 서윤에게 맡기는 선생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맡아달라고 사정사정 하다가는..
서윤이 대수롭지 않게 수락하자 이제는 노골적으로 그녀를 13반 전용 선생으로 만들어놔버렸다.
결국에는 교감이 그녀에게 13반의 모든 수업을 들어갈것을 요구했다.
서윤은 양호실을 관리할수 없다며 거절하려고 했지만 양호실은 없어도 그만이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엔 서윤이 떠 안게 되었다.
(사실 13반 인간들이 치는 사고만 없으면 양호실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교실에 들어선 서윤은 시간표를 처다보았다.
너덜너덜 거려서 거의 떨어질듯한 시간표는 지금 시간이 '수학'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p75 펴도록."
서윤은 저번에 서점에 가서 산 참고서와 교과서를 펴며 말했다.
어찌되다 자신이 이렇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배웠던 것을 다시 공부하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하는가에 대해서 막막하기만 했던 서윤.
하지만 지금은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공부하는 그런 방법으로 아주 편하게 수업을 할수 있게 되었다.
서윤의 말에 아이들은 '우우우'하며 놀것을 요구했지만 투덜거리면서도 교과서를 편다.
사실 이런 13반의 모습은 굉장히 나아진 결과이다.
오직 은서윤. 그녀만이 그들을 온순한 양으로 만들수 있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스승과 제자의 신뢰감이 형성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쯔음..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하나에 하와이에서나 볼법한 파란색 바탕에 야자수가 그려져 있는 난방에 하얀 반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가 난대없이 교실로 진입했다.
한눈에 딱 보아도 '조폭'티를 내는 험상궂은 얼굴에 검은색 양복이라니..
정말 뒷골목 인간들은 쪽팔린(?)걸 아는 지 모르는지 저렇게 너무나도 인간적인 얼굴을 달고 칙칙한 검은색 양복을 입고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서윤은 난대없이 진입한 침입자 소동에 눈썹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쾅-
"여기 김동현새끼 있는거 아니께 후딱 나와-!!"
문을 발로 걷어차며 고래고래소리를 지르는 남자.
그 바람에 서윤의 눈을 피해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흠칫- 놀라 일어났다.
몇몇 아이들의 눈에는 약간의 공포감이.. 몇몇 아이들의 눈에는 짜증난다는 기색이 역력하게 보였다.
'김동현'이라는 말에 구석에 처박혀 있던 한 외소한 남자아이가 쭈삣거리며 일어난다.
괴물들의 모임이라고 불리우는 '13반'에 왜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 아이는 굉장히 외소하고 가냘퍼 보였다.
남자치고 작은 키에 깡마른 체격.
어두침침하게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굉장히 암울해보였다.
"제...제가 동현인데요....."
"니 애비새끼가 김종현맞나?"
"아........아버지 성함이 그렇게 되기는 하는데...."
"아어 씨발.
까고 말해서 니새끼 애비가 2천만원을 갖고 튀었는데 말이지."
"에..예...?"
남자의 말에 동현은 놀란듯한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아마도 처음있는 일이 아닌듯 보였다.
"저..저기..저희집은......"
"알어 알어 새꺄 니네집 돈없는거..
그래도 우리가 자선사업하는 회사도 아니고.. 니가 일해서 벌어야돼겄지 않써?"
"예...예?? 하..하지만 학교를.."
"퉷! 새끼 말많냐 짜샤! 학교다니면서 지금 2천만원을 어느 세월에 갚을껀데 엉? 우리가 거지한테 자선사업하는줄 알어??"
교실 바닥에 침을 딱 뱉더니 동현의 앞에 가서 그의 멱살을 잡는다.
그리고는 무슨 짐짝 끌고 가듯 질질 끌고 가버린다.
갑작스러운 등장과 퇴장에 아이들은 어리벙벙했다.
그가 나가고 웅성- 거리는 교실.
쾅-
"....지금..내 수업 방해한거 맞지?"
".....그...그런 것 같은데요.."
교탁을 발로 까고는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서윤.
그녀의 검은 오로라에 한 학생이 땀을 흘리며 답변한다.
".....애들 잠깨워준건 고마운데.. 이딴식으로 나오면.....못.참.지?"
몇일 사이에 골수까지 선생이 되어버린 서윤이였다.
.
.
.
"거기가는 개새끼님."
"엉?"
