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47 ( 광양 백계산 옥룡사지 –광양 와인동굴 –구봉산 전망대 -백운온천)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린다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따뜻한 방에서 휴일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그지없이 편안한 날씨임에도 여행을 떠나는 일에 멈추지 않기로 한다. 일상을 멈추면 세월도 잠시 멈추어 준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머무르는 순간까지 세월은 흐르고 있으니 무엇이라도 또는 어디라도 떠날 수 있는 순간까지 살아 펄펄 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선한 의지로 출발한다. 이번 주 여행코스로는 광양 백계산 옥룡사지를 들러보기로 한다. 사실은 동백꽃 군락지를 검색하다 보니 광양 옥룡사지 동백꽃이 유명할뿐더러 그곳에 운암사가 있었다. 옥룡사는 통일신라 말의 뛰어난 고승이자 한국풍수지리의 대가인 선각국사 도선이 35년간 머무르면서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다 입적한 곳으로 우리나라 불교역사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천년의 불교 성지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사찰 옥룡사는 1878년 화재로 인해 소실되었고 인근에 운암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현재의 운암사는 1993년쯤에 종견 스님이 중창했다고 한다. 우리는 우선 운암사를 찾았다. 옥룡사지로 가려면 차도에서 제법 많이 걸어야만 해서 운암사까지 들어가 언덕 하나를 넘어 옥룡사지에 접근하였다. 와서 보니 옥룡사지와 운암사는 물론 동백림까지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이 동백 숲은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 중이며 옥룡사를 창건할 때 땅의 기운을 보완하기 위하여 사시사철 동백나무를 심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약 7천여 주 정도가 사찰주변에 넓은 군락을 형성하여 백계산 자락을 빽빽하게 덮고 있었다. 그렇게 운암사를 시작하여 옥룡사지를 동백숲으로 마감하는 풍경이었다. 운암사의 전각 앞에는 거대한 황금불상과 코끼리를 탄 부처님이 양쪽에 있고 연못과 그 가운데 앉아 있는 용왕상이 있다. 우리는 운암사를 둘러보고 옥룡사지로 넘어갔다. 고갯길이 소나무 숲과 동백림으로 그 오솔길이 참 예쁘다. 동백꽃은 없으나 겨울치고 진녹색 동백이 삭막한 계절을 보듬어 주는 느낌이다. 봄볕 기다려서 동백꽃 필 무렵이면 다시 한 번 오고 싶어진다. 옥룡사지를 둘러보고 당시의 흔적인 우물터에서 앉아 해찰도 부려본다. 절터 한가운데 도선국사와 제자들이 마셨다는 우물터는 흔적만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아직 샘물은 솟아나고 이곳에 오는 이들에게 마실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이곳에 오셔서 샘물을 드시고 대통령에 당선되셨다 하여 소망샘이라 한다는데 우리도 새해 그 기를 받아 마셔보기로 한다. 한편 옥룡사지 위에서 도선국사 둘레 길에 들어섰으나 안내도를 보니 8km가 넘어 포기하고 1km만 올랐다가 내려와 광양에 있는 와인동굴로 향하기로 한다. 옥룡사지에서 약10km 떨어져 있는 광양 와인동굴 주차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왠 걸? 고요하다. 자동차 한 대도 없을뿐더러 사람의 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매표소를 찾아 일단 올라가 보기로 한다. 볼거리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왼쪽은 아이들과 가볼만한 에코파크이며 오른쪽은 와인동굴이었으나 에코파크는 수리 중인지 인부들의 작업하는 중이었고 와인동굴은 그나마 문이 닫혀 있었다. 입구에는 1월 20일까지 휴가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허망하게 되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곳 와인동굴은 2017년 7월에 개장했단다. 1913년부터 1987년까지 광양제철화물운송용 터널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총길이 301m, 폭 4.5m, 높이 6m 규모의 석정 1 터널이다. 와인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와인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세계의 여러 와인을 한 곳에서 만나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 카페테리아, 미디어 파사드 영상쇼, 트릭아트 포토존 등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편 어린이들을 위한 미디어 생태 체험과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계절에 맞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계절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이라는데 이미 알고 찾아간 터라 어이없으나 차마 허망하지만은 않았다. 입구에서 어린아이들이 노는 모양으로 우리부부는 사진놀이에 한참을 즐기고 광양의 불고기 특화거리를 찾아 내려왔다. 어느 지역이거나 그 지역만의 특화거리를 조성하여 관광객들이 찾기 좋고 즐기기 좋은 시절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사실은 음식특화거리에서 같은 메뉴의 식당들이 즐비하지만 그 안에서 골라 입성하기에도 옹색할 때가 많아 우리는 웃기기는 하지만 간판 큰 집을 선택하여 들어갔다. 평소에는 1인분으로도 둘이서 쩔쩔매는 식사량이건만 3인분으로 충분한 점심을 해결하고 광양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는 구봉산 전망대로 향한다. 전국적으로 내린다는 눈 소식에 오후 들어서 살짝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구봉산 전망대에는 광양만권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으며, 야간에는 광양만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관광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라는데 마치 정상 가까이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어서 날씨는 그다지 맑지 않지만 광양항의 아련한 모습만 담아 내려와서 광양읍에 위치한 백운 온천 사우나에 들러 가기로 한다. 겨울 여행의 끝자락은 따뜻한 온천만한 호사가 없다. 동네 목욕탕이라 크고 빛나지는 않지만 물의 온도와 수질이 좋았다는 우리 부부만의 평가를 내리고 남해 쪽은 눈이 귀한 고장이라 아마도 많은 눈이 온종일 내리고 있을지도 모를 둥지를 향해 서두르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 장흥 휴게소를 넘어서부터 맑더니 오는 길 역시 장흥 휴게소를 넘어오니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아니라서 이 또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떠날 때는 강행했던 것 같지만 다녀오고 보니 순조로운 여행이었다. 그래서 또 소소하게 감사가 되는 소중한 일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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