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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찌아빠의 힘내라! 아저씨 맛집] 백마 주저리기 & 오리 숯불구이집, 가나안 농원
[제1부] 백마 주저리기
‘학사주점’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으신가? 당신의 가슴 한 구석에 아련히 깔려 있던 단어라고...‘교외선...백마역’은 어떠신지? 학창시절의 추억이 묻어있는 장소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386...또는 486이다. 현재 나이 36~45세(한글전용 세대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보다 한문실력이 떨어진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었고(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끓어 넘쳤던 행동하는 젊은이 였다.), 1960년대 출생(6.25...4.19...5.16...화폐개혁...사회가 어수선 했다.)을 했을 것이다.
1980년대...파찌아빠는 문산행 교외선 비둘기호 열차에 몸을 싣고 백마를 즐겨 찾았었다. 당시의 백마는 고작해봐야 학사주점들과 유원지 풍의 놀이기구(콜크총, 야구공 던지기, 당구뽑기...) 몇개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백마는 매일 저녁, 젊음으로 새로 태어났다.
철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동동주 동이를 앞에 놓고 개똥철학을 설파하기도했다. 통기타 음악을 들으며 소위 작업(?)이라는 것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밤 9시를 기점으로 백마는 다 타버린 촛불처럼 일순간에 조용히 사그러 들었다. 밤 9시 20여분 쯤 지나는 서울행 마지막 비둘기호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당시는 밤 12시 통행금지가 있었을 때다.)
당시 서울과 백마를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였던 비둘기호 열차는 낭만이 넘쳐 흘렀다. 객차의 형태도 제각각이어서 두명이 앉는 의자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일반적인 객차, 지하철 객차 처럼 창을 따라 의자가 길게 이어진 객차, 짐을 싣는 화물차 마저도 승객을 태우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내볼 객차 내에서 통기타 반주에 맞춰 목청껏 노래 부르기나 짐 올려놓는 선반 위에서 누워 가기 등도 스스럼 없이 해볼 수 있었다.
당시의 백마는 최류탄 가스를 폐포 깊숙히 흡입할 수 밖에 없었던 이 땅의 젊은이들이 칠흙같은 현실세계에서 잠시 빠져나와 일탈을 꿈꿔 볼 수 있던 탈출구였던 것이다.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에 묻혀버린 백마...지금은 예전의 학사주점 밀집촌에서 얼마간 비켜 간 풍동에 ‘백마애니골’이라는 먹거리타운이 형성 되어 있을 뿐이다. 예전의 맛과 멋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맛골이 그렇고, 황학동 개미시장이 그랬듯이...인사동과 대학로에서도 고유한 정신이 사라지고 상술만이 난무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것을 ‘개발’이라고도 부른다.
[제2부] 오리 숯불구이 먹어주기
파찌아빠는 오리고기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파찌아빠가 누구인가...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먹어 줄 위인이 아니다. 조류독감이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도 관악구청 앞에서 통오리구이를 먹어 주었었다. 조류독감이 한풀 꺽어 지면서는 서울대공원 근처의 비닐하우스(포공원포도밭)에서 오리주물럭 철판구이를, 증산동 골목안(설악칡냉면)에서는 오리 로스구이도 먹어주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참배나무골 오리집’에서는 저렴한 점심 특선메뉴를 수시로 먹어 주었다. 다만 북경오리는 맛있기는 한데 가격대비 만족도에서 결격사유가 있는지라 자재를 하느라 최근에는 먹어 주지를 않았다. 암튼 오리고기를 무지 먹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오늘은 ‘오리 참 숯불구이’를 먹어 준 이야기를 하겠다. ‘오리 참 숯불구이’를 어디서 먹었냐 하면 일산의 백마애니골에 있는 ‘가나안 농원 직영식당’에서 먹어 주었다. 이 집은 일산과 전남 함평에 자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집으로 식당에서 쓰이는 오리와 상추 등을 자체공급하는 대규모의 식당이다.
300여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다는 넓은 주차장 한복판에 차를 주차시키고 본관이든 신관이든 자리를 잡으면 바로 숯불화로와 오리고기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집은 메뉴가 달랑 ‘오리 참 숯불구이’하나 밖에 없다. 그러니 이집에 찾아 오는 손님들이라면 당연히 오리 참 숯불구이를 먹을 수 밖에...
숯불 위에 석쇠를 얹고 오리를 직화로 구우면 기름기는 적당히 빠지고 숯향이 베인 쫄깃 담백한 껍질과 살고기가 노릇하게 구워진다. 김치, 마늘, 양파를 함게 구워 주어도 좋다.
오리구이를 다 먹었다면 이번엔 오리죽을 먹어 줄 차례이다. 종업원에게 죽을 가져다 줄 것을 요구하면 사람 수에 맞춰 죽을 가져다 준다. 오리육수에 녹두와 야채를 넣고 쑨 죽은 느끼해진 속을 개운하게 다스려 준다. 녹두를 넣어 나름대로 독특한 맛을 내기는 하지만 파찌아빠는 ‘참배나무골 오리집’에서 제공되는 죽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 ! 잠깐정보 : 세계 최대의 오리 참 숯불구이 전문점, 가나안 농원 직영식당 ======================================================= - 식사 중에 서비스가 마음에 안들면 음식값을 안 받겠다. - 70세 이상의 노인분을 모시고 오시면 상품권 (1만원)을 주겠다. - 생일케익을 사 오시면 샴페인 1병을 제공하겠다. 이상은 가나안 농원 직영식당에서 손님에게 내건 약속이다.
1. 위치 ; 경기도 고양시 풍동 591-2. 백마역과 일산역 사이에 조성된 ‘백마애니골’ 안에 있다. 전화번호 031-907-5292
2. 메뉴 : 오리 참 숯불구이 1마리에 2만3천원(죽 포함), 오리와 죽을 제외한 김치와 야채는 셀프서비스이다. 즉, 양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3. 총평 :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오기 좋은 곳이다. 식사를 한 후 마당에 마련된 모닥불 가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오리 숯불구이 맛이야 다 그렇고 그런 거지만...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따라먹고 뭐고 할 것도 없다. 각자 양껏 먹어 주기만 하면 된다. 조금 특별하게 먹어주고 싶다면 파인애플을 하나 사서 잘라갈 것을 권한다. 파인애플을 오리와 함께 숯불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 단호박이라도 좋다.
5. Tip : 계산대 옆에 감초와 계피가 입가심 사탕 대신으로 놓여있다.
<파찌아빠>
& 덧 붙이는 말 : 가나안 농원 직영식당에서 쓰는 숯은 톱밥을 뭉쳐서 만든 허접한 합성숯이 아니라 참나무를 구워서 만든 숯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오리구이에 베인 숯향이 별로였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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