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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은 ‘환구시보’를 통해 아시아에 ‘미니 나토’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 결과는 개입을 의무화하는 조약이 아니고 31개 회원국을 가진 나토와는 달리 호주·영국·미국으로 구성된 오커스(AUKUS),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쿼드(QUAD)와 더불어 국가 간 소규모 연합들의 ‘조각보’(latticework)에 가깝다는 점에서 나토와는 다르다.
나토와 굳이 비교하려면 그동안 유럽과 아시아가 가지고 있었던 협력 네트워크의 구조를 봐야 한다. 유럽은 나토를 통해 모든 국가가 다른 모든 국가와 연합하는 ‘다자간 네트워크’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면 아시아는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일대 일로 협력하는 ‘방사형 네트워크’ 형태였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고 일본과 미국은 동맹이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는 텅 비어 있는 형태이다.
악화한 한·일 관계 바로잡아야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다자간 네트워크는 힘을 분산시키고 방사형 네트워크는 힘을 집중시킨다. ‘어부지리’의 고사성어가 바로 이 상황을 지칭한다. 지난 몇 년간 한·일 관계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힘을 빼는 형태인 것이다. 빈칸이 채워지면 한·미·일 관계에서도 한국의 협상력은 오히려 올라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주일 미국대사인 람 이매뉴얼은 며칠 전 브루킹스 연구소 포럼에서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의 전략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첫 번째 동맹과 두 번째 동맹이 결코 함께할 수 없으리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한·미·일 삼자간 협의는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걱정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무역의존도 1위를 차지하기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특히 남중국해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담긴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놓고 중국이 민감해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왜 이렇게 스스로를 검열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책임
우리는 스스로 검열하는데 중국은 필요할 때마다 거침없이 우리에게 보복한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하지 않는 ‘핵심 가치’를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치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실리만 따지기 때문에 한국은 실리로 위협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우리가 먼저 심어준 것이다.
우리의 가치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의 핵심 가치만은 훼손하지 않아야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캠프 데이비드 문건을 채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것이라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질적으로 전환해야 할 상황이었고, 일단 첫 단추를 끼웠다. 변화에 따르는 불가피한 비용을 잘 관리해갈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남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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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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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e****2023.08.24 15:40
어떤 경우에도 양보하지 않는 '핵심 가치'?? 한국에 그런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ㅋ 한국이 소멸하면 곤란한 주변 강대국은 없다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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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23.08.24 15:36
장 교수님, 중공에 백번 말해본 듯 별효과 없습니다. 우리보다 더 앞세웁니다. 정의, 공평, 자유, 인권 등 모두 그들이 입에 걸고 살고 있는 구호입니다. 백번의 말보다 한번의 단호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최근의 탈북자의 북한에의 송환문제에서 인권문제에는 한국이 양보가 없음을 보여 줌이 좋은 것입니다. 반듯이 단호한 행위가 뒷바침해야 합니다. 한번도 그런 행위를 한국 정부가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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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2023.08.24 12:03
맞다! 서로 존중해야하는데 중국은 대국이라는 자만심에 이걸 빠트렸다. 특히 우리니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반발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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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ho****2023.08.24 11:21
사회학자면 이런 말보다 어떻게 평화 공존할지좀 연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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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a****2023.08.24 10:25
중국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나라였다면 양국 관계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다. 이제와서 그런 말이 중국의 자세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제로다. 그런 상대에게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소 앞에서 경읽는 것처럼 공허하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력으로 보여주는게 낫다. 문정권 5년 동안 요지부동이던 중국도 정권교체 후 1년 남짓한 사이에 이미 자세를 달리잡고 있는 것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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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a****2023.08.24 04:01
“핵심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말에 특히 이의를 달 지는 않는디—- 중국의 대만 침공 획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하여는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함이 좋겠다—- 그러나, 미국 말을 따르고, 미국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핵심 가치”는 아니다—-우크라이나에 힌국의 돈과 무기를 대라고 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늘려달라고 눈을 부라리면서, 보조금 혜택은 안주는 미국의 처사에 는 찍소리 못하는 것은 핵심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