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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올해로 만 90세를 맞은 정신과의사이자 독실한 크리스천 이호영의 첫 대중서다. 『당주동 무화과나무』 이후 12년 만의 신간이다. 정신의학자로서는 다수의 저서를 펴냈지만 선생의 전문 분야인 정신의학을 철학, 종교 그리고 인문학과 접목시키는 글로는 처음 엮었다.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새로운 전망”을 보고 싶어 하고, “의식이 확장되어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아흔 생 동안 바지런히 쌓아온 세상에 대한 견문과 탐독은 쉽사리 철학과 신학에 곁을 내어주지 못하는 대중에게 인류와 신앙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이 책은 인간의 생존력과 회복력을 시작으로 공포와 불안, 공격성, 이타성과 이기심 같은 인간 본질을 면면히 보여준다. 현재에 실존하는 ‘나’라는 존재가 ‘우리’라는 공동체가 ‘하나님’이라는 영원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이호영
1932년 서울출생이며 미국과 한국의 정신과 전문의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주임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아주대학교 총장 그리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 대한의사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주임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아주대학교 총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 대한의사학회 회장, 세계정신의학회 아시아 대표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불면증(1986)》, 《도피냐 도전이냐(1987)》, 《공황장애(1992)》, 《연변조선족 사회정신의학 연구(1994)》, 《부끄러움(2002)》, 《당주동 무화과나무(2011)》 등의 저서와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세계정신의학회 아세아 지역대표를 역임하고 은퇴 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변화와 발달과 진보
인간은 능동적으로 태어난다
종교는 어떻게 변했나
하나님은 명사가 아닌 동사
종교와 진화론
Chapter 2 공감의 시대
오늘날의 분열과 대립
문화 전쟁
공감의 정의
아픔을 나누다
모방과 거울신경세포인간
원숙한 공감
Chapter 3 공포와 불안은 창조주가 준 방어기전
불안이란 무엇인가
불안의 신경과학
애착, 이별불안, 심리도식
불안과 종교
종교 의식의 배경
Chapter 4 불완전하고 이기적으로 태어났기에
인간의 생존과 번식
기독교의 이웃 사랑
자기애
Chapter 5 공격성
공격성이라는 본능
공격성의 생물학
공격성의 문화인류학과 심리학
다시 읽어 보는 성경
진보와 교착
Chapter 6 이기와 이타
이타는 배우는 것인가
이타성은 타고난다
선민주의와 이타성
Chapter 7 나의 삶은 내가 쓰는 이야기
이야기치료
문제의 외재화
Chapter 8 다름과 차이
다름과 차이
다름과 차이로 인한 한국 기독교의 변화
하나님의 의를 찾아서
동성애는 다를 뿐 죄가 아니다
Chapter 9 생존력, 치유력, 회복력
놀라운 인체 해부 및 조직들
우리가 필요한 약제는 자연에 준비되어 있다
무서운 전염병도 결국은 극복
Chapter 10 부끄러움
일상 속에서의 부끄러움
도덕적 감정으로 존중되었던 동양에서의 부끄러움
조선시대 체면 문화에 물든 부끄러움
한국 현대문학과 부끄러움
서양의 부끄러움
부끄러움을 홀대하는 시대
Chapter 11 죄와 죄책감
죄책감과 인간의 원죄
원죄에 대한 세 종교의 믿음
자기중심이 죄인가
Chapter 12 종교와 권력
권력의 속성
영성은 경험할 수 있는 것인가
영성 남용
교역자들의 성적 남용
Chapter 13 인간성의 완성
긍정심리학의 등장
신화와 은유의 성경
상식으로 이해하기
Chapter 14 침묵
침묵의 역사
침묵에 관한 옛이야기들
침묵에 대한 격언들
성경과 침묵
Chapter 15 신에게 솔직히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종교적 변화
믿을 수 없다
기독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면
마무리하는 글
에필로그
📖 책 속으로
아이들의 희소가치가 높아지면서 부모들이 버릇 가르친다고 처벌하고 큰소리로 꾸짖던 시대도 막을 내렸다. 교사가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처벌하면 그 부모가 우리 아이 기죽이지 말라고 항의하는 시대다. 아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자율적이고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자란다. 전에는 아이들이 능동적이고 탐험적인 성향을 타고나도 부모와 사회가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하고 순종적으로 만들기 위해 타고난 선행성을 억제한 면이 없지 않다. 나는 1932년에 태어났고 우리 가정은 철저히 가부장적이었던 탓에 아버님의 얼굴을 직접 쳐다보지도 못하고 자랐다. 어쩌다 무엇을 잘못하면 매 맞기 일쑤였다.
