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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은 없고 특혜만 있어
교통부는 택시업계를 다루는 미끼로서 「특혜」를 줄곧 활용해왔다. 『정부 시책을 잘 따르는 업자에겐 이런저런 특혜를 주겠다』는 식인데, 문제는 악덕업자들에 대한 처벌 없이 특혜만 남용하여 왔다는 점이다. 말 안 듣는 말(馬)에겐 몽둥이질, 잘 듣는 말에겐 당근을 주어야 규율이 서는데, 몽둥이는 버리고 당근만 들었으니 누가 주인을 두려워하겠는가. 처벌은 없고 특혜만 있는 행정은 『공부하면 과자 사 줄께』식의 회유적인 통솔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 특혜가 정말 잘 하는 업자에게 돌아간다면 그 부작용을 그냥 보아 넘길 수도 있다. 택시이권 사(史)를 훑어보면 법을 잘 지키는 사람보다는 권력을 업거나, 탈법을 일삼는 업자에게 결과적으로 특혜가 돌아간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82년도 택시 우수업체 지역별 이중 삼중 등 지정상황 분석
준법하다가는 손해만 보게 돼 있는 것은 택시운전사뿐이 아니라 양심적인 택시업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61년부터 택시정책의 기본방향을 「직영화→기업화→대단위화」로 설정, 이를 추진해 왔다. 5·16직후인 61년 7월에 군사정부는 교통부 고시 654호를 통해 「앞으로 한달 안에 지입제 경영을 청산하고 완전 직영을 하지 않는 운수회사는 면허취소 등 강력한 행정조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61년 12월엔 자동차운수사업법을 공포, 사업자의 명의이용을 금지시킴으로써 지입제 경영을 불법화시켰다. 그러나 택시 등 운수업의 지입제 경영은 계속되었다. 지입제 경영이란 사업면허를 받아낸 사람이 여러 명의 개인에게 자동차영업권을 팔고 일정액의 권리료(지입료)를 받아들이는 소작식 경영형태다.
65년 9월 정부는 교통부 고시 1111호를 발표, 지입제의 존재를 묵인하면서 점진적으로 직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택시업체는 영세 지입 회사로 전락했다. 1974년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직영택시회사는 8.25%에 지나지 않았다. 교통부는 76년 6월 지입 택시의 차령이 끝나 대폐차(代廢車)를 해야 할 때는 사업주가 그 차를 다시 사들여 직영하도록 지시했다. 그 과정에서 사업주(면허권자)와 지입 차주 사이에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양심적인 업자들은 처음부터 직영을 했거나, 정부가 시키는 대로 지입 차들을 사들였다.
지금의 서울시내 2백 78개 택시업체 가운데 79년 이전에 그런 완전직영 회사였던 준법업체는 11개 사 뿐이다. 서울통운(당시 대표 김대균/金大均) 동성운수(방병혁/房炳赫) 신창운수(오문환/吳文煥) 중일산업(김덕조/金德調) 신양운수(김창현/金昌顯) 전진운수(김광재/李曠在) 원영운수(안종태/安鍾台) 대한상운(권녕선/權寧鮮) 현대통운(박문규/朴文奎) 풍림택시(임태선/林泰善) 은평운수(김수현/李壽賢)가 그들이다. 79년 4월 17일 정부는 직영화 특별보완조처를 발표했다. 택시회사의 완전 직영화를 위한 조처로서, 전국의 택시 회사에 지입되어 있던 1만4천54대의 개인차주 소유 택시들을 분리, 한시택시로 독립시켜 준 것이다. 정부는 「한시택시」란 변칙적 특혜로써 직영화를 이룩하긴 했다. 그러나 이 조처는 「탈법을 많이 할수록 이득도 많다」는 택시업계의 생존논리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탈법 많을수록 특혜도 많이 줘
한시택시 면허를 내주기 위해 지입차 신고를 받아보니 전국회사택시의 약 27%가 지입차였다. 지입 회사나 지입 차주는 운수사업법을 위반한 사람들(또는 법인)이다. 정부가 현실적인 구제조치를 취한 것은 이해한다 치더라도 별도로 이들의 법규위반은 벌금형 등으로 다스려 형식적이나마 법의 권위를 세웠어야 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는 약 30%가 공무원 출신인 개인 차주에겐 한시택시란 특혜를 주었을 뿐 아니라 위법 지입회사 측에도 특혜를 주었다.
