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로마 07/08 시즌 리포트
세리에 A―AS로마 우승
이번 시즌만큼 인테르와 밀란, 로마의 선두다툼이 치열했던 때는 없었다. 17R까지 1위팀과 3위팀의 승점차는 언제나 3점 이내였고, 세 팀간의 경기가 아니라면 이 세 팀이 지는 일은 없었다. 로마는 인테르 원정에서 4-2로 패했고, 밀란은 로마 원정에서 3-0으로 패했다. 인테르는 밀란과의 원정 아닌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패했다. 세 팀간의 상대전적이 물고 물렸으니 차이가 벌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18R에서 밀란이 드디어 파르마에 패했다. 이 틈을 타서 로마와 인테르는 밀란과 한 경기 차이를 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차이는 38R까지 이어졌다.
인테르와 로마의 리턴 매치에서 로마는 3-1로 승리하며 멋지게 설욕했다. 승리의 한가운데에 테베즈가 있었다. 당시 팀 닥터가 경기 때마다 휴식이 필요했다고 말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5경기동안 1골만을 넣으며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게바라 감독은 즐라탄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패배는 곧 우승권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결과적으로 이 때의 돌파구는 카를로스 테베즈였다. 2골 1어시스트를 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그 1어시스트마저 결정적인 찬스에서 패널티킥을 유도해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테베즈의 활약은 사실 해트트릭을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인테르는 흔들렸다. 두 경기 후에 있었던 밀란과의 홈경기에서 비김으로써 로마와의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32R에서 로마가 팔레르모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지만, 인테르도 이미 레지나에 충격의 무승부를 당했기 때문에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36R 로마의 밀란 원정은 막판 리그 순위 경쟁에 다시금 불씨를 되살리게 만들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쉐브첸코를 중용하지 않던 레이카르드 감독은 이비카 올리치를 주전으로 썼는데, 바로 그 올리치에게 두 골을 내주는 등 이래저래 휘둘린 끝에 3-0으로 패배한 것이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확정되던 경기에서 패배함으로써 인테르의 마지막 희망은 살아났다. 36R가 끝났을 때 로마의 승점은 90, 인테르의 승점은 87. 만치니는 아마 로마가 1승 1패를 하고, 인테르가 전승할 경우 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는 비기지도 않았다. 물론 지지도 않았다. 38R에서 인테르는 우디네세 원정을 했고, 로마는 레체 원정을 했다. 인테르는 전반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초조하게 레체의 골을 기대했지만, 70분에 터진 쎄자르 카리냐노의 골로 인테르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로마의 우승, 세리에 A 2연패다.
31골을 터뜨린 로마의 카를로스 테베즈가 득점왕이 됐고, 올해의 이탈리아 선수는 안토니오 카사노, 올해의 외국인 선수는 카를로스 테베즈, 올해의 감독은 체 게바라가 뽑히는 등 로마는 주요 상을 석권했다.
한편 인테르의 루마니아 영건 미테아는 유망주 상과 올해의 외국인 선수 2위에 뽑히는 등 커다란 활약으로 빅 클럽들의 눈도장을 찍는 데에 성공했고, 올 시즌 로마에 합류한 쎄자르 카리냐노는 19골로 득점 3위에 오르며 놀라운 리그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챔피언스 리그―레알 마드리드 우승
스페인 클럽들의 강세는 이번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최근 3년동안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는 리버풀, 밀란, 바니크 오스트라바(?, 맞나요?;)와 함께 소속된 조별 예선에서 무난하게 1위로 통과했다. 바르셀로나도 별다른 경쟁 없이 무난히 올라왔다. 잉글랜드 클럽들은 최소한 조별예선까지는 무난했다. 맨유, 리버풀, 첼시, 아스날이 모두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이탈리아 클럽들은 다소 충격적인 부진을 겪었는데, 조별예선에는 3차 예선에서 떨어진 파르마를 빼고 세 팀만이 올라올 수 있었고, 그 중 로마와 인테르만이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밀란이 리버풀에 밀려서 UEFA컵 대회로 쫓겨난 것은 정말 사건이었다. 당초 리버풀의 불운을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의외의 결과에 당혹스러워했다.
16강에서는 강팀들 간의 대진이 별로 없었다. 두 조합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는데, 인테르-바르셀로나, 로마-리버풀이었다. 인테르는 바르셀로나를 홈으로 불러서 4-2로 가볍게 이겼다. 홀가분한 마음에 긴장이 풀어졌을까? 누 캄프에서 인테르는 4-1, 충격의 패배를 당한다. 로마와 리버풀의 16강도 참 인상깊은 두 경기였다. 올림피코에서 골키퍼 펠리촐리의 결정적 실수로 1-1로 비긴 상태로 앤필드로 건너간 로마는 전반 초반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2-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후반 들어 필사적으로 공격에 올인한 리버풀은 결국 2-2 동점을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 89분쯤 있었던 결정적 찬스에서 리버풀의 상징 스티븐 제라드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것이 그나마 로마로선 다행이었다.
