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모든 것을, 그대로
프렌치프레스(French Press)는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Coffee Press', 'Press Pot', 'Plunger' 등 지역별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프렌치프레스가 프랑스에서 처음 고안됐을 당시에는 금속몸체에 무명천으로 커피를 걸러내는 방식이었다. 이후 1929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디자이너인 Attilio Calimani가 커피프레스에 대한 특허를 냈고, 이후 많은 회사들이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1974년, 덴마크의 보덤(Bodum)사가 첫 프렌치프레스 제품인 Bistro 시리즈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동으로 작동되는 캡슐커피머신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프렌치프레스는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 가장 쉽고 단순한 과정을 거치는 추출기구라 할 수 있다. 커피가루를 담고 물을 부은 다음 3~4분 뒤에 커피가루를 걸러서 따라내는 동작만으로도 훌륭한 커피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물줄기의 강약, 붓는 속도와 같은 손기술이나 비싼 머신들의 정밀한 기술력은 필요하지 않다. 순수하게 커피가루와 물이 있는 그대로 만나 커피를 추출하면서, 커피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간단한 몇 번의 동작만으로 훌륭한 커피가 완성된다.
프레스(Press)는 거름망을 통해 커피가루를 그저 걸러내기만 할 뿐 특정 성분을 걸러내지는 못한다. 추출된 모든 성분을 날 것 그대로 맛보는 것인데, 특히 커피의 오일성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종이나 융 필터처럼 오일성분을 거르는 커피와는 다른 풍미를 갖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다소 텁텁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커피의 향이 가득 담고 있는 만큼 ‘풍부한’ 커피를 즐기기에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슐츠는 이러한 프렌치프레스를 가리켜 ‘인류에게 알려진 최상의 커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휴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렌치프레스. 패션 아이템으로도 충분하다.
한편 프렌치프레스는 단순한 구조와 추출방식 덕분에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고 있다. 스텐리스 몸통에 고무와 합성수지로 만든 이중필터를 달거나 티포트와 겸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침출포트, 인퓨전포트 등이 나오고 있다.
프렌치프레스로 커피를 추출해보자
분쇄도
○ 프렌치프레스는 일반적으로 핸드 드립보다 굵게 분쇄한다. 보통 커피가 추출되는(Brewing) 시간을 3~4분으로 보는데, 이에 적합한 크기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좀 더 미세하게 분쇄한다면 과다추출을 방지하기 위해 추출시간은 그보다 짧게 하면 된다. 단, 프렌치프레스의 철망이 미세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가늘게 분쇄한다면 미분이 걸러지지 않아, 커피와 함께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다.
○ 이번 촬영에서는 커피가루 10g과 물 200ml의 비율로 추출했다. 원하는 취향에 따라서 커피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자. 주의할 점은 커피가루가 물을 머금으면서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너무 많은 양을 넣게 된다면 넘칠 수 있다. 이 때, 물을 2~3번으로 나눠서 천천히 부으면 넘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물을 2~3회로 나눠서 부으면 넘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 물을 붓고 난 뒤에는 한, 두 번 저어주는 것이 좋다. 분말의 특성상 물에 젖지 않고 속에 갇힌 부분이 생기면서 균일한 추출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휘저을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보통 물에 들어간 커피는 수면에 단체로 떠올라 젖은 커피층(Crust)을 형성하며, 이 층을 깨면 물을 머금고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물에 완전히 잠기거나 그렇지 않은 상태로 구분될 수 있으며, 추출정도나 커피의 향미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여러 가지 경우를 테스트 하면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아가는 것도 홈 카페만의 즐거움이다. 추출시간 동안 몇 번씩 휘젓는 것 역시 추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 추출시간이 길어질 경우 쓴맛과 같은 불쾌한 향미의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은 기억해둘 것.
○ 3~4분이 지나면, 컵에 따라내기 전에 필터를 눌러서(Press) 커피가루를 걸러낸다. 빨리 내리게 되면 미분이 오를 수 있으니 가급적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린다. 잔에 따를 때도 역시 서서히 따라내야 커피가루가 딸려 나오지 않는다.
다재다능, 프렌치프레스
훌륭한 티-메이커이기도 한 프렌치프레스
커피가루를 물에 담그는(Steeping) 프렌치프레스의 추출방식은 차(茶)를 우리는 방식과 동일해 이미 오래전부터 티-메이커로도 사용돼 왔다. 티-메이커로 사용할 때는 차의 종류에 따라서 커피보다는 낮은 온도의 물을 사용하기도 하며, 프렌치프레스 사이즈에 맞는 적절한 양의 찻잎을 넣는 것이 포인트다.
또한 우유 거품을 만들 때도 사용된다.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데운 우유를 프렌치프레스에 넣고 거름망을 위, 아래로 움직여 거품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약간의 정성만 기울인다면 어느 정도 라떼
부지런히 거름망을 움직이다 보면 그럴싸한 우유거품이 생긴다.
프렌치프레스 + 드리퍼 = 클레버
드리퍼 처럼 생긴 클레버(Clever)
클레버(Clever)는 프렌치프레스와 드리퍼의 장점이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추출기구이다. 프렌치프레스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드리퍼의 필터로 걸러내면서 깊고 진한 커피의 풍미를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프렌치프레스의 풍부한 오일이 텁텁하게 느껴지거나, 핸드드립의 물줄기 조절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사용법도 프렌치프레스와 거의 같기 때문에, 특별한 스킬이 없는 초보자가 사용하더라도 전문가 못지않게 훌륭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단순한 추출과정 때문에 맛의 편차가 적은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이다. 클레버는 최근 카페 일선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클레버로 커피를 추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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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터는 3~4인용 사다리꼴 형이면 모두 사용 가능하다(Kalita, Melita, Comac, Emma 등). 필터는 장착 전에 클레버의 모양에 맞게 접어야 하는데, 먼저 바닥 면을 접고 옆면을 접는다. 이 때 두 면의 접히는 방향을 반대로 해, 필터모양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2 필터를 장착한 후 분쇄한 커피를 담는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양은 커피가루 22g에 물 350ml이다. 90~93℃의 물을 커피가루 위로 부어준다. 클레버의 빗살무늬까지 물을 부으면 350ml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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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을 부은 후에는 커피가루와 물이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티스푼 등을 이용해 휘젓고 4분간 기다린다. 티스푼 등이 필터에 닿으면 찢어질 수 있으므로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이후 컵이나 서버에 올려놓으면 바닥의 고무패킹이 들리면서 추출된 커피가 밑으로 흐르게 된다. |
추출된 커피를 잔에 옮겨 담는다.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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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어 표기법상 옳은 표기는 '라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