〈사례6·위반업체에 더 특혜〉 지입차들이 떨어져 나가자 보유대수가 택시 회사의 최저면허대수(서울·부산은 50대, 기타 시는 20대, 군은 5대)를 밑도는 업체가 많이 생겼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대해 면허취소조처를 면제해주고 빠져나간 지입차 수만큼을 곧 증차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법을 어기면서 면허대수를 지입차로 많이 팔아먹은 회사일수록 증차특혜를 많이 받고, 법을 지켜 완전직영을 해온 업체는 그런 혜택을 못 받는 형편이 됐다. 면허권자가 면허대수를 몽땅 팔아치워 서류상으로 면허대수는 있으되 보유대수가 없는 서울의 두 회사는 면허 취소되었다. 화진교통은 면허대수 64대, 낙원운수는 면허대수 73대를 전부 팔아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대수를 팔고도 면허취소가 안된 업체도 있다. 예컨대 한독운수(서울관악구 봉천동·대표 기갑균/奇甲杓)는 면허대수 87대 중 77대를 팔았으나 아직 10대가 남았으므로, 새한택시(서울 동대문구 용두동·당시 대표 박학선/朴學善)는 면허대수 1백대 가운데 69대를 팔았으나 31대가 아직 남아 면허취소를 모면했다. 특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례7·분리허용의 특혜〉 정부는 79년 4월 12일 택시회사의 분리, 독립을 허용하면서 최저면허대수기준을 낮추었다. 정부가 추진한 택시정책의 최종 목표는 회사의 대단위화였다. 이를 위해 지난 73년 7월엔 택시사업 최저면허대수를 종전의 서울·부산 30대, 기타 시 20대, 군 10대에서 서울·부산 50대 기타 시 20대, 기타 5대로 높혔었다. 교통부는 이 최저기준을 서울·부산 20대, 시 소재지 10대, 군 소재지 5대로 끌어 내려버린 것이었다. 기업화 및 대단위화 정책을 1961년 이전으로 퇴보시키는 처사였다. 기업화를 위한 지입차 일소정책의 효과까지 무력화시킨 자가당착의 극치였다.
업자편의 따라 정책변경
대단위 회사라야 운전사와 시민들을 잘 대접할 수 있다고 줄곧 주장해 온 교통부는 갑자기 회사규모가 60대 이상이면 경영이 어렵다면서 소규모로 분리하도록 권장까지 했다. 정책변경의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껏 말이 많다. 대체로 기존 택시업자들의 요구에 행정이 끌려가는 식으로 처리되었던 것 같다. 서울의 어느 택시회사 사장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큰 회사를 소규모로 쪼개면 업자 측에는 몇 가지 득이 있지요. 우선 종업원수가 적어지니 노조결성이 어렵게 됩니다. 누진율이 적용되는 법인세도 적게 물고 무엇보다도 회사를 쉽게 팔 수 있읍니다. 아무래도 60대, 70대 짜리 회사보다는 10대, 20대 짜리 회사의 매매가 잘 되거든요. 또 분리하면 증차 때 유리해요. 요즈음은 보유대수 비율로 증차를 하지만 그때는 회사규모에 관계없이 회사별로 공평하게 증차 배정분을 나눠 가질 때이니 회사수가 많으면 더 받게 되지요. 큰 회사가 많이 분리됐는데 거의가 서류상의 분리에 불과했읍니다. 같은 차고와 사무실을 쓰면서 등기상으로만 두 회사로 되어 있지요』
어느 노조지부장은 『퇴직금을 안 주려고, 근속 1년이 임박하면 서류상으로만 있는 형제회사로 운전사를 보내 버리는 (물론 서류상으로만) 악덕 업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분리 허용으로 부산에선 한 사장이 7개회사를 거느리게 되는 경우가 생겨나는 등 택시업계는 변칙적 위장 분리에 의해 소 단위화 되기 시작했다. 분리 허용 직전인 1978년에 전국의 1개 택시 회사 당 평균 보유대수는 63대였다. 허용 직후인 81년의 그것은 3분의 1로 줄어든 18대였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20여 년에 걸친 교통부의 기업화, 대단위화 정책은 완전 실패한 것이었다. 성공한 게 있다면 노조조직 률을 떨어뜨리겠다는 업자들의 속셈이었다. 84년 4월 현재 노조가 결성된 전국 택시회사 수는 79년에 비해 약4분의 1, 조합원수는 거의 반으로 줄었다.
