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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체 全一體를 향한 인간본연의 그리움<수정>
- 김동수 시인의 초기 '그리움'의 시 세계를 중심으로 -
悳泉 나 병 훈
필자㈜ : 본고는 『온글21』에 발표 된 김동수 시인의 초기 대표시를 중심으로한 '젊은 시인이 겪어야 했을 허기진 그리움의 몸부림을 잉태시켰던 시의 탄생지를 찾아나선 현장 탐사'성격의 단평에 불과 합니다. 추가로 본 카페에도 원고 등재를 원하시는 회원들이 계시어 원문을 등재합니다. 본고는 2021년 12월 9일 남원 춘향문학 토론강의 결과를 통해 퇴고를 1차 진행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퇴고과정을 거치고 내용을 추가하여 '본평문'으로 확장시켜 공유토록 할 예정입니다. 많은 고견을 기대합니다. <悳泉드림>
1. 머리말
김동수 시인은 오늘날 한국 시단에서 감성적인 향토 서정시인이자 인간실존의 근원적인 고독과 그리움의 세계를 애오라지 몸으로만 노래하는 가객歌客으로서 조병화-미당 시풍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노래하고 있는 ‘그리움’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시적 영감과 창작의 기쁨을 선사 해 줄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김동수 시인이 ‘단절과 소외의 센테멘탈리즘으로 사랑과 그리움의 가슴앓이’하며 습작기를 보냈던 30대 젊은 시절로 돌아가 보자. 거기에서 우리는 그러한 ‘그리움’을 다만 안으로만 삭혀내는 체험의 육화로 당시 시단의 관심을 모으며 「詩文學>지를 통해 천료된 작품인 「비금도」,「꽃뱀」,「교룡산성」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탄생한 작품의 탄생지를 찾아가는 문학 유적지 탐사는 시인이 문학에 뜻을 세우고 전주교대를 졸업 후-초등계를 거쳐 중등계 첫 부임지였던 전남 신안의 외딴섬 비금도(1977년)에서 출발하여, 내장산 줄기의 오지 산촌마을인 전북 순창 쌍치(1978년)를 경유, 고독한 그리움의 극복과 미래로 나아가는 남원(1979년)의 교룡산성까지 이어진다. 주인공의 시력 詩歷 40년과 함께하는 ‘그리움과 희망 찾기’의 여정인 셈이다.
평자들은 대부분 김동수 시의 배면에 흐르는 ‘그리움’의 보편적인 모습을 “지적 진실을 추구하는 뜨거운 몸부림과 자아성찰의 겸허한 외침”(「하나의 창을 위하여」이기반 서평)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견해를 본 탐사에 차용하면 그것은 그의 세계로 ‘홀로 진실을 발견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기다림’이요, 외로움의 투영’이기에 탈출의 촉수는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 찾기’에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대로 시는 “전일체 全一體를 꿈꾸는 인간 본연의 그리움”(「시인의 말」)이라는 고백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 본연의 그리움’은 젊은 시절 김동수 시인에게 있어서는 모태적인 시의 모태적 고향이요 발화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리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전일체 全一體’는 시인의 말대로 ‘시인과 우주·자연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본질지향의 한 과정이라 하겠다.
김동수 시인은 「시를 쓰기까지」라는 글에서 “시는 허기진 나를 풍성하게 지켜주는 정신의 숲”이라고 고백한바 있다. 우리는 젊은 날의 허기진 문학적 이데아라 할 수 있는 ‘전일체 全一體’를 꿈꾸는 인간본연의 그리움’ 의 원형을 찾아나서는 ‘문학적 탐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자유와 진실을 추구하던 젊은 시인의 ‘허기진 그리움’의 몸부림과 만나게 될 것이다.
