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치적 결사체다.
반면 국회의원은 정당의 구성원이기에 앞서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이 두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
정치인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맞닥트리게 된다.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신념과 판단을 지킬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내린 선택이야말로 그 정치인의 진정한 민낯을 보여준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에서 이소영 의원은 기권을,
곽상언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당이 오랜 시간 검찰개혁의 완성을 외치며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법안
앞에서,
두 의원은 당론에 따르기보다 자신들의 판단에 따른 다른 길을 선택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 하면서도 한편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당이 오랜 시간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추진해 온 핵심 법안에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은,
개혁의 방향에 대한 이견을 넘어 당의 결속력을 흔드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소영 의원의
기권은 신중론이었다.
그는 검찰 권한 축소라는 방향 자체보다,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공백을 문제
삼았다.
경찰 수사의 오류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피해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검찰 없는 수사 체계가 국민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였다.
그렇다면
민주당 주류는 이러한 우려를 모르고 찬성표를 던졌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검찰개혁의 과정마다 반복돼 온
'속도
조절론'이
결과적으로는 기존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기억하고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완벽한 제도와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현실을 누구보다 절감해온 그들이기 때문이다.
곽상언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여러 차례 당론과 다른 선택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을
분명히 드러냈다.
심지어
'검수완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이 아니었다며,
이를 노 전 대통령의 의지인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맞서기까지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상징성과 민주당 내 정치적 기반을 고려하면
누구보다 신중한 행보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논란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한편에서는
"조직의
논리보다 자신의 신념과 판단을 우선하는 소신파"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소신이 너무 잦다보니,
공동체의 결정과 당의 전략을 무시하는 듯한 독자적 행보라는 비판 역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소신과
판단을 지키는 것은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정당이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없다면,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독선이다.
정당정치의 원리를 외면한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일 수는 있어도,
정당인으로서는 결격에 가깝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이소영
의원과 곽상언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당론에 순응하기보다 논란을 감수하는 길을 택했다.
그들의 선택이 훗날 개혁의 빈틈을 메운 소신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정당정치의 기본 질서를 무시한 독단과 오판으로 남을지는 정치권이
아니라,
결국 유권자의 표가 평가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