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6월 10일(월)자 34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유레카]에 오태규님이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오태규의 [유레카]
투키디데스 함정
오태규(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2~448)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뒤 재침에 대비해 해군력을 주축으로 한 델로스 동맹을 출범시켰다. 맹주인
아테네는 지중해 곳곳의 도시국가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삼고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반도까지 세력을 넓혀갔다. 이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를 위시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국가들은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결성해 맞섰다.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은 두 동맹이 고대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벌인 대회전이다. 전쟁은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났으나, 그 과정에서의 상호 출혈은 고대 그리스가 몰락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두 동맹 사이의 전쟁을 객관적이고 비당파적인 시각에서 기록했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스파르타보다 전력이 약했던 아테네가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커졌고, 이런 상황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투키디데스 함정’(Tuchididdes Trap)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처럼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국이
기존의 세력판도를 뒤흔들고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패권국과 신흥국이 무력충돌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일컫는 용어다. 역사학자들은
1500년 이후 신흥 강국이 패권국에 도전하는 사례가 15번 있었고, 이 가운데 11차례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1, 2차 세계대전도
신흥국 독일이 당시 패권국인 영국에 도전하면서 일어났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2대 강국이다. 더구나 미국은 현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패권국이고,
중국은 급성장하는 강력한 도전국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7, 8일 역사적인 회동을 했다. 부디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말에 영원히 안녕을 고하는 기점이 되었길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