2. 본향本鄕을 향한 ‘그리움’의 긴 여정
1) 「비금도」, 그리움을 투망질하는 젊은 유배자
‘섬은 늘 깃 치는 소리로 떠 있다.’ 비금도는 목포 신안군의 최서남단의 외딴섬이다. 초등계를 그만 두고 중등계 교사로 첫 부임지이자 젊은이의 열정과 고뇌로 얼룩져 방황과 그리움으로 정신적 사투를 벌이던 섬이다. 시인은 원고지를 이젤처럼 세워놓고 바람탄 섬을 소묘하는 것이 아니라, 비금도를 원고지처럼 눕혀놓고 있다. 그 위에 바다와 갈매기와 아이들을 초대한다. ‘포말’과 ‘깃 치는 소리’와 ‘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혼합하여 그리움을 구상하고 감정의 채색을 입혀 한 폭의 내면화를 그려 내고 있다. 풍경이 시가 되는 이미지의 포착, 회화성과 감각의 결합이 돋보인다. 소재의 특수성으로 자기감정이 드러날 위험이 많음에도 비금도의 가난한 아이들의 내면에 투영시켜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 감정의 속내는 그리움으로 채색되는 서경적 형상화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섬은 늘 깃치는 소리로 떠 있다.
바다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시퍼런 파도를 토吐한다.
우리의 달은 어디에 있나요
빈 섬을 보채다
어둠 속에 안개처럼 웅크리고
몇 년이고 잠들지 못한 꿈
목선마다 하나 둘 불이 꺼지고
출렁일수록 가랑잎처럼
밀려만 가는
바람 탄 비금도에서
갈기갈기 헤진 일상을 투망질하던
아이들은
새벽이면 맨살로 바다로 간다.
우우 또 한 차례
몰려왔다 포말지는
하얀 새떼들의 울음
호드득 호드득 갈매기 되어
꿈에만 날아보던 하늘을 두고
섬은 늘 깃 치는 소리로
가난한 아이들의 울음을 건지고 있다
- 「비금도」전문
「비금도」의 해변에 닿을 내려 보자. 바람 탄 비금도의 포말지고 부서짐을 되풀이 하는 파도소리는 달과 갈매기 꿈을 찾아 바다로 나가야 하는 아이들의 희망가希望歌이자 그리움을 투망질하는 젊은 유배자의 비탄가悲嘆歌이다. 절창인 바람 탄 바다에서 돌아와 매일 시퍼런 파도를 토吐하며 그리워했던 ‘달’의 원형은 무엇일까? 모성母性으로서의 새벽달 같은 어머니다. 그러니까 ‘오늘도 내 키보다/둥실 높이 떠서 / 눈을 감지 못하는 聖女 / 오, 내 어머니여’(「새벽달」)에서처럼 김동수 시인의 원시 자연이자 우주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 인간 본연으로서의 그리움’이자 어머니요, 시의 고향인 것이다.(「문학은 나의 신화다」)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의 고달픈 현실은 곧 자아의 내면세계에서 청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이방인으로서, 외로운 섬을 벗어나고자 하는 현실 속 시인의 가슴앓이가 된다.
2) 「꽃뱀」, 그리움을 탐하는 본연의 푸른 몸짓
김동수 시인에게 있어서 詩는 “고통과 신음의 칭얼거림이요 그리움을 찾아가는 작업”(2014년 대한문학상 수상소감 중에서)이다. 비금도에서의 불과 6개월 만에 전북 오지 산촌마을 쌍치로 탈출하지만 그 고통과 신음의 가슴앓이 증세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더욱 심해지며 불안한 자의식속에 빠지고 만다. 이 시는 투명 항아리 속 작은 꽃뱀의 탈출을 위한 몸부림을 자신의 내면으로 육화시켜 “밤새 속살로/ 꽃 같은 울음”을 토吐해야 했던 가슴앓이의 자화상을 처연한 심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투명한 항아리 속에
잠겨 있었서
피리를 불어 나를
재우려 했지만
밤새 속살로
꽃 같은 울음을 울고 있었어
항아리 밖엔
이슬냄새, 서걱이는 풀섶 소리
수 없이 벽을 타올랐지만
그때마다 나의 몸짓은
손해였어
자꾸만 흐려져 가는
항아리 벽을
피가 나도록 핥고 있었어
절망은 포기가 아니었어
그것은 탈출을 향한
뜨거운 몸부림
투명한 항아리 속에서
텅 빈 공간을 타내리는
하나의
작은 꽃뱀이었어
- 「꽃뱀」전문
고독한 산촌마을 쌍치의 「꽃뱀」을 만나러 숲속으로 들어가 보자. 항아리 바깥세상인 이상적인 원시자연인 ‘어머니’의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고독한 자아自我는 이슬냄새, 풀 섶 소리의 유혹에도 그저 “탈출을 향한/뜨거운 몸부림”으로 ‘그리움’과 ‘기다림’을 삭여 내고 있다. “자꾸만 흐려져 가는/항아리 벽을/ 피가 나도록 핥으며” 밤새워 속살로 울어 예던 꽃뱀의 그리움의 원형질은 자아의 투영이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도 속세의 유혹에 매달리지 않고 의연하게 미래를 향해 걷고자 하는 시인에 의지에 대한 직관적 통찰이다. 절망은 포기가 아니고 다만 ‘탈출을 향한 몸부림'이라는 절규는 일찍이 미당이 돌팔매를 쏘면서 격렬한 어조로 원시적 욕망에 대한 충동을 토로했던 그 “꽃 대님의 배암(「화사」) ”처럼 강렬하게 넘쳐흐른다. “항아리 벽을/ 피가 나도록 핥고”있는 그의 뜨거운 열망과 치열성이라 할 수 있다.
