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탄이라는 지명을 아시는 분이 계시는가?
이 질문을 드린다면 30대 이상에서는 대부분이 Yes를, 20대 이하에서는 No를 외칠 것이다.
왜냐하면 1995년 평택과의 합병으로 인하여 도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995년 이전까지 미군, 부대찌개 등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졌으나,
이제는 평택의 한 지역으로서 역할과 영향력이 크게 축소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송탄이라는 지명 인지도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도시가 사라진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송탄을 아는가의 여부로 세대 차이를 느낄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송탄터미널도 도시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첫 시작은 평택보다 더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한때 터미널이 없어지기까지 했던 흑역사를 거쳐
지금은 오산, 평택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다사다난한 아픔을 겪은 송탄의 현재 모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머리로 아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기에, 현재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발로 뛰었다.
송탄터미널은 송탄시 구도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의 터미널이 만들어진 것은 1993년 1월 26일로서,
그전에는 서북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곳(현 국민은행)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건설할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다.
이미 쇠퇴 중인 구도심 안에서 터미널을 옮긴 것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조성된 지산동, 서정동 택지지구로 송탄 상권이 이동하면서
구도심의 몰락이 시작되었는데, 하필 이때 터미널이 문을 연 것이다.
더군다나 개통 2년 후에는 송탄시가 평택과 합쳐지면서 송탄이라는 행정구역이 사라졌고,
따라서 송탄은 독자성을 잃고 평택에 종속화되어 터미널 또한 같은 길을 걸었다.
그래서 송탄터미널은 개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2008년, 2011년 사진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쇠퇴하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나마 이때는 정상적으로 영업이라도 했지,
2016년 6월부터 약 1년간은 터미널이 폐쇄되고 길가에 정류장으로 운영하는 흑역사를 겪었다.
2017년 리모델링 복귀 이후에도 여전히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지금도 일부 시외버스 노선은 길가에 멈춰선다.
건물은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것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오렌지색 벽돌에서 회색빛 재질로 디자인이 바뀌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그니처였던 '송탄터미널', '송탄시외버스공용터미널' 간판이 모두 사라졌다.
사실은 터미널 간판이 아예 사라지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송탄역 / K55정문 방향 구석으로 옮겨져 여전히 자신이 버스터미널임을 드러낸다.
지저분한 간판이 조금 정리되어 이전보다 깔끔해지기는 했으나,
정작 터미널을 알리는 간판이 뒤로 꼭꼭 숨어 찾기가 보다 어려워졌다.
이렇게 바뀐 이유는 2016년~2017년 사이에 송탄터미널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2016년 5월까지는 터미널 소유주가 '개인'이었으나,
지금의 터미널 소유주는 'KD그룹'이다.
즉, 소유주가 바뀔 만큼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현재의 대합실은 간판 위치와 함께 건물 구석으로 옮겨온 상황이다.
과거에는 건물 1층 정중앙을 차지했었으나 리모델링 후 비좁은 구석으로 내몰린 모양새이다.
훨씬 깔끔하고 간소해졌으나 나름 규모를 갖췄던 시절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느낌이 없지 않다.
과연 이렇게까지 터미널이 바뀐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가?
자세한 내막을 여기에 적기엔 글이 길어져서 링크로 대체한다.
http://www.newstow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11
2014년에 기존 소유주가 상속세를 내지 못해 땅이 경매에 부쳐졌고,
이를 전문적으로 차익을 내는 회사가 사들이면서 터미널 사용료를 대폭 올려달라고 요구했으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소유주는 소송을 걸고 승차홈을 못 사용하게 횡포를 부렸고,
결국 버티다 못한 회사들이 터미널에서 철수하고 노상 정류장을 사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파행 운행까지 갈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자,
결국 평택시가 2016년 10월에 다시 땅을 사들이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23일 재개장과 함께 KD가 터미널 공식 소유주가 되어 지금에 이른다.
한마디로 주인 잘못 만나 몸 고생 마음고생한 불쌍한 터미널이다.