--- pp.19~20
판에 박은 하나님 변론을 위해 세속적인 지식을 부인하고, 합리화와 부정否定의 기전으로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것은 이제 듣기조차 거북하다. 역사나 과학의 지식을 피하고 부정하며 지나가는 것은 스스로 확증편향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진화론이나 신의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하는 모양만 갖추고 흘려버리는 것이 바로 회피이다. 성경에 없는 지식은 진리가 될 수 없다는 식으로 종교에 도전하는 지식을 외면하는 것은 부정이다. 세속적인 지식도 모두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진리는 성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세속적인 지식도 과학도 모두 하나님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과정이다.
--- p.128
심리학에서의 자기애는 타고나는 것이다. 태어날 때 우리의 눈의 조직들이 미숙하여 사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눈의 신경 조직의 수초화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갓난아이가 보는 세상은 성인이 보는 세상과 달라 모든 것이 분명치않다. 어머니 배 속에서 막 태어난 인간은 사물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생후 24주가 되어 신경조직의 수초화가 완성된 후에야 어머니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그 다음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그들이 어머니와 다르다는 것을 식별하고 비로소 남과의 관계가 시작된다.
--- pp.149~150
인간의 사고에는 두 가지 모드가 있다. 하나는 ‘논리-과학적 모드’로 정규적인 논리와 철저한 분석 그리고 합리적인 가설로 유도되는 과학적 과정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와는 상반되는 ‘이야기 모드’의 사고다. 이는 인간의 경험을 지적으로 이해하고 진리의 조건을 밝히는 것보다는 시간에 따라 전개되는 일들을 연결시키는 과정이다. 이때 정확성과 확실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전망이다. 이야기 모드에서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의 세상에 직접 참여하면서 그 경험을 자유롭게 해석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동시에 저자가 된다. 이야기 모드에서는 주인공의 의식으로 주관화된 내용들이 현실로 묘사되기 때문에 이미 알려진 ‘확실한 것’이 아닌 가능성이 발현된다.
--- pp.215~216
선진국의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는 동성애자는 한국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특히 사회적 차별이 거의 없어진 나라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동성애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떳떳하게 알리고 산다. 동성애자인 뉴스 앵커도,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도지사나 상하원의 의원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과학자, 베스트셀러 작가들 그리고 연예계의 유명한 배우나 음악가, 나아가 굴지의 교향악단 지휘자와 연주가 중에도 동성애자들이 있다. 일반 국민들도 동성애가 무엇인지 지식으로 알고 있고 그들의 성적 대상 선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차별 없이 더불어 살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이 된 한국의 의식 수준은 안타깝게 이에 미치지 못한다.
--- p.250
성경에 인간의 죽음에 대한 구절들은 많으나 구체적으로 죽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영생에 대한 말씀은 성경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으나 영생 자체에 대한 말씀은 없다.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 없고 죽어 보지 않고서야 죽음이 어떤 상태인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세기에는 인간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하나님을 떠난 죄 때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의 죽음은 3일간이었고 다시 부활하셨으나 죽으신 동안 어떠했는지 남기신 말은 없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 후 약 4천 년이 지나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인간의 죄를 대속하여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고 3일 만에 부활하시고 또 하늘에 오르신다. 이것도 끝이 아니다. 예수님은 다시 재림하셔서 인류가 구원받고 영생을 얻는다. 이 죽음과 구속과 영생의 연결이 없으면 기독교는 없다.