친구와 함께 사채업을 하고 있는 만수는 몇일 전 2천만원을 띠어먹고 지방으로 날라버린 xx놈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동현에게 마수를 뻗히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고등학생인 동현을 이렇게 다뤄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였지만..
아까 말했듯이 만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였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 바주고 살았다면 그는 여턔껏 사채업이라는 직종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비실한 꼬맹이를 건들여야하나 하고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하고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가는 만수의 귀에 들린 여자 목소리.
만수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가 있나 하고 보았지만 그곳에는 만수와 그의 똘마니밖에 없었다.
뭐 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가냘퍼보이는 미인하나가 그의 앞에 서있었다.
"아따 아가씨 날 불렀는가?"
"그럼 니네밖에 더있어?"
"...어메 새파랗게 젊은 것이 예의가 없구만?"
"하..?
남이 수업하는데 난대없이 처들어와서는 남의 학생 끌고가는건 예의있는 짓인가보지?"
"선생인감?"
"그래."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 같은디 말이제.
이 세상에는 봐도 모른척해야할게 있고 못봐도 아는 척 해야할게 있는기라.
이쁘니까 봐주는기니까 썩 꺼지라."
모두들 서윤과 조폭으로 보이는 사내들과의 사이에 험악한 기운이 흐르자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외관상 보더라도 금방 건들이기만 해도 픽- 쓰러질 것 같은 서윤이 불리해보였다.
퍽-
순간 서윤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서는 그녀의 주먹이 조폭의 얼굴에 꽂혔다.
무엇이 자신의 몸을 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체 바닥에 나뒹구는 조폭.
숨죽인체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모두들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저 체구에서 어떻게 건장한 남자를 때려눞힐수 있는 힘과 보기만 해도 심장떨리는 험상궂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조폭을 때려눞힐 깡이 나오는 것인지..
남자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어리벙벙하게 있자, 서윤은 다른이의 손에 움켜쥐어져 있는 남자아이를 대려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남자가 동현의 뒷덜미를 세게 붙잡았지만, 힘으로는 그녀를 이길수 없었다.
동현을 무사히 구출한(?) 서윤은 정장 자캣의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분명 여기다가 넣어놓은것 같은데...'
그녀는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원하는 것을 찾을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버리듯 남자들의 앞에 던져주었다.
"저...저건?"
남자들보다 서윤의 뒤에 서있던 휘안이 그 물건을 더 빨리 알아보았다.
'블랙 카드.'
세상 사람들은 골드 카드를 가장 좋은 카드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한국에서 블랙카드는 단 100장도 안되는 최고위층 사람들만 쓰는 카드이다.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물건이였다.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놀라운대 그런 대단한 물건을 쓸모없는 물건 취급하다니..휘안이 놀랄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게 뭐..더냐?"
"카드.. 빛이 얼마라고 했지? 알아서 빼가.
대신 정확히 계산해서 빼가야할꺼다. 욕심냈다간.. 어느날 갑자기 한강에 둥둥 뜨게 될수도 있을테니까..
아까 너희가 말했듯이 나도 자선사업가는 아니거든."
서윤은 씨익- 웃으며 동현을 질질끌고 -_- 뒤돌아서 교실로 향했다.
멍청하게 서있는 두 조폭과 놀라워하는 휘안과 세혁..그리고 다른 아이들을 뒤로 하고.
"정휘안."
"응?"
"진(珍) 움직여."
세혁의 말에 휘안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들었나 하고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진(珍)을 움직이라니.. 그것도 세혁이..!
".......?"
"은서윤......과거에서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다 알아와."
"아...네!"
지금 이순간 그들은 친구 관계가 아니다.
단지 주군과 그를 섬기는 진의 총 책임자의 관계일 뿐..
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27
"부탁한다아~ 선생님을 맡아다오!! 난 그런거 영~ 못하는거 알잖아~"
"정휘안! 이런 일에 날 부러먹으려는거냐?
도대체 날 뭘로 생각하는거야? 이자식들은 꼭!"
"에~ 그러지말고~"
"웃겨!! 나바빠."
나른한 표정으로 갸르르- 거리는 폼새가 마치 털세운 고양이 같다.
'니가 바쁘긴 뭐가 바쁘냐!'라고 속으로 궁시렁 거리던 휘안은 안면으로는 화사하게~ 웃고 있다.
속으로 씹어대며 표정하나 까딱하지 않는 녀석이나..
여려보이는 얼굴로 그런 거절못할 표정을 짓고 부탁하는 걸 단호하게 내치는 녀석이나..