16강에서는 죽음의 대진은 별로 없었지만, 최악의 이변이 일어났다. 벤피카가 전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인 첼시를 꺾은 것이다. 바로 그 벤피카와 로마가 8강에서 만났다. 모두들 로마의 우세를 예상했다. 로마는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기면서 최악의 경우 0-0으로 비겨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다. 올림피코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로마는 3-1로 이겼고, 4강전을 준비하게 되지만, 이 경기를 통해 감독은 골키퍼 펠리촐리에 대한 모든 신뢰를 경멸로 바꿔버렸다.
빅매치의 연속이었던 8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아스날을 꺾고 4강에 올라왔고, 바르셀로나는 맨유를 꺾고 4강에 올라왔다. 이로써 잉글랜드 클럽은 한 팀도 4강에 올라오지 못하게 되었다. FC 바이에른은 모나코를 꺾고 4강에 합류했다. 4강 대진은 레알 마드리드-AS로마, FC 바이에른-FC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원정길에서 두 골을 서로 만들어낸 카사노와 테베즈의 활약 덕분에 로마는 2-0으로 앞서나갔다. 게바라 감독이 세비야 시절부터 겪었던 레알 마드리드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징크스란 참 묘한 것이다. 30분에 라울이 너무나도 절묘한 슛으로 2-1을 만든 후, 75분경 침투해 들어가던 호빙요는 펠리촐리가 그를 막으러 나온 것을 보고 재치있게 슛을 날렸다. 한 번은 막았으나 맞고 나온 볼을 다시 밀어넣는 것은 막지 못했다. 2002년 월드컵 독일-한국 4강전에서 발락이 골을 넣었듯이.
어쨌든 2-2라면 원정팀으로선 크게 나쁘지 않았다. 올림피코로 레알 마드리드를 부른 로마는 무난한 경기 운영과 적절한 선수 교체로 0-0 균형을 맞춰나갔다. 필사적으로 레알이 공격해 들어갔지만, 멕세-페라리가 버티고 있는 수비진도 만만치 않았다. 승부가 종반으로 치달았을 때, 로벤의 어이없는 슈팅 하나로 균형이 무너졌다. 정확히는 펠리촐리의 어이없는 알까기로 균형이 무너졌다. 92분 44초 때 벌어진 일이었다.
로마를 종합 전적 3-2로 이기고 결승전에 진출한 레알 마드리드는 바이에른을 이기고 올라온 바르셀로나를 맞아 최고의 더비 경기를 보여줬다. 4-1 완승. 바르셀로나 감독조차 자신들의 경기가 졸전이었음을 시인했던 경기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5년간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3번을 우승하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탈리아 컵―AS로마 우승
리그에서의 순위 다툼이 치열할 수록 컵 대회는 사실 팀의 여러 선수들을 써보는 유용한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이탈리아 컵 최고의 히어로는 AS로마의 쎄자르 카리냐노였다. 테베즈-즐라탄 조합이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당시, 이들을 쉬게 할 목적으로 내보냈던 카리냐노는 7경기에서 7골을 뽑아내는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즐라탄의 부상 시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8강에서 AS로마가 유벤투스를 꺾고 올라왔고, 4강에서는 밀란-인테르, 로마-라치오가 맞붙었다. 같은 경기장을 쓰는 최악의 라이벌들과의 경기에서 올라온 두 팀은 밀란과 로마였다. 밀라노에서 벌어진 1차전은 밀란이 한 때 3-0으로 리드했으나, 후반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로마가 2골을 따라붙으며 3-2 스코어를 만들었다. 로마에서 벌어진 2차전은 전반 초반 로마가 한 골을 넣으며 원정경기 다득점 원칙에 의해 앞서나갔다. 그러나 밀란 역시 56분에 쉐브첸코의 골로 동점을 만들면서 우승을 굳혀가는 듯 했다. 밀란의 꿈을 산산조각낸 한 골은 86분 휴식을 위해 후보로 있던 테베즈가 완성시켰다. 데 로씨의 쓰루 패스를 받은 테베즈는 25미터 거리에서 그대로 슈팅을 했고, 아비아티가 어찌할 수 없는 곳으로 공이 들어갔다. 밀란이 3년 연속 무관이 되는 순간이었다. 밀란은 무관에 머무른 햇수만큼 감독이 새로 왔다.
2007~2008 시즌 AS로마의 주요 사건
1.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벤피카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준비 도중 부상으로 쓰러지다.