지난 6월 교통부는 대구 택시 기사 집단시위사건으로 부각된 택시문제의 개선책으로 대단위 신규업체 육성방안이란 걸 내놓았다. 기존업체가 영세하여 후생복지시설이 미흡하다면서 5백대 규모의 대단위업체 2개 사를 서울시에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정책을 세운 교통부장관은 60대 이상이면 경영이 곤란하니 작게 분리토록 하라고 했던 79년의 그 장관은 아니다. 그렇지만 업주나 정부의 필요에 따라 논리와 명분이 1백80도로 바뀌는 택시정책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회사는 있고 경영은 없는」게 택시회사라면 「정책은 있고 책임은 없는」게 교통행정인가? 행정에선 무원칙보다는, 나쁜 원칙이라도 있는 게 낫다고 한다. 나쁜 원칙이라도 있어야 국민들은 거기에 맞춰 행동을 통제, 적응, 예상, 조종할 수 있다. 행정의 무원칙은 정글상태를 초래한다. 정글에선 힘센 자나 요령 꾼 만이 살아남는다. 택시정책의 무원칙은 종국에 가서는 수많은 운전사와 승객의 불행, 그리고 허다한 인명상실로써 결산된다.
〈사례8·한시 택시에 또 특혜〉특혜를 준 사람은 받은 사람의 뒤를 계속 봐주게 돼 있다고 했는데, 한시 택시가 그런 경우다. 한시 택시차주들은 지난 81년 3월 대통령에게 시한철폐를 직소했다. 민정당은 한시 택시 구제를 국회의원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교통부는 82년 1월 30일 한시 택시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양도가 금지되었던 한시 택시에 양도특혜와 개인택시로의 전환특혜를 아울러 준 것이었다. 83년 말까지, 한시 면허 소유자와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중 개인 택시면허 유자격자가 있으면 한시를 개인택시면허로 바꿔주고, 한시 면허를 우수업체나 개인택시 소유자에게 파는 것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개인택시 면허자격도 한시 차주에겐 「무사고 3년」으로 대폭 완화해주었다.
특혜기간이 끝나가던 83년 12월 한시 차주들은 또 국회에 청원을 냈다. 이번엔 한시(늦어도 오는 89년까지는 모두 실효)를 영구사업면허로 바꿔달라는 대담한 요구였다. 조삼모사의 명수인 교통부도 이때는 결연한 거부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여야 국회의원 96명이 이 청원에 가세, 교체위원회에서 이틀간 집요하게 손수익(孫守益)장관을 몰아붙였다. 『행정의 일관성을 방어해야 한다』면서 孫장관은 애처롭게 버티었다. 국회의원들은 교통부가 과거에 수시로 정책을 바꿨는데 이것 하나 봐 줄 수 없겠느냐는 투로 대들었다. 결국 절충안으로, 한시 택시의 개인면허 전환시한을 86년 12월 31일까지 3년을 더 연장하는 것으로 타결이 되었다. 이 사례는 여자가 한번 정조를 잃으면 자기 몸 간수하기가 어렵듯이, 원칙을 잃은 행정은 권력 앞에서 무력해 진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속임수로 「우수」지정 받았다』
교통부는 증차, 면허대수 하향조정, 분리·독립, 한시택시, 개인택시, 콜택시 등등「특혜」라는 미끼상품을 마치 보험회사처럼 꾸준히 개발해 왔다. 최신상품이자 최대의 압권은 지난 82년에 내놓은 우수업체 제도다. 82∼86년 사이 해마다 우수업체를 선발, 86년까지는 모든 택시회사를 우수업체화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우수업체 합격자에겐 푸짐한 경품도 약속했다. 증차, 한시택시로 빠져나간 공TO의 보충증차, 부제해제가 3대 특혜. 이밖에 금융, 세제, 행정의 집중지원도 약속했다. 우수업체가 되지 못하면 자연도태 되도록 하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우수업체 신청자격으로 교통부는 4개 항목의 절대조건을 설정하고 있다. 월급제 실시, 완전직영, 사고지수 7이하, 차고가 법인 또는 대표의 소유 일 것. 심사는 지난해까지는 지역행정 기관이 1차, 최종심사는 교통부가 했다. 올해부터는 교통부가 모든 심사권한을 시도에 이양했다. 평점배분은 경영상태 2백, 종사원관리 1백20, 후생복지 1백70, 차고 및 정비 1백 80, 서비스 1백 90, 안전관리 1백80점 등 만점이 1천 점(별도 가산점이 있음)이다. 8백 50점 이상을 받아야 「우수」지정을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제다.