3) 「교룡산성」, 본향本鄕으로의 귀환
‘그리움을 향한 그의 ‘ 문학적 탐사의 마지막 여정의 숲인 「 교룡산」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비금도」와 「꽃뱀」과의 만남에서 김동수 시인의 체험을 통해 묻어나는 “ 그리움”을 향한 구도적인 몸부림을 목도할 수 있었다. 시인이 갈구하는 세계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기어오르지 못하는 몸부림은 우리에게 “기다림과 희망‘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강렬한 페이소스를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그리움의 희망 찾기’가 비로소 「교룡산성」에 와서 비로소 안착하게 되었다. 외딴섬과 오지 산촌을 방황하던 젊은 시인은 그토록 갈구하던 ‘인간본연으로서의 그리움’이 자연·우주와 전일체全一體를 구현하며 원시의 본향本鄕으로 귀환한 것이다.
희뿌연 안개 瑞氣처럼 깔리는 굴헝. 새롬새롬 객사기둥 만 한 몸뚱어리를 언뜻 언뜻 틀고, 눈을 감은 겐지 뜬 겐지 바깥소문을 바람결에 들은 겐지
못 들 은 겐지 어쩌 면 단군 하나씨 때부터 숨어 살아 온 능구렁이
보지 않고도 섬겨 왔던 조상의 미덕 속에 옥중 춘향이는 되살아나고 죽었다던 동학 군들도 늠름히 남원 골을 지나가고 잠들지 못한 능구렁이도
몇 점의 절규로 해 넘어간 주막에 제 이름을 부려놓고 있다
어느 파장 무렵, 거나한 촌로에게 바람결에 들었다는 남원 객사 앞 순댓국집 할매. 동네 아해들 휘둥그래 껌벅이고 젊은이들 그저 헤헤 지나치건만
넌지시 어깨 너머로 엿 듣던 발 하나 실로 오랜만에 그의 하얗게 센 수염보다 근엄한 기침을 날린다
山城 후미진 굴헝 속, 천년도 더 살아 있는 능구렁이. 소문은 슬금슬금 선진강의 물줄기를 타고 나가 오늘도 피멍 진 남녘의 역사위에 또아리치고 있다
- 「교룡산성」전문
서기瑞氣 깔린 『교룡산성』시의 숲길을 오르자. 교룡산성蛟龍山城은 시인의 고향 남원 시가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오래된 이 고장의 상징적 성터이다. 교룡蛟龍 산성 굴헝에서 ‘단군 하나씨 때부터 숨어 살아 온 능구렁이’가 詩 행간을 벗어나오며 꿈틀댄다. 그 산성 후미진 구렁 속에서 또아리 친 교룡을 김동수 시인은 인간본연의 그리움으로 표상하고 있다. 산문시임에도 놓치기 쉬운 응축과 시적 정서가 배면에 흐르고 있으며 그만큼 리듬과 율격이 도드라져 있어 읽어내기가 편하다. 주제는 대부분 평자들의 견해처럼 서구 문물에 의해 날로 잃어가는 ‘우리 것 ’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국적 정신의 원형을 지키고 보호하자 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배면에는 우리의 전통적인 ‘그리움’이 잔잔히 흐르고 있음은 물론이다.
