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자료[1997]우겸(于謙)7절-(제야태원한심·除夜太原寒甚)
除夜太原寒甚 제야태원한심
于謙(우겸)
寄語天涯客 기어천애객
天涯客인 그대에게 붙이노니
輕寒底用愁 경한저용수
가벼운 추위는 근심를 낮추게
春風來不遠 춘풍래불원
봄바람이 불어 오는데 멀리 있지 않고
只在屋東頭 지재옥동두
단지 집의 동쪽 근처에 와 있네
---한자풀이---
寄語:말을 기별(奇別)하여 보냄.
天涯:하늘 끝,아득히 먼 타향. 변방
<제야태원한심(除夜太原寒甚)>
멀리 떨어져 있는 그대에게 전하노니,
寄語天涯客,(기어천애객)
약간의 추위가 있다고 걱정 말게.
輕寒底用愁。(경한저용수)
봄바람은 머지않은 곳에,
春風來不遠, (춘풍래불원)
단지 집 동쪽에 와 있다네.
只在屋東頭。(지재옥동두)
이시는 명대 시인 우겸(于謙)이 산시 총독으로 있을 때 쓴 5언절구이다.
매우 추운 태원(산시 성 성도)에서 섣달그믐날을 혼자 보내며 시로 감회를 푼 것이다.
새해에 말을 전하며, 경치를 빌어 정을 풀어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낙관적인 생각을 표현하였다.
의미가 있고 멋있으며 깊은 깨달음을 주어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양옥수(楊玉秀) 書
★양옥수(楊玉秀)-타이난시 거주,臺南市書法學會榮譽理事長
于謙(?~1457★于謙(우겸1398~1457)
중국 명나라의 대신 절강(浙江) 전당(錢塘) 출신으로
하남산서순무(河南山西巡撫)를 역임하였다. 토목의 변이 일어나자
경태제(景泰帝)를 옹립하고 에센의 군대를 물리치는 공을 세움.
錢塘(지금의 절강성 杭州) 사람으로, 字는 廷益이다.
永樂 19년(1421)에 進士가 되어 宣宗代에 御史에 임명되었고,
재능이 인정되어 兵部右侍郞이 되어 河南, 山西의 巡撫로 나가 民生을 크게 안정시켰다.
正統 13년(1448)에 兵部左侍郞이 되었고, 이듬해에 오이라트(瓦剌) 몽골 에센의
침입에 대해 英宗이 親征을 하려하자 諫言하여 이를 말렸다.
그러나 결국 영종은 王振의 책략에 따라 친정을 행하다 土木堡에서 포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조정대신들은 南遷을 주장했지만 그는 이를 물리치고 北京을 사수했다.
이때 그는 兵部尙書에 임명되었는데, 영종의 동생 郕王을 景宗으로 즉위시키고
군비를 강화하여 에센의 군대에 대항했다. 이 功으로 少保總督軍務가 되었다.
景泰 원년(1450)에 에센과 화의를 맺고 영종을 귀환시키는데 성공했다.
평소 그는 성품이 강직하고, 정책을 실시함에 있어 엄격하며 타협적이지 않아
중용되지 못한 자들에게 원망을 샀다. 반대파에 의해 1457년 영종이 復位되자,
우겸은 투옥되었고 결국 棄市刑에 처해졌다.
그러나 뒤에 그의 공은 크게 인정되어 弘治 2년(1489)에 光祿大夫柱國太傅를 追贈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明史』 卷170 「于謙傳」을 참조).
이하 동아일보=입력 2022-12-30 03:00
한 해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3〉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하늘 끝에 머무는 나그네들이여,
가벼운 추위인데 뭘 그리 걱정하시오.
봄바람은 머잖아 찾아오리니,
바야흐로 집 동쪽까지 불어왔다오.
(寄語天涯客, 輕寒底用愁.
春風來不遠, 只在屋東頭.)
―‘제야, 태원 땅의 극심한 추위(제야태원한심·除夜太原寒甚)’ 우겸(于謙·1398∼1457)
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삶의 모습.
허공에 뜬 풍선처럼 아슬아슬 한 해를 건너온 이들,
거침없이 앞으로만 내달려온 이들,
지루하고 맨숭맨숭한 나날에 지친 이들.
세밑이 되도록 객지를 떠돌아야만 하는
시인의 노스탤지어도 그중의 하나이겠다.
발상이 좀 유별나긴 하지만 씁쓸한 타향살이에도
아랑곳없이 시인은 따스한 봄바람을 예감하며
희망과 위로를 얻으려 한다.
그 마음을 또 타향을 떠도는 세상 모든 나그네들과 함께하려 한다.
시제에는 ‘극심한 추위’라 써놓고 정작 시에서는
‘가벼운 추위’이니 걱정 말라고 한다. 꽁꽁 언 겨울을 녹이는
봄바람이 이제 우리 가까이 다가와 푸근한 새해를 선사하리라 낙관한다.
섣달그믐에 봄바람을 끌어들인 게 좀 억지스럽긴 해도
음력 날짜로 따져서 그렇지,
봄이 들어서는 2월의 입춘(立春)과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남녘 고향 항저우(杭州)를 떠나 산시(山西)성 등 북방 지역을 떠돌았던 시인.
매서운 한파에 더하여 객지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심사가 오죽 스산했으랴.
그래도 세밑이 되면 너나없이 소심해지고 너그러워지는 게 우리네 마음.
출발선에서 다짐했던 무수한 결심과 언약을 되짚어 보면서
괜히 날 세우며 지나온 자신을 부끄러워하기 마련이다.
‘송년에 즈음하면/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 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드는’ 세밑의 경험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