막상막하의 전세를 보이고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고양이와 능구렁이 한마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게한다.
서윤은 왜 이 녀석들이 여기서 이런 말씨름을 하는지 몰랐지만 없는 듯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한번만~ 응?"
"싫어! 바뻐!"
계속 관후가 튕기자(?) 휘안은 할수 없다는 듯이 히든카드를 꺼내들게 되었다.
"야아~ 임관후! 강.세.혁이 부탁했단 말이야!! 이런건 들어줘야 하는거 아냐?"
"뭐..뭐얏? 그...그놈이 나한테???"
"그래! 너한테~ 내가 들었다니까? 쑥쓰러워하는 것같더라?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그러던데? 그니까 너도 모른척하고 한번만 들어줘~
너 그녀석한테 '부탁'이라는 단어가 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줄 잘 알잖아!
그 새끼 자존심에 '부탁'이라는 단어 내뱉는거 봤어?
그 부탁치고는 어려운일도 아니잖아.."
"그..그거야 그렇지만.. 정말로 그 강세혁이라는 인간이 '부탁'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는 말이야?"
"그~럼~"
"그렇단 말이지? 흠~~~~
못들어줄 것도 없지~ 좋아! 오늘은 낮잠좀 줄이면 되겠지!"
라고 흔쾌히 허락한다.
임관후......아무래도 모조형 발톱을 단 어린 고양이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게하는 녀석이다.
어찌 그런 뻔한 거짓말에 홀라당 넘어갈수가 있는 것인가..
강세혁이라는 인물이 '해라'라는 명령투아니면 내뱉지 않는 것을 몇년동안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아니면 모자란건지..
한순간 어린 고양이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잠식되어 버렸고, 악마는 기분 좋게 삼각형 꼬리를 살랑거리고는 유유히 양호실을 빠져나갔다.
양호실에는 관후와 서윤만이 남았다.
"선생님. 지금 특별한 일있어요?"
"아니 없는데..."
서윤은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켜놓고는 대답했다.
그녀는 유명 싸이트에 떠오른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 전원과 모니터가 꺼지면서 읽고 있던 것들이 날라가버렸다.
서윤이 고개를 돌리자 관후가 코드를 잡고 좌우로 흔들어보이곤 씨익- 웃었다.
"자아 나가 보실까요? 여왕님."
라며 서윤의 손을 잡아 이끌었고, 서윤은 지루하게 자리를 지킬맘은 없었는지 순순히 관후의 뒤를 따랐다.
떙땡이를 결코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지루하고 덥기만한 오후...
굳이 이 재미없는 양호실에 처박혀 있어야할 이유도 없었다.
서윤을 끌고 나온 관후는 서윤을 근처의 백화점으로 대리고 갔다.
비싸보이는 가게에 서윤을 끌고 들어가며 투덜거린다.
"쳇! 오늘 지출 금액은 영수증을 쥐어주며 10원까지 받아내고 말테다!
아씨 또 카드 긁은거 알면 엄마가 죽이려고 들텐데..."
서윤과 관후가 들어간 곳은 여성의류 매장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남색 정장을 똑같이 맞춰 입은 여직원들이 영업용 미소를 띄었다.
"어서오세요."
"여기 이 사람한테 어울릴만한 옷좀 골라줘."
라고 말한 뒤 여직원들에게 서윤을 짐 짝 내맡기듯 맡기고는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직원들의 손에 떨어진 서윤은.. 부담스러운 여인네들의 시선에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터질것 같은 느낌...
"꺅~! 정말 예쁘세요!!"
"어머 키가 정말 크시고 몸매가 좋으시네요~ 정말 부러워요~"
"완벽한 옷걸이를 찾은듯 하군요~!
요즘은 손님분들의 수준이 좀~ 아니..에고~ 내가 왜 이런 말까지..호호호호..~
기다리세요. 손님께 꼭 맞는 옷을 골라오겠습니다."
라며 꺄르르- 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여댄다.
서윤은 멀뚱히 서서 가게 안을 살펴보았다.
화사한 인테리어에 한쪽 벽에는 빨간색 영어 고로와 가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져 있었다.
관후와 서윤이 들어간 곳은 'sparkle'이라는 곳..
주로 불꽃튀기는, 섬광이라는 뜻도 있지만 '재치'라는 뜻이 담긴 영어였다.
주로 여성을 고객으로 하여 요즘 명품을 선호하는 젊은이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였다.