가장 피해를 보았던 사람들이 버스 이용객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행히 평택시의 매입, KD의 운영으로 다시금 안정화되면서 이러한 갈등은 옛일이 되었으나,
긴 시간 누적된 피해는 결코 되돌이킬 수가 없다.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송탄터미널은 수많은 버스가 지나가는 주요 터미널이다.
하루 1,230명이 사용하는 평택의 주요 버스터미널로서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서울행을 제외하면 횟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나,
절대적인 수치만 보아서는 이렇게 파행될 만큼 상황이 나빠질 이유가 없다.
하루 평균 이용객을 보면 서수원(480명), 화정(400명) 등 대도시 보조 터미널은 물론
안성(1,200명)보다도 많으며 평택시외(1,600명)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송탄터미널은 평택의 제2터미널임에도 훨씬 큰 도시인 수원, 고양 제2터미널 이용객의 3배이며,
제1터미널의 3/4 수준으로 대등한 위치에 맞서는 포지션이다.
노선과 이용객 수를 보면 송탄시가 사라졌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지도가 낮을 뿐,
지역 내에서 송탄은 여전히 평택과 맞먹는 역할을 감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송탄터미널 이용객 및 이동 패턴을 보면 결코 평택을 보조한다고 말할 수 없고,
평택 북부에서 독자적으로 승객을 끌어모으는 종주적인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송탄터미널은 잠시나마 파행에 이를만큼 여러 이권에 얽매여 이리저리 끌려다녔고,
더 전에는 소유주 재정 문제로 관리가 전혀 안 된 채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리모델링 이전에는 위 사진의 판다 그림이 걸린 판다아울렛/DC백화점 간판 쪽이 대합실이었는데,
그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낡고 오래된 시골 버스터미널 느낌이었다.
이곳이 1993년에 개장했다고 하면 믿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리모델링하면서 건물을 완전히 뜯어고쳐 대합실은 구석에 내몰렸고,
대합실로 사용되던 공간은 이제 상점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승차장이 대합실과 다소 떨어지게 되었고,
KD가 그걸 의식해서인지 대합실 내 의자를 푹신한 쿠션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리모델링 전 흔적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화장실은 대합실과 완전히 반대 방향에 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생긴 엄청난 홍역은 이제 끝이 났다.
송탄은 평화로워졌고 송탄을 지배하는 KD 보라돌이 버스는 한가로이 주차장을 거닌다.
리모델링을 전혀 하지 않은 주차장은 여전히 세월의 때가 물씬 느껴지고,
그 뒤로 보이는 3층짜리 건물들은 오랜 구도심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합실이 구석으로 밀려나면서 이용객들이 불편한 점이 많아졌다.
아까는 화장실 등을 이야기했지만 승차홈도 마찬가지이다.
하차장이 대합실에 가깝게 붙으면서 1번 플랫폼이 대합실과 가장 멀리 떨어진,
일반적인 버스터미널과는 반대로 구조가 짜였다.
바로 그 1번 플랫폼 뒤쪽으로 연결된 화장실은 유일하게 리모델링 전 모습이 간직된 곳이다.
10년 전 당시의 기억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곳은 몇 년 전 파행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고덕국제신도시가 건설되면 송탄터미널도 그쪽으로 이전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서정리역에 환승센터를 만들어 동대구, 수원, 송내, 오산처럼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송탄터미널의 지금 모습은 이사를 가기 전 잠깐 숨고르는 정도로 기억될 것이다.
신도시로 옮기면 시에서 관리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송탄터미널의 암울한 역사는 완전히 끝이 난다.
빠른 시일 내에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겠지만,
아무쪼록 송탄터미널은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 한다.
과연 옛 송탄시 시절의 영광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먼 훗날 그려질 모습을 생각하며 짧은 여정을 마친다.
첫댓글 kd박에 안보이는군요
완전 KD 텃밭이 되었죠
송탄이 과거에 시였다는 사실 처음 알게 되었네요. 추후에 평택역 옆에 있는 고속,시외버스터미널 리뷰를 기대해봅니다.
네. 동두천, 광명과 같이 시로 승격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평택시내보다 일찍 도시가 되었죠.
