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인사말
오늘 1회 대선배님이신 안천학 회장님을 위시하여 13회 후배에 이르기까지 재경안동사범병설중학교 총동창회 회원 여러분께서 2022년 총회 겸 송년회에 이렇게 많이 나오셔서 성황을 이루어 주심에 대하여 깊이 감사와 축하를 드립니다. 돌이켜 보건데 제가 2019년 오늘 이 날짜에 동기인 강석인 전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아 회장을 맡았는데 뜻하지 않게 전세계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든 판데믹으로 인하여 2020년 1월부터 지금까지 꼬박 3년을 때로 안부를 여쭙는 서신 인사만 드리고 어떤 정상적인 모임도 하지 못한 채 지내왔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자리는 3년 만에 갖는 총회라는 점에서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우리 다 같이 박수로서 우리의 재회를 자축합시다.
지난 3년간은 고립과 단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걱정하고 격려하며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가치인지를 경험하였습니다. 우리는 각자 고립되었지만 외롭지 않았고 서로 떨어졌지만 하나로 연결되었습니다. 올해 마침내 봄과 가을 두 차례에 전체 소풍대회를 시도했는데 선후배가 유쾌한 모습으로 대거 참여하시는 것을 보면서 고립과 단절의 긴 시간의 터널 속에서도 배려와 연결로 모두 잘 견뎌왔다는 사실에 안도와 기쁨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금년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는 해였습니다. 1962년 2월에 12회가 졸업하였으니 금년은 졸업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이 해에 사범병설중학교가 폐지되었습니다. 막내인 13회는 2학년을 마치고 안동중학교에 병합되어서 졸업장을 달리하였습니다. 올해는 우리의 모교가 폐지된 지 환갑을 맞았으니 안사병중은 전설이 되어 가슴 속에 자리잡아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 보건데 중학시절의 3년이란 지극히 짧은 순간이지만 그 시간은 우리 인생에 가장 순수한 이성과 아름다운 감성의 토양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학교를 떠난 지 60-7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안사병중 동문이란 사실 하나로 선후배 차이를 넘어서 오로지 반갑고 친근하고 믿음직한 마음으로 서로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 주위에서 최소 75세를 넘고 9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이렇게 매년 140-150명의 동문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이미 없어진 중학교의 동창회이니 더욱 대단한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도 그 시절이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있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특별한 축복입니다. 그 축복 속에 우리는 노인이 된다는 것이 다만 쇠락하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듦에 따라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갖게 됩니다.
우리들은 빼앗긴 나라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광복을 만났고 청년과 장년기를 분단과 전쟁과 폐허 그리고 가난과 낙후만이 널린 세상을 떠안아 오늘의 부강한 나라와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온 인생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주어지는 시간과 세계를 우리 나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즐기며 살아야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격랑을 겪고 있고 젊은이들 시대라 하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익숙한 열정과 감성을 결합하여 아름답게 살아갈 자격과 권리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시대를 점잖게 물려주고, 다만 뒤에서 여력을 다해 받쳐주면서 새로운 인생을 즐기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미 그렇게 자존심을 가지고 이 시대를 품위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사병중 다니기를 참 잘했다는 자부심을 새삼 갖게 됩니다. 우리 노년의 잘 익고 멋진 인생을 위하여 다 같이 박수를 쳐봅시다.
새해에는 우리 동창회가 더욱 유쾌한 모임이 되기를 기원하고, 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선배 동기 후배 여러 동문들도 포함하여 모든 분들께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축원하면서 인사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12월 12일. 회장(12회) 김광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