명품을 그대로 파는 것이 아니라 상태가 좋은 중고 명품을 다른 것과 교환해주거나 사고 팔거나 대여해주는 곳이였다.
이름값이 비싸, 감당치 못할 가격이지만,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젊은이를 위해 내놓은 재치스러운 아이디어의 가게였다.
서윤이 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직원들은 이것저것을 챙겨와서는 서윤의 앞에 늘어 놓았다.
그리고는 그녀를 거울 앞에 대려가서는 이것저것 대보기 시작했다.
"어머머~ 진짜 잘 어울리세요. 정말 옷빨 잘받으신다~ 호호호 남자 친구분이 좋아하시겠어요!!"
라며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흥분해서는 연신 호호호,를 내뱉는다.
섹시컨셉, 우아컨셉, 발랄, 정숙, 깜찍 등등등...
마치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 인형 옷갈아입히기 놀이를 하듯 오랫동안 서윤을 가지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여직원들..
"음~ 아무래도 밝은 톤의 정장보다 약간 드레스식의 우아하지만 문양없이 단아하고 어두운 계통의 자켈을 살짝 걸쳐주는 것이 가장 어울릴 것 같군!
여기다가 샤넬 구두에다가 저번에 프랑스에서 수입했다던 삔으로 살짝 머리를 틀어올려준 다음에..음..
옷이 수수하니 귀걸이는 조금 화려한게 낫겠지?
저번에 인도에서 수입해온 귀걸이가 있으려나?
귀걸이가 화려하니까 목걸이는 수수하고 단아한걸로 하는게 어울리지..
괜히 큰걸 하면 자칫 균형을 깨고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니까..음..
현이야 창고에 박아뒀던 F1012랑 F210꺼내와!! S56도 잊지 말고!!"
가장 나이 있어보이는 여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더니 옆의 여자에게 무언가를 시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인은 재빨리 달려가 또 이것저것을 꺼내왔다.
직원들이 권한 것들을 모두 걸치고 탈의실에서 나오는 서윤..
그녀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우와! 너무 예뻐~ 역시 내 눈은 정확해.. 호호호~~~~~"
서윤을 보고 자신의 눈썰미를 자화자찬하며 웃어댄다.
왠지 이리 여성스러운 옷은 부담스러워 쩔쭘해하던 서윤.
평소에 여자 정장을 입기는 하나, '여성스럽다'라기보다는 쿨하고 약간은 딱딱한 어려운 분위기가 풍겼는데..
이런 폴랑거리는 옷을 입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새 서윤의 옆에 다가온 관후가 목을 내밀고는 그녀의 이곳저것을 훑어본다.
"흐응~ 대충 맞는것 같군요. 아직 4시밖에 안됐는데... 어디가서 간단하게 뭐좀 먹어요."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며 얘기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에서 나오는 두 사람을 직원들은 아주 즐거웠다는 듯이 아쉬움을 다시며 배웅에 나섰다.
둘은 베스킨 라벤스 가게로 들어갔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아니 초여름이라 그런지 올해는 유난히도 더웠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은 가게에는 이미 사람들이 빡빡하게 들어 앉아서 있었다.
마침 창가 쪽에 앉아있던 커플이 자리를 떳고, 관후와 서윤은 냉큼 그 자리를 맡아놓고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마주보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서윤과 관후..
그와 그녀 사이에 어떠한 공통점이나 연결끈도 없고, 또 그리 친하지 않아서 인지 유달리 대화가 없었다.
결국엔 침묵을 이기지 못한 관후가 입을 열었다.
"어디가는 줄도 모르고..왜 무작정 따라오셨어요?"
"그냥..심심해서.."
서윤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심심해서'라는 명분을 세워두기는 했으나 사실 아까 관후와 휘안의 대화를 본의아니게 들어버린 서윤으로써는 세혁이 부탁했다는 사항에 대해서 궁금하기는 했다.
그래서 일까..?
이렇게 앞뒤 안보고 쫓아와버린 것은..
"선생님! 선생님은 누굴까요?"
"은서윤.."
서윤은 왜그리 이상한 질문을 하느냔 눈초리로 관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관후는 씨익- 웃으며 아이스크림 스푼을 들고 입을 열었다.
"예전에 한말씀 기억나세요?
대충 이런 말이였다죠.
어른들은 자신들의 틀을 세워놓고 그 안에 아이들을 가두어놓고 틀에서 벗어난 자들은 그대로 방치해두죠.