시의 틀이 기승전결 형태에 수미상관首尾相關 구조를 채용하고 있어 시 정신에 맞는 격을 완성시키고 있다. 즉, 정형시와 같이 대문을 열면서 감동(수호신의 존재감)을 주고 대문을 닫으면서 여운(수호신의 기대감)을 남기는 절묘한 구조를 산문시에서도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제1,4연은 바깥소문 (업業을 잃어버린 현실 시대의 절망감과 안타까움)을 듣고 있을 수호신(능구렁이)에 의탁하고 소환召喚하는 구원救援의 노래가 절절하게 흐른다. 천년의 전통적인 문화로 표상되는 수호신으로서의 능구렁이는 새롬새롬 객사기둥만한 듬직한 민속 신앙주체가 되어 교룡산성에 상서롭게 존재하고 있음을 믿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그러한 수호신은 전일체全一體로서 우리의 이성과 감성속의 절대자로 남아 이 땅위의 피멍 진 역사를 어루만지고 주관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적 정신의 원형과 인간본연으로서의 ‘그리움’을 복원하고 지속시켜 나가는 정신적 지주(業)가 되리라는 믿음이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기타 2.3연은 수미상관 구조의 시적완성을 위한 보조관념적인 서사로 구성하고 있다. 먼저 2연은 시의 배경인 남원지역의 ‘보지 않고도 섬겨왔던 미덕美德’인 정신문화로서의 역사적 특수성<춘향전과 동학혁명>이 서구 문물에 의해 잊혀져가는 현실에 대해 교룡산성의 수호신마저도 안타까워하고 있음을 입체적 이미지로 확대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3연은 기승전결 구조상의 전환부轉圜部라 할 수 있다. 순대국집 할매와 백발 하나씨는 한국적 정신의 원형으로 표상 된다. 그는 잃어져가는 업業과 전통문화의 정신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따끔한 질책과 안타까움을 보낸다.
『교룡산성』이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는 서구 문물에 의해 날로 잃어가는 ‘우리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국적 정신의 원형을 지키고 보호하자는 메시지였다. 이 산문시가 지니고 있는 시학적 추론을 상기한다면 『교룡산성』은 결국 동양적 자연관에 기저한 영적 교감을 통해 주지적 관조의 시 세계를 차별성 있게 구축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토속적 산문시로서의 자리메김 되리라 믿는다. 어찌 보면 만물에 영혼이 들어 있다고 보는 서구 에니미즘이 자연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동양적 사유의 세계에까지 붓끝이 맞닿아 있기에 가능 할 일이 아닌가 한다.
3. 맺는말
김동수 시인은 ”체험이 많은 시인, 감성이 깊은 시인, 좀체로 입을 열지 않는 시인“이라는 평자들의 공통 된 인식(이성교 평론가 등)을 인용하며 문학탐사 보고서를 정리 해 본다. “아픔을 통해 사람은 주체성을 느낀다” 는 헤겔(Hegel)의 말처럼, 그리움을 극복하고자하는 자아인식이 철학적 고통이라면, 오늘의 탐사에서 목도한 김동수 시인의 ‘인간본연의 그리움’을 향한 그의 구도적인 시의 세계는 절대지향의 전일체를 갈구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또한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다. 이것이 진정한 시인의 덕목이다. 바람 탄 「비금도」의 가난한 섬집 아이들이 토해 놓은 시퍼런 파도와 투명 항아리 벽을 피가 나도록 타 내리며 핥고 있는 「꽃뱀」을 내세워 염화시중의 미소를 우리에게 넌지시 보여주었을 뿐이다. 젊은 날, 타향에서의 정신적 고뇌와 방황을 통해 마지막 여정인 고향땅 남원의 「교룡산성」으로 금의환향, 인간본연의 그리움인 어머니의 품에 안겨 또아리를 틀고 안착할 수 있었다.
김동수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는 “신성을 지향” 하고 있다. 금번 「교룡산성」탐사 결과 오늘도 우뚝 솟아 있는 남원의 교룡산성은 그의 시가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곳은 신성神性의 텃밭이요, 영혼의 사당祠堂임을 알 수 있었다. 그 텃밭은 성녀인 모성이 새벽달이 되어 어깨를 토닥여 주고 있는 그의 시의 모성적 태자리라 할 수 있다. 이제 젊은 날의 현장 체험을 통해 시인과 자연과 우주를 하나로 관통하는 ‘인간본연의 그리움’ 속에서 시력 40년 여정을 걷고 있는 ‘그리움과 체험의 시인’이 부르는 서정의 노래는 더욱 빛나는 시업을 자아올리게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