동선을 정확히 아시는군요 ^^ 다음 편도 곧 올리겠습니다~
11년전에 올렸던 사진들과 비교하면 많이 바뀌진 않았지만 일부는조금씩 바뀌었네요
터미널주인이 개인에서KD로 바뀐점과 건물조 리모델링된점 시간표도 약간정리된점 빼면 크게 달리진건 없네요
주변 풍경은 그대로인데 터미널만 확 바뀌었습니다.
사실 화장실, 승차장 벽면, 주차장 등등 리모델링되지 않은 부분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대합실 위치가 바뀐 것만 해도 이용객 입장에서는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죠. :-)
송탄터미널 규모가 제법이군요. 인근 서정리, 진위면까지의 수요가 확실히 흡수된다면 거의 평택수준입니다.
경기도내 틈새노선 및 타지역 노선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평택/송탄 기점 및 경유지).
이 곳은 그야말로 KD덕택에 안정도 되고 수요창출도 이뤄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KD 텃밭이 된게 아쉽기는 합니다만, KD 덕분에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ㅎㅎ
진위, 서탄, 고덕면 일대가 송탄 생활권이어서 터미널 수요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되는 것 같습니다.
노선에 대해서는 고덕국제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오산,송탄,평택을 운행하던 성호여객,경기 서울여객(현 경기 서울고속)이 생각납니다.
한남동 터미널 시절에 성호여객(동아 HA30) 타고 평택에 놀러 간 기억이 납니다.
한남동 터미널은 80년대 초 장충동,약수동에서 신사동 방향 한남고가 차도 옆 주유소 한켠에 간이영업소 식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사진으로 남겨두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사진 잘 보고 갑니다.
한남동에 버스터미널이 있었다는건 처음 들었습니다. 좋은 추억을 공유해주시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서 감사드립니다 :)
송탄과 평택의 관계를 보면 문경과 점촌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한 지역이 되었지만 주요 시가지나 터미널 등은 독자적으로 수요를 확보하는 관계가 평택과 송탄의 관계 같다는 생각입니다. 대체로 보면 경부선 광역전철이 커버하지 못하는 수도권의 큰 도시들로 노선들이 제법 횟수가 많아 보입니다. 평택을 비롯해 서해안권 일대의 공업지대 간 수요는 또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KD가 서해고속 노선을 인수한 뒤로 평택, 송탄, 당진에 걸쳐서 지역 기반을 제대로 확보한 모습도 역력합니다. 아울러 댓글을 통해 송탄이 광명과 같은 시기에 시로 승격했다는 것도 알아갑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는 문경과 점촌보다는 사천과 삼천포 관계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삼천포도 오랫동안 항구도시로 번영을 누렸지만 사천과의 합병 이후 사천읍 지역에 비해 눈에 띄게 개발에도 소외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있으니까요.(응답하라1994 방영할 때 잠깐 주목받긴 했습니다만)
KD가 기반을 굳힌 지역이 평택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택은 전혀 연고가 없었기에 조금 의외이긴 합니다.
송탄이 평택보다 시 승격이 5년전에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1995년 통합시 출범 당시에도 명칭문제로 5개월 늦게 출범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송탄이 먼저 시로 승격된 건 알고 있었지만, 통합시 출범이 늦어졌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여수의 삼려통합과 비슷한 관계였겠군요.
예전에 비해 리모델링해서 그나마 보기가 좋네요....지제역-강남역 m버스 개통이후 송탄-서울 남부행도 배차간격이 좋지요...서로 경쟁하는건지...
그러고 보니 M버스 개통 이후의 송탄-서울남부 수요가 어떻게 변했는 지 궁금하네요.
오산터미널도 KD에서 운영하더라구요
그런가요? 환승센터라 시에서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Maximum 예전에 오산터미널 가건물일때 부터 KD가 운영했구요.. 지금도 가보면 수화물 받는곳에 KD라고 써있습니다...
@Maximum KD그룹 홈페이지에도 오산터미널 영업소 나옵니다..ㅎㅎ
@[경남]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