'낙오자'라는 꼬릿표를 달아주고 말이죠."
그렇게 관후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28
"아이스크림에 비유해볼까요?
이제부터 이 스푼은 정상의 '틀'이죠.
스푼안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스푼안에 그대로 갖혀 있어요."
관후는 아이스크림용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의 녹은 액체를 조금 떠올렸다.
"그리고 이 틀에서 벗어난다면 어떻게 되시는지 아시죠?"
라고 말하며 허공에 떠있는 스푼을 기울였다.
그러자 후두둑- 소리를 내며 테이블 아래로 떨어진다.
"틀을 벗어나게 된 순간 밑으로 떨어지게 되죠.
깊이를 알수 없는 끝으로....그리고 이렇게 되는거죠."
슥-
관후는 티슈 한장을 뽑아 들고는 테이블 위를 훔쳤다.
그리고 그 티슈를 옆에 있는 쓰레기 통에 넣었다.
"마지막 종착역은... 폐기처분.."
서윤은 말없이 쓰레기 통에 넣어지는 구겨진 티슈를 바라보았다.
마치 예전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서......
서윤은 10 ~ 13살 까지의 기억이 없다.
다만 기억하는 것은 같이 살던 어머니의 죽음과..끔찍한 악몽뿐......
길거리의 뒹구는 쓰레기를 보다보면..그런 기분이 든다.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동질감...
서윤은 시선을 돌려 관후를 바라보았다.
"'쓰레기'..라고 불렸어요.
사회에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비록 조금 거칠고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이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는 '꿈'이라는 것을 저마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데 말이죠.
그런 저희를.. 지쳐가는 저희를 이해해준 선생님은 단 한사람 뿐이였죠..
바로 제 앞에 있는 은서윤이라는 사람이였죠.
솔직히 좀 의외였어요.
여태껏 담임이라는 작자들은 애들 잡으려고 난리치다가 제 풀에 먼저 나가 떨어지거나, 겁먹고 다가오지도 않으려는 사람......
그 둘중에 하나 였거든요. 완전 괴물 취급이였죠.
처음 선생님을 봤을땐.. 솔직히 별 관심 없었죠.
그저 이제 드디어 교장이 노망이 들었구나........ 그래서 미쳐서 정상적인 젊은 여자하나 잡는구나.....
이번엔 얼마나 갈까..하고 했어요.
하지만 은서윤이라는 여자는 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렸죠.
솔직한 심정으로 기쁘고 통쾌하기도 했어요.
다른 애들도 대부분의 생각이 그러하구요.
하지만 제게는 풀지 못한게 하나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당신의 마지막 Test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
"Test에 응해주시겠습니까??"
"...물론.. 피할 이유는 없겠지?"
서윤은 자신만만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잔뜩 움추린 모습도 아닌 평소에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답했다.
관후는...속으로 간절히 빌며 입을 열었다.
꼭..그녀가 자신에게 '해답'을 찾아줄 것을......
"동성애 말이예요. 쉽게 말하자면 남자밖에 사랑하는 없는 사람들요.
그런 사람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어요. 이제 그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선생님의 생각은?"
관후는 양손에 깍지를 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서윤은 피식- 웃었다.
그 미소가.. 그 표정이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게 없어서 서윤은 오히려 자신이 더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보통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는 사람이 동성애자라면 크게 반응을 보이는게 '정상'이였다.
"무슨 대답을 원하니?"
"..예전에....한남자가 자신이 이성으로 보는 남자에게 솔직하게 고백했죠.
'난 이성으로써 널 사랑한다'...라고..
상대편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와 얘기를 하고.. 그와 밥을 먹었죠.
속은 그에 대한 결명로 가득차 있었는데 말이죠..
그 뒤 고백받은 남자는 그 남자아이를 피하게 됬어요.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에 답하지도 않았죠.
그만 보이면 모습을 숨겨버렸죠. 10년지기 친구였는데도 말입니다.
어렵사리 고백의 말을 꺼냈던 남자는 그런 그의 행동에 점점 죽어가죠..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끝을 맺습니다.
파경의 길을 걷게 되는거죠. 그렇게 그들은 '친구'도.. '연인'도 아닌 남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이제부터 문제입니다.
자, 과연 여기서 둘중에 누군가에게 잘못이 있는걸까요?"
관후는 이미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휘저으며 감정 마른 목소리를 이야기했다.
서윤은 몸을 뒤로 젖히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다리를 꼬고 유리창 밖의 세상을 처다보며 말했다.
