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이 1904년 부산 기상대 설립 이후 가장 많은 눈이라 하니 어쩜 한국 역사상 부산 역사상 가장 많은 눈이 내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
어제 밤 10시경에 나가 보니 차 위에 쌓인 눈이 20cm가 넘는다. 혹시나 차량 지붕이라도 꺼질세라 쓸어 내리고 돌아서니 또 5cm가량이 또 쌓인다. 서울에서 살다가 부산에 내려 온지가 40년이 되었지만 정말로 많은 눈을 본다. 올해 들어 제법 많은 눈이 이미 세 번이나 내렸는데 꽃 피는 춘 삼월에 이런 폭설이 왠일인고..... 하늘의 노하심이 있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리려는 것일까?
아내와 아들도 잠자는 늦은 시각에 길거리에 나섰다. 길거리에는 간혹 늦은 귀가를 위해 어렵게 눈길을 헤치며 체인도 없이 가는 자가용도 간혹 보인다. 고요 속에서 눈을 맞이한 군상들에게서는 어린이, 어른의 구별이 없다. 술 한잔 걸친 남자가 50 넘은 나이도 안 부끄러운 듯 눈 위를 뒹굴고 잇다. 말리는 아내와 친구들의 손길은 아랑곳 없다. 좀처럼 보기 드문 눈이 내리니 어린 시절 눈을 제대로 보지도 놀지도 못한 한을 풀려는 것일까?
눈보라 속에서 헤매며 이리저리 걸어 보아도, 추운 줄 모르겠고, 간혹 보이는 청춘 남녀들이 꼭 껴안고 젊음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다. 지나 가버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나의 젊은 시절을 주마등같이 떠 올려 보나 아무리해도 눈속에서 거닐었던 추억은 되살아 나지를 않는다.
아침 햇살이 떠 오르기 전 눈을 떠서 창밖을 내다보니 역시나 하이얀 세상이 되어 있었다. 가볍게 금련산이라도 올라보려고 나섰더니 이웃집 아저씨가 눈을 치우고 있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같이 삽을 들었다. 아랫집 최소장 부부가 나와 한참을 거들고 땀 흘리니 보행에는 지장이 없게 되자, 같이 뒷산에 올라 갔다. 산자락 아래 동수영중학교 교정에는 하이얀 카펫이 깔린 운동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동심으로 돌아가 눈사람도 만들고 이리저리 눈덩이 뭉쳐 던져 보다가 금련산을 올랐다. 높게 쌓인 눈을 밟으니 무릎까지 잠길 지경이다. 새벽까지 37.2cm가 내렸다고 하나 이곳은 50cm는 내린 것 같다. 25cm 눈을 쓸어 내렸는데도 아침에 또 그만큼 쌓인 차위의 눈을 보니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몇 사람이 다녀간 산길 등산로에는 길은 나 있지만 옆길에는 하얀 솜보다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눈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하늘은 저 많은 눈을 어디에 보관하고 저장했다가 이렇게도 일시에 지천으로 내뿜어 천지를 개벽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천지의 조화를 생각하며 힘든 줄도 모르고 중턱에 올라 갔다.
약수터가 있는 곳까지 올라 가니 광안대교가 보이고 일망무제로 펼쳐진 하얀 세계가 펼쳐진다. 꿈의 동산에 와 있는 듯 황홀경 그 자체이다. 평소에 자주 등산을 다니지 않는 나이지만 땀흘려 높은 산을 오르는 의미를 조금은 깨달은 듯하다. 졸졸거리며 흘러나오는 약수 한 모금에 올라온 피로가 깨끗이 사라지며 가슴 속 깊이 상쾌함이 밀려 온다.
아침 식사 전이라 가벼운 몸풀기하듯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 오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길을 치워 간혹 차량도 다니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또 아랫집 이부장 부부가 산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거절할 수가 없어 또 다녀 왔던 길을 한 번 더 다녀 왔다. 이부장은 나와 같이 테니스를 치는 사람이라 오르는 길에 테니스장을 들러 보았다.
테니스장에는 역시 부지런한 우고문님. 진총무, 김고문이 나와 창고 지붕의 눈을 쓸어 내리고 진입로는 치워 놓았다. 코트 위에 쌓인 눈은 손으로 치울 수도 없고, 또 그러다가는 오히려 망칠 수 있다고 절대로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또 산으로 올라 갔다.
이번에는 좀더 높이 올라가 광안리 앞바다는 물론 망미동 배산의 모습, 저멀리 금정산의 눈쌓인 모습도 바라 보았다. 이제는 아침보다 따뜻한 날씨로 제법 많은 눈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날씨는 포근한 봄날씨인데 어이하여 밤 사이에 이토록 많은 눈이 내렸는지 모를 일이다.
내려 오다 보니 도시고속도로 상행선이 엄청 막힌다.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는 모습을 보니 무슨 절박한 사연이 있길래 오늘 같은 날 고생하며 먼 길을 나서는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든다.
첫댓글 어제는 작업실에서 작성한 제 글과 사진의 회람을 복사해서 올려도 인터넷 폭주로 사진이 안 떴는데 오늘은 보인다고 해서 여기도 올려 봅니다. 사진이 보이나요?
이곳은 올해 보기드문 하얀세상이네요..눈도 보는사람의 입장에서 낭만이 될 수있고 노동이 될 수도 있겠지요.. 아름다은 설경 잘 보았습니다..^^
설경이 너무도 멋지네요..자료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좋은시간 되세요~~^^*~
네~~잘보았습니다^^** 근데 어저께 남푠이부산출장가셨다가 일찍이오후3시쯤오셨거든요... 근데저녁때이렇게폭설리온다고는했지만와~~대단합니다...방송에는100년만이라고하더군요...
하얀 설경이 넘 멋있네여..그곳에계신분들은 좀 불편하셨겠지만... 잘보았습니다 저도 눈구경하며 동심으로 돌아가고파여....^^**^^
서울서 보는 눈은 부럽기만 합니다...서울인심이 고약하기로 소문이 났는지 눈다운 눈한번 뿌려주지않다니....대한민국도 넓긴 엄청나게 넓은가 봅니다....축하한다고 해야할지, 고생한다고 해얄지를 모르겠네요...도심은 도심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어려움이 많았을텐데...안전운전하시고 조심해서 즐기시기 바랍니다..*^*
참 멋있는 풍경입니다. 토욜날 열한시까징 눈구경하다 잤습니다. 사진 찍어 두고 싶단 생각 했는데.... 덕분에 감상 잘 하고 갑니다..
똑같은 눈인데도 어쩜이렇게 멋있을수가.....눈구경잘했습니다.
어쩌면 이레 기술이 좋으시나여? 늦은 저녘아파트에서 흐르는 불빛에 걸쳐진 눈들/주마등불빛에서 타오르고 잇는 눈들의 조명발/드러난 청색의 하늘 밑으로 펼친 깨끗한 아파트/숲에서 폼잡고 한방하신 멋진 샘물님?!?/봄빛으로 어지로운 마지막 사진에 마구 취하나이다. 나도 배우까나? ㅎ정말 멋들어지네여~
겨울눈먼새님의 사진평이 걸작이십니다. 저도 사실은 사진작품을 한지가 30년이 되었지만 요새는 디카로 찍다보니 초보자도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적당한 디카 하나면 다 해결됩니다. 야경은 삼각대 세우면 되고요. 눈 맞으며 야경 촬영이 좀 어렵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