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드라이브 길, 볼리비아 알티플라노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길을 손꼽으라면
우유니에서 칠레 국경까지 1박 2일 알티플라노 고원 드라이브길
황량한 벌판 같지만 지구의 지각변동의 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성난 안데스 산맥에 어찌 이런 평평한 지형이 생겼는지 의아할 따름
새벽 3시에 일어나 별샤워를 하고 4시 반 출발.
이때부터 동이 트기 시작.
태양이 설산을 비추니 바위산은 주황색으로 물든다.
만년설과 호수, 라마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4500미터 고개를 몇 번을 넘는지 모른다.
고산증에 머리와 가슴은 고통스럽지만 생경한 풍경에 눈과 심장은 호사를 누린다.
원시지구의 속살을 보는 것 같아 가슴 벅차다.
화산이 만들어낸 풍경, 세상을 다 담은 거울 호수, 빙하가 쓸고 간 지형
파랑, 빨강, 초록 호수 색깔도 제각각
바람이 만들어낸 천태만상의 바위
잽, 스트레이트, 훅 등 권투에서 맞을 펀치들은 다 경험했으니 난 완벽한 KO패다.
행복한 패배
내가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바로 옆에서 프라멩고가 설산을 배경 삼아 먹이활동을 한다.
참으로 기묘하고도 평화로운 풍경이다.
지하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내일의 태양
대지에선 연기가 가득 피어오르고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지구의 심장 박동은 나랑 한 몸이 된다.
이 척박한 땅에 비쿠냐, 비스카차 야생동물이 살고 있고
물고기 한 마리 없는 붉은 호수에는 플라멩고가 비상하고 춤을 춘다.
이런 세상을 처음 만났으니 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해발 4500미터에 머리는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5000미터에 이르렀을 때는
정신이 혼미해졌고 어떻게 국경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1시간은 사경을 해멨다.
이러면서 나도 모르게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점을 찍은 것이다.
칠레 국경을 넘어 리칸카부르 산 아래로 내려가니 귀신같이 고산증은 사라졌다.
편안한 유람이 아니라
고통까지 감내해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
젊은 기사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연신 코카잎을 씹으며 척박한 땅을 질주한다.
운전자도 동승자도 고통스러웠지만
돌이켜보니 비포장길 사륜차가 내뿜은 그 먼지마저 예뻤다.
내가 알티플라노를 무진장 사랑하는 이유다.
첫댓글 저도 제 인생 최고의 드라이브 길은 알티플라노 고원길.
머리는 깨질듯 아프고
숨도 안쉬어져 고통스럽지만 절경을 보면 자동 사진 찍기^^
그렇게 높은 곳에서의 온천욕은 아마 다시는 못해 볼듯요.
그저 꿈 같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