"사창가에 한 여자가 있어. 그녀는 매일 몸을 팔지..
그녀에게는 어린 딸이 있지.. 여자는 외국인이였어..아주 아름다운 여자였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소녀 가장이였던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모국에 남겨두고 타국으로 떠났지....
돈을 벌기 위해서 말야. 처음부터 몸을 팔 생각은 없었어.
부모님이 살아생전 알고 지냈던 한국여자를 따라왓지.
여자는 처음에공장에 취직했어. 남들보다 배는 노력하고 힘들게 일해 꼬박꼬박 집으로 돈을 붙였지..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여자를 데리고 왔던 한국 여자는 급히 돈이 필요했어.
메꾸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이 오락가락할 사항이였지.
처음부터 팔 생각으로 데리고 온 것은 아니였지만 한국여자는 러시아계의 여자를 공장 주인에게 팔았어.
그리고 흔적도 없이 날라버렸지..
여자를 산 공장주인은 그녀의 외모에 현혹되어 그녀를 돈으로 사 철저하게 그녀를 유린했지...
그리고 그녀를 사창가에 내다 팔았어.
그녀를 포주는 그녀에게 손님을 받게 했어.
사들인 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한 돈을 벌기 위해서 말야..
여자는 길거리의 여자가 되어버렸고,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람을 만났지...
남자는 무명배우였어.
둘은 잠시나마 행복했지..
남자는 연기로써 이름을 알리고 싶어했고... 가난한 그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여자는 자신의 몸을 판 돈으로 그의 뒷바라지를 했어.
결국 그는 노력한 결과 이름난 배우가 되었고... 인기를 얻게 되자 이미 닳고 닳아버린 여자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렸지.
그녀의 뱃속에.. 자신의 아이가 있는데도 말이야.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기에 아이를 포기할수 없었어.
그래서 아이를 낳았지만 곧 후회해야만 했지..아이를 낳아 더이상 일을 나갈수도 없고, 또 돈을 벌수도 없었거든.
그녀는 꿋꿋히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자꾸 비참해져만 가는 자신과 한없이 행복해보이기만한 그를 비교하며...
그녀는 증오와 분노를 느꼈어.. 그런 증오와 분노를 그녀는 어린 딸에게 고스란히 퍼부었지.
소녀는 어렸어...맞고...욕먹고..분노를 받아야만 했던 소녀는 어렸어.....
그리고 소녀가 10살이 되기도 전에 여자는 세상을 뜨게 되었지.. 한없이 어리기만한 자신의 딸을 세상에 남겨두고 말야...
그렇다면 여기서 누가 소녀를 불행하게 만든 것일까..?
여자에게 어린 동생을 맡기고 먼저 눈을 감아버린 부모?
너무 어리고 돈벌 능력조차 되지 않앗던 동생들?
자신을 위해 그녀를 공장에 내다 팔아버린 한국여자?
그녀에게 몸값을 내고 그녀를 가졌던 공장주인?
아니면 그녀에게 몸을 팔것을 강요한 포주?
그녀를 버린 남자배우?
아니면...세상의 아픔을 자신의 딸에게 떠넘겨야만 했던 나약한 소녀의 어머니..?
대체 그 누구의 잘못인지...너는 아니..?"
"........."
"모른다면 알려주지.
그건.. 그들을 그렇게 만든건........사회야...
사회가 소녀의 인생을 망쳐놓은거야..
인간의 커다란 욕구와 욕심.. 그 어떠한 제어 장치도 없었기에..
또한 창녀는 더럽다.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 사회의 편견들이.. 소녀를 나락의 벼랑으로... 그리고 여자를 헤어나오지 못할 늪으로 밀어넣은거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법이 좀더 강력했더라면.. 사창가의 여자들에 대한 법이 좀더 강력했더라면.......
아니... 몸을 파는 여자는 더럽고 인간의 가치로써 떨어진다는..사회 편견만 없었더라면..
그녀들은 조금더 행복할수 있지 않았을까..?"
서윤의 눈동자는 아련한 추억의 향기에 그 깊이를 점점 더해가고 있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골.때.리.는 녀석들※ - 24 ~ 28
레아요리콤♡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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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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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너무 슬퍼요....근데 너무..재밌네요~저 이런풍(-_-;;)의 소설류를 좋아해서!!물론 코믹도-0-;;아무튼 재밌게 봤습니다^-^다음펴 기대할게여+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