--- pp.385~386
종교의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할수록 내가 믿는 기독교의 세계관이나 성경에 쓰인 내용의 한계를 알게 되었고, 기독교도 결국 종교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신앙에 많은 변화를 안겨 주었다. 나는 이 변화가 하나님을 멀리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오히려 시대에 따르는 변화에 보조를 맞추고 더 위대한 우주적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나의 신앙을 보다 원숙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해 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나 모순도 새로운 시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의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은 과감하게 모른다고 말하고 믿어지지 않으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pp.428~429
🖋 출판사 서평
“보편적인 언어와 표현으로 진리를 탐구해보는 시간”
인간의 본질을 정신의학과 종교를 통해 들여다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철학과 신학 역시 그렇다. 가까이하자니 낯설고 거리를 두자니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철학의 근본은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무수한 현상과 사물의 기능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품는 일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대다수의 서적은 어려운 개념과 학문적 용어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사람들은 읽기가 어렵다. 명실상부한 정신의학자 이호영은 특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하여 보통의 사람들 역시 철학, 신학, 과학, 역사와 같은 깊은 지식을 만나볼 수 있는 묘책을 마련했다. 쉬운 언어와 상식적인 표현을 매개로 한 인문서를 펴낸 것이다.
『90세 정신과의사, 인간과 종교를 말하다』는 인간의 본질을 빈틈없이 해체한다. 타고난 생존력과 회복력을 시작으로 공포와 불안, 공격성, 이타성과 이기심 같은 인간을 이루고 있는 면면을 탐색한다. 특히 정신과의사로서 동성애자들을 치료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한국의 기독교 대부분에서 죄악시하는 동성애를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동성애자들 역시 ‘이웃 사랑’ 계명에 나타나는 이웃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세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제시한다. 모두의 언어로 학문적인 지식을 명료하게 풀어낸 이 책에는 아흔 생 끝에 깨달은 선생의 무수한 지혜와 가치가 살아 움직인다.
“종교는 끊임없는 질문이다”
학문으로서의 종교, 신앙으로서의 종교에 대한
이성적이고 솔직한 사색
이 책을 이끄는 주된 목소리는 단연 작가의 회고와 사색이다. 이호영은 모태신앙의 크리스천이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하나님’으로 대변되는 기독교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던 교인이었다.
“근본주의 신앙으로 하나님의 절대성을 믿고 성경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도들을 보면 그 흔들리지 않는 신앙이 참 부럽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종교의 신비 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아 생기는 회의와 갈등을 합리화로 부정하는 변론들이다.” (244쪽)
하지만 선생은 “왜?”라는 의문을 품는 것으로 자신의 종교적 세계를 제한시키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치에 맞지 않은 논증은 과감히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종교와 예수를 절대적 존재가 아닌 공부하고 증명해야 할 학문적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90세 정신과의사, 인간과 종교를 말하다』에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의식의 확장’과 ‘새로운 상상’의 근간이 되었다. 선생이 출생한 1930년대의 일제강점, 만연했던 가부장주의를 고려했을 때 저자가 피력하고 있는 사유는 오늘날의 어떤 현인보다 이성적이고 진화된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로 병든 인류, 과거에 고착되어 있는 종교
혼란한 세상일수록 실천해야 할 “지속적인 공감과 사랑”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언행이 있다. 특정 사상, 편협한 가치관, 좁은 시야에 갇히지 않은 학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뢰가 있다. 이호영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과거를 촘촘히 플래시백하며 그것을 토대로 학문적 지식을 넓히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해나갔던 자신의 삶을 이 책에 담았다.
“나는 하나님의 신성과 절대성을 믿지만,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신이 무엇인가? 하나님이 인격체로 존재하는가? 하나님이 실체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으로 추상적인 것인가? 창조하신 자연과 그 법칙을 깨고 하나님이 다시 자연이나 인간사에 관여하시는가? 같은 물음으로 고민하는 것이 건전한 신앙이라고 생각한다.”(242쪽)
『90세 정신과의사, 인간과 종교를 말하다』는 “하나의 소문화로 전락한 한국의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한 신앙인의 애정 어린 고백이다. 정신의학자가 보여줄 수 있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다. 저자는 진보적이고 철학가적인 면모를 책 곳곳에서 드러내지만 그것을 풀어낸 언어만큼은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이다. 오랜 세월 스스로에게 바라온 “새로운 전망”과 “의식의 확장”을 최대한 많은 독자들과 함께 느끼고자 했던 마음 때문이다. 그간 철학과 신학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들에게, 인간의 본질을 쉽게 이해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저자가 그토록 염원해온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함께 체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소중한 유산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