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의 시골일기
자전거 단골 할래요
짱뚱이(이덕숙)
마을도서관에 찾아오는 꼬마손님 예나가 글을 썼습니다.
자전거
이예나(초등 3)
나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
근대 나는 두발 자전거를 못한다.
오늘은 짱뚱셈자전거로 연습할 것이다.
오늘도 배워야지
예나는 올해 열 살입니다. 저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요. 예나는 글쓰기할 때 글을 쓰고 싶지 않아 글을 쓸 수 없는 온갖 이유를 갖다 대다가도 글신(글을 잘 쓰게 도와주는 신^^)이 들어온 날에는 30초 안에 휘리릭 종이 한 장 가득 채워서 탁자 위에 떡하니 두고 “이제 됐죠?” 하고 나갑니다.
요즘 예나는 자전거 배우기에 한창입니다. 친구인 경록이도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서 서로 자전거 안장에 오르겠다고 티격태격 입니다. 예나는 퉁퉁하고 눈이 예쁜 친구입니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세레나 허’를 닮았다고 학교선생님이 그러셨다고 하며 또 툴툴대네요. (진짜 닮았는데. 히히) 친구인 경록이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선한 눈매가 매력인 저의 그림 사부입니다. 요즘은 경록이가 저에게 그림을 가르쳐줍니다. 흰 종이를 앞에 두면 모든 준비 끝. 그림그리기 1교시에 매서운 눈으로 변한 ‘경록샘’이 ‘캐릭터 똑같이 따라 그리기’를 냉철하게 가르쳐 줍니다. 짧은 민소매에 멋진 귀걸이와 장신구를 한 부츠 신은 이쁜 언니들을 똑같이 그려내라고 저에게 주문하고는 이내 빨간 펜을 들고 “음. 여기 다리는 가운데가 볼록하지 않게 그렸군요. 오호. 이 머리카락은 덜 구불거리게 그려야 하는데 아직 실력이 부족해요.” 그러면서 인색 맞게 60점을 줍니다. 저는 옆에서 “선생님. 좀 쉬운 그림으로 내주시면 더 열심히 그리겠습니다.” 그러죠. “나는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 테니 그 때까지 이 과제를 다 그리도록 해요.” 이러면서 숙제도 내줍니다.
귀찮은 것은 무엇이든 내일로 미루는 예나와 궁금한 건 못 참는 호기심 쟁이 경록이는 성격은 한참 다르지만 자전거 배우기는 너무나 좋아해서 두 아이를 양팔로 잡고 함께 자전거를 태워주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가벼운 경록이를 태우면 약간 경사진 곳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그 큰 눈에 불을 뿜는 예나의 “아 고만 올라가고 나~ 나~ 나를 태워줘야죠” 라는 외침을 견뎌야 하지만요. 자전거를 돌려 경록이를 내려주고 예나를 태울라치면 경록이가 “저도 같이 옆에서 뛸게요.” 그러면서 예나의 신경을 거스릅니다. 두 녀석 모두 아직은 자전거 타다가 넘어지지 않아서 앞으로도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줘야 해요. 자전거를 타다 사귄 앞 집 산호다방 ‘귀욤이’ 강아지도 예뻐해 줘야 하고요.(예나가 강아지 이름을 지어 주었지요) 겁이 많아 작은 강아지 만지기도 어려웠던 예나는 제 장갑을 빌려 끼고 ‘귀욤이’를 번쩍 들어 봅니다. “강아지 무서운 줄 알았는데 입에 제 손을 넣으니까 살짝만 깨물어요. 그럽니다.
해질녘 즈음 예나가 저한테 그러네요. “저 자전거 단골 할래요.” 단골손님 예나의 자전거타기는 내일도 계속 되겠지요.
자전거 단골 할래요.hwp
첫댓글 아이들 글 맞춤법이 틀린 것 고치지 말고 그대로 실어주세요
다음에 가면 이 아이들 직접 한 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