어마어마한 특혜가 걸린 「우수」를 따기 위한 업자들의 노력은 굉장했다. 그만큼 무리도 많았다. 83년 4월 27일 국회 교체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를 추궁했다. 인천출신의 민한당 김은하(金殷夏)의원은 『인천에서는 35개회사를 여러분(교통부)이 지정을 했는데, 인천시에서 올린 8개 업체는 9백 점 이상인데 탈락되고 9백 점 미만 업체가 올라갔어…남의 차고를 빌어 쓰고 있는 업체도 인천에서만 18개회사가 지정을 받았어요. 또 하나 우스꽝스런 것은 여러분의 기본방향이란 것이 대형화야. 대형화로 유도했는데, 지금까지 대형화 안하고, 한 사람이 5개 업체를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이 5개 업체가 이번에 다 우수업체로 지정 되었읍니다. 이래가지고 이게 순탄하게 넘어가겠읍니까?』
민정당 고귀남(高貴男)의원은, 『조사반이 온다고 사전에 통고가 오니까 어떤 회사는 탁구대를 빌어다가 탁 놓아두고…후생복지시설이라고 샤워장 시설을 해놓았는데 여러분 그 샤워장 수도꼭지 틀어보았어요. 수도하고 연결도 안된 샤워시설을 해 놓았는데 틀어보지도 않고 10분만에 왔다가서 우수업체다, 점수를 주었다는 말입니다. 웃지 못할 일은 교통사고가 많으면 실격이 되니까 사고를 내놓고도 신고를 안 해. 안 하니까 보험처리도 안되고 보상금을 업체가 부담해. 우수업체로 지정되면 증차가 되니까 그 뒤의 이익을 생각해서 자기들이 부담할 수도 있는데, 어떤 악질업자들은 운전사 월급에서 공제해 버렸어요』
『시도 공무원이 업자에 물려』
이에 대한 당시의 교통부 육운국장 김창원(金昶元)씨의 답변이 솔직했다. 『과거에 시, 도지시가 증차를 할 때는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을 모면하려고 균등 나누어 먹기 식으로 주었읍니다. 일부 도에서는 전국체전 등 해가 지고 대 당 5백만 원씩 받고 증차내주고, 기존업체가 반발할 적에는, 즉 증차하면 장사가 안 된다 할 때에는 장기간 증차를 억제하고 그래서 거액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었읍니다.……그 동안의 고충을 좀 피력하려고 합니다. 우선 시도 공무원들이 안일무사 한 평정을 했다는 얘깁니다. 기존 업체들한테 물려 가지고 근본자격도 없는데 추천하는 문제 있고…또 일부 탈락업체가 관계 요로에 진정을 하는 수도 있었읍니다. 시도에서 확인할 때는 내가 점수가 더 많았는데 교통부에서 와 가지고 이것이 뒤집어졌다 해 가지고….
그리고 또 시도지사에게는 83년도 분 증차인가를 지금 좀 보류를 해달라, 이다음에 또 우수업체를 지정할 테니까 그때 같이 해달라, 이번에 하면 우리는 못 먹지 않느냐 하니까 주춤주춤하는 시도지사도 있읍니다. 교통부 직원 10여명이 현지 심사를 갔다 왔는데 사기가 굉장히 저하되었읍니다. 관계요로에서…업체, 단체, 관계기관, 저명 인사들이 전화를 하고 직접 찾아들 오고 해 가지고 탈락사유해명에 대해서 시간을 과다히 소비하여서 업무량이 많습니다. 제가 그랬읍니다. 만약 나가서 코피 한 잔이라도 먹으면 사표를 받겠다. 다만 보리차 정도 먹는 것은 괜찮다고 해서 보냈읍니다. 인천교통에 인천시 공무원은 9백30점 매겼는데 교통부에선 7백 50점으로 평점, 탈락 시켰읍니다. 그렇게 된 사항을 말씀드리면 시에선 정비를 잘 한다고 40점을 주었는데 우리가 가보니까 정비관리자도 없고, 그래서 10점을 주었읍니다. 시설 소유상태도 자기소유로 보고 인천시는 70점을 주었는데, 김성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임대를 한 것을 밝혀내고 35점을 주었읍니다. 이런 것을 볼 적에 아직 시도 공무원들한테 맡길 그런 시기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