지난 시즌 50여 경기에 출전해서 60골 29어시스트 26MVP에 빛나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애초의 부상은 2주 정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이었으나 팀 닥터는 그의 사타구니를 이번 기회에 손볼 것을 제안했고, 게바라 감독은 즐라탄 없이도 시즌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를 수술대에 올려보냈다. 결국 이 선택은 절반의 성공을 불렀다. 리그와 이탈리아 컵은 우승했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4강 탈락한 것. 게다가 이 수술이 생각보다 큰 수술이어서 즐라탄은 6개월동안 그라운드에 서지 못할 예정이다.
2. 펠리촐리, 감독의 신임을 완전히 잃다.
챔피언스 리그와, 라이벌 더비 매치마다 극도의 부진을 보인 펠리촐리가 결국 감독의 신임을 잃고 방출될 예정이다. 그에게 관심을 보인 토튼햄이 할부를 포함한 15M의 비드를 넣었고, 로마 감독은 이 비드 소식을 듣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아스날 더비에서 5점 내주는 순간 후회할텐데..”
3. 파누치, 은퇴 결정
오랜 기간 로마 유니폼을 입었던 파누치가 은퇴를 계획중이다. 올 시즌 영입된 세이타리디스에 밀려 주전 경쟁에서 탈락한 그는 카리냐노와 절묘한 호흡을 맞추며 수준급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날로 들어가는 나이와, 벤치로 밀려난 자신의 신세를 안타까워하며 끝내 은퇴를 결심했다. 감독은 한 시즌 더 팀을 위해 헌신해줄 것을 부탁했으나, 파누치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코치 자격증도 따지 않고 은퇴함으로써, 그는 축구계를 완전히 떠나 포로 로마노 근처에서 피자집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4. 쎄자르 카리냐노, 감독의 눈에 확실히 들다.
컵 대회 등을 통해 자신의 골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낸 카리냐노는 즐라탄의 부상 이후 얇아진 공격진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즐라탄 부상 이전에도 그의 교체 멤버로 들어와 막판 집중력을 빛냈던 그는 주전 팀에 들자,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감독은 바젤에서의 전력 때문에 챔피언스 리그에는 출전할 수 없었던 그를 매우 아쉬워했다.
5. 에스테반, 옛 스승과 재회하다.
게바라 감독이 세비야에 있던 시절, 가차없는 비판을 들으며 혹독하게 성장했던 에스테반이 다시 게바라 감독과 만났다. 그동안 자신의 성공이 게바라의 영향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던 에스테반은 이번 트레이드로 다시 게바라의 지도를 받게 되어 기뻐하고 있다고 한다. 세비야에 무려 20M 오퍼를 통해 에스테반을 데려온 게바라 역시 에스테반의 합류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에스테반의 최대의 비극이라면 챔피언스 리그를 관중석에서 봐야 했다는 점. 결과적으로 이것은 로마의 비극이기도 했다.
2007~2008 시즌 주요 이적
역시 레알 마드리드가 문제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적인 오른쪽 윙 호아퀸을 영입하면서 좌 로벤, 우 호아퀸 윙에 중앙에는 램파드, 싸비가 버티는 최고의 허리라인을 갖추게 되었다. 08/09 시즌에는 포돌스키를 노린다는 후문이 있다. 게다가 첼시에 있던 로시츠키를 영입함으로써, 어느 누가 감독으로 가더라도 넘쳐나는 스쿼드를 감당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런 영입으로 언해피에 빠진 웨슬리 스나이더를 로마가 노리고 있다.
마우로 에스포시토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세비야에 890억을 벌어다주며 구단의 재정 상태를 한 단계 끌어올린 그는 바르셀로나에서도 주전 오른쪽 윙으로 맹활약 중이다.
그 외 별다른 빅 사이닝은 없었다. 이미 05/06시즌에 엄청난 사이닝이 난무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비교적 조용하게 넘어간 듯 하다.
07/08 AS 로마의 기본 포메이션
-------------C.Tevez---Z.Ibrahimovic----------
A.Cassano----------------------------S.Kalou
-----------↑------------------------------
-↑------D.De Rossi------M.Ambrosini-------↑--
Dede------Ferrari--------F.Mexes-------Seitaridis
----------------Pelizzoli(Esteban)--------------
S1-A.Brioti S2-Panucci S3-Pelizzoli S4-Ponzio S5-박지성 S6-Mancini S7-C.Carignano
07/08 STATS
첫댓글 잘봤습니다 카사노를 저 자리에 놓아도 돌파가 평균 10개가 넘는군요 처음 알았다는...
득점력이 다소 아쉬워서 중앙으로 공 몰고 자주 오게 하려고 했는데요. 이렇게 전술 맞추기는 좀 어렵더군요; 그런데 카사노가 정통파 윙어는 아니라.. 막 고민하다가 프리롤 찍었더니 모든 문제 해결-_-;;
팀 닥터는 그의 사타구니를 이번 기회에 손볼 것을 제안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케 웃기죠 ㅋㅋㅋㅋ
카사노...왼쪽 윙에 냅두고 프리롤 찍어주면 알아서 난다죠...덜덜덜
저 분석력...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