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도둑들이 영화의 중심부에 포진해 있는 영화는, 그것이 비록 불법적인 것이라 해도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거액의 현금이나 금괴를 훔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치밀한 작전계획이 필요하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다양한 작전, 그리고 최첨단 장비의 등장은 관객들에게 지적 쾌감과 정서적 흥분을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또 대부분 도둑 집단들은, 이질적인 성분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상호 갈등과 충돌이 영화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하나의 장르로 형성되지는 못했지만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라고 불리우는 도둑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이렇게 그 소재가 갖고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 때문이다.
1969년 마이클 케인 주연의 파라마운트사 영화 [이탈리안 잡]이, 게리 그레이 감독에 의해 다시 리메이크 되었다. 이번에는 튜린의 피아트 공장으로 수송되는 400만불의 금괴가 아니라,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있는 3,500만 달러의 금괴이다. 전형적인 도둑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이탈리안 잡]은 거액의 금괴 강탈, 그리고 도둑 내부의 배신과 통쾌한 복수로 구성되어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빠른 속도감이야말로 [이탈리안 잡]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디아블로]로 주목받고 있는 게리 그레이 감독은 CF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감독답게, 속도감 있는 편집과 스타일리쉬한 연출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비록 관습적인 구성을 답습하고 있지만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금괴를 강탈하는 도입부 씬의 멋진 연출이라든가, 소형차의 대명사인 미니팝 자동차를 개조해서 로스 엔젤레스 도심을 관통하며 추격씬을 벌이는 장면의 연출은 액션 영화의 전범을 보여줄 정도이다.
특히 L.A 추격씬의 핵심 역할을 하는 소형 자동차 미니팝은, 그것이 비록 자동차 회사의 상술에 의한 PPL이라고 해도 교통체증으로 꽉막힌 거대도시의 골목길과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 지하의 철로 위까지 마법처럼 질주하며, [이탈리안 잡]의 히든 카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리버 보트를 이용해서 종횡무진 운하를 질주하며 경찰과 금괴 주인의 추격을 따돌리는 물 위의 추격씬과, 수많은 차량이 운집해 있는 거대도시 L.A에서 컴퓨터 해커를 이용하여 교통망을 마비시키며 헬리콥터 추격까지 따돌리고 금괴 탈취에 성공하는 지상의 추격씬은, 전후반에 각각 배치되어 아드레날린 분출을 극대화시킨다.
컴퓨터 해커, 폭약 전문가, 최고의 카레이서, 더구나 미모의 금고털이 전문범까지 합류된 도둑팀을 지휘하는 사람은, 최고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찰리(마크 월버그 분)이다. 그는 배신한 동료에게서 다시 금괴를 빼앗아 오는 것과 죽은 보스(도널드 서덜랜드 분)의 복수를 동시에 수행한다. 감성적으로 묘사된 찰리의 캐릭터 때문에 우리들은 그들이 도둑이라는 것을 잠깐 잊어버린다.
리메이크 작품이 범하기 쉬운, 원작에의 과도한 경사나 혹은 원작과 지나치게 달라지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이탈리안 잡]에는 없다. 원작의 새로운 해석은 없지만, 상업 액션 영화로서는 더 이상 부족할 것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구성과 연출, 거기에 노장 도널드 서더랜드나 이중적 악인에서 순수한 선인까지 다양한 얼굴을 가진 에드워드 노튼과 박중훈의 헐리우드 진출작 [찰리의 진실]에서 주연을 맡은 마크 월버그, [데블스 애드버킷]의 찰리즈 테론 등이 각각 적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의 앙상블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