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02) - 가족과 함께 한 페리여행(2)
2. 아름다운 도시공원과 그림 같은 해상풍광
여행 셋째 날, 아침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어버이 우리를 고이시고 동기들 사랑에 뭉쳐 있고 기쁨과 설움도 같이 하니 한 간의 초가도 천국이라'는 가사가 마음에 닿는다. 지금은 핵가족 시대, 대가족이 모여 살던 추억을 되살려 여럿이 둘러 앉아 교훈을 새기고 정담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새긴 교훈,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계명을 크게 즐거워하는 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그 후손이 땅에서 강성함이여 그 의가 영원히 있으리로다'(시편 112편) 온천욕을 즐긴 후 나눈 덕담, 온천을 자주하면 피부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하며 영혼도 맑아진다.
오전 8시, 호텔을 나서니 비가 내린다. 가방 속에 있는 우산을 챙겨 버스에 올랐는데 잠시 후 하늘이 맑아진다. 한 시간 후 내린 곳은 일본의 도시공원 100선, 걷고 싶은 길 500선에 선정된 도키와공원이다. 100년 전에 조성했다는 인공호수, 열대식물이 가득한 식물원, 한국인의 작품도 전시된 조각공원, 2차 산업의 견인차였던 석탄박물관, 우베시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등 아름다운 볼거리가 응집된 위락지다.
페리칸이 둥지를 튼 도키와공원
점심시간에 맞춰 시모노세키에 돌아와 먼저 들른 곳은 면세점, 전기밥솥 등 일제가 맹위를 떨치던 때가 엊그젠데 지금도 여행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품들이 많다. 가이드는 면세점의 대리인이라도 된 듯 특정 품목의 효능이 좋다며 구매욕을 부추긴다. 이어서 들른 곳은 뷔페식당, 육류와 생선초밥, 우동과 라면, 과일과 케이크 등 노소가 입맛 따라 고를 메뉴가 풍성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배부르게 점심을 들고 찾은 곳은 해발 268미터 히노아먀(火의 山, 남산만큼 높을까) 정상의 전망대다. 시모노세키와 규슈룰 잇는 관몬해협과 이곳에서 오사카까지 이어지는 해상공원 세토내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 같은 명승지다. 비온 후 맑은 공기 탓인지 안개 끼고 흐린 때가 많은데 유별나게 좋은 경관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밤에 펼쳐지는 불빛이 더 화려할까, 천만불 야경이라 적힌 게시물이 여럿 붙어 있다.
히노야마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상풍광
전망대에서 내려와 혼슈와 규슈룰 잇는 관몬대교를 건너 후쿠오카현의 북규수지역으로 향하였다. 30여분 달려 먼저 찾은 곳은 고쿠라성, 일본문화의 특색 중 하나인 성(城)은 일본의 각 지역을 통치하던 번주(藩主)들의 거처로 전국에 50여개의 크고 작은 성이 남아 있다. 성 옆에 있는 대형백화점 리복과 10분 거리의 탄가재래시장이 마지막 탐방코스, 2년 전에 둘러본 곳들인데 계절과 시간이 다르니 또 다른 볼거리다.
탄가재래시장의 야채가게
저녁 6시, 이틀간의 야마구치와 북규슈탐방을 마치고 선착장에 돌아와 출국 대기 중 전광판에 뜬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 북규슈를 잇는 관광안내 영상이 눈길을 끈다. 규슈의 심장인 후쿠오카, 산업생산의 거점 북규슈, 역사와 전통이 서린 시모노세키의 특장을 한데 모은 화면이 이틀간의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되살려준다.
7시 지나 배에 오르니 잠시 후 고동 울리며 배가 움직인다. 저녁 식사와 목욕 후 로비에 비치된 신문을 살피고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 10시 반에 실내 소등, 새벽에 일어나니 배는 벌써 부산 앞 바다에 정박 중이다. 입국수속은 오전 8시부터, 이로써 3박4일의 페리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동지가 내일 모랜데 부산의 날씨가 화창하다. 우리의 남은 때도 이처럼 화창하고 평안하여라.
* 일본에 올 때는 한국적의 성희호를 탔는데 돌아갈 때는 일본적의 하마유호다. 한국 배에서는 한국어 방송이 먼저 나오고 원화가 통용되며 일본 배에서는 일본어 방송이 먼저 나오고 엔화를 쓰는 것이 차이점, 여행 중 다른 차이도 발견한다. 음식점과 호텔종업원이 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고객을 배웅하는 모습, 백화점의 점원이 다른 상품을 찾는 고객을 멀리 떨어진 매장까지 깍듯이 안내하는 서비스 정신 등. 카톡으로 소식을 접한 일본의 지인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태호 선생님, 일본에 오셨군요. 2013년 조선통신사 걷기 때 오고 2년 만의 야마구치방문이네요. 아키요시동굴도 가셨군요. 가족들과 일본여행 즐기세요.'
일행 중 해외여행이 처음인 지인, 광복 전 일본에서 태어나 두 살 때 건너온 후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는 다는 동갑내기, 일찍 고향을 떠나 친척들과 교류기회가 적었는데 모처럼 함께 여행하여 감회가 깊다는 친척아저씨, 여행 끝날 생일을 맞은 누님과 함께 부른 생일축하노래 등 가족과 친지들이 어울린 페리여행이 즐겁구나.우리가 탄 버스에는 부모를 모시고 온 중년여성, 청년남매를 데리고 온 중년남성, 초중학생과 함께 온 가장, 금슬 좋은 부부 등 가족 팀들이 많다. 여행을 마치고 부산에 돌아와 가족 카페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올렸다. '일본여행 무사히 마치고 부산에서 아침 식사, 오늘이 누님 생일이라 케이크도 자르다. 날씨 좋고 화목한 분위기, 경치도 아름다웠어요'
페리여행에 함께 한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