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2.1봉
허름한 여관방에서 큼지막한 바퀴들과 같이 잠을 자고 김밥집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먹은 다음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챙겨 택시로 앵강고개로 올라가니 벌써 날은 훤하게 밝아버렸다.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다 산으로 들어 급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한동안 올라 379봉을 넘고 전망바위에서 복곡저수지와 구름에 가린 금산줄기를 바라다 본다.
삼각점이 있는 393.1봉을 지나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암릉들을 이리저리 돌고 우회해서 잔뜩 흐린 하늘을 탓하며 잔솔들이 울창한 헬기장을 지난다.
518봉을 넘고 마치 속리산의 암릉들이 생각나는 바위지대를 만나서 불쑥불쑥 솟아오른 기암들을 감탄사를 쏟으며 통과하지만 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구덩이 하나만 파여있는 582.1봉에서 선답자가 있다고 한 삼각점을 마냥 찾아보다 다음의 564봉에서는 동쪽 지능선으로 잘못 들어가 고생만 하고 돌아온다.
간벌된 나무들이 깔려있는 흐릿한 산길을 바닥까지 뚝 떨어져 내려가면 바로 얼마전에 공사를 끝낸 것 같은 시멘트임도 삼거리가 나오고 길은 비닐로 덮혀있다.
▲ 앵강고개
▲ 전망대에서 바라본 복곡저수지와 금산
▲ 시멘트임도 삼거리
- 금산
베니아판에 앉아 게걸스럽게 간식을 먹고 10여미터 앞에서 산길로 붙어 낮은봉을 넘어 안부로 내려가 다시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올라 관목들만 무성한 544봉을 넘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거대한 암봉을 바라보며 암릉들을 넘고 돌아 오른쪽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가니 '순천바위' 안내판이 보이고 흰줄이 쳐져있다.
뚜렸해진 등로 따라 다음의 봉우리에서 '내산산초체험마을'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남쪽으로 꺽어 내려가면 길은 있지만 키를 넘는 싸리나무와 빽빽한 가시덤불들이 앞을 막는다.
잡목들을 몸으로 밀치고 가시나무들을 피해 통신탑이 서있는 665.6봉으로 올라가니 산불초소와 일등삼각점(남해12/1992복구)이 있지만 구름에 가려 바로 앞의 금산도 보이지 않는다.
초소의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서쪽으로 꺽어 시멘트소로를 따라가다 넓직한 임도를 만나 내려가면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버스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철문을 열고 넓은 비포장길로 나가 보리암으로 향하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걸어가 갈림길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남해의 진산인 금산(701m)으로 올라가니 봉화대가 있고 기암들이 솟아있지만 온통 짙은 비구름으로 덮혀 아쉽게도 절경을 볼 수가 없다.
보리암에서 찬물 한바가지 마시고 665.6봉으로 돌아와 남동쪽으로 들어가면 '한려해상국립공원' 표시석들이 줄줄이 놓여있으며 뚜렸하고도 완만한 그늘길이 이어져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 순천바위
▲ 665.6봉
▲ 665.6봉 정상
▲ 금산 정상석
▲ 금산 봉수대
▲ 금산 정상
- 가마봉
자주 나타나는 너덜길을 지나 돌탑 한기가 서있는 471봉을 넘고 북동으로 꺽어 대기봉과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완만하게 414봉을 넘는다.
남해편백휴양림에서 올라온다는 젊은 부부를 지나쳐 시멘트임도가 넘어가는 안부로 내려가 한려정이라 쓰인 정자로 올라가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 발을 뻗고 잠깐 점심을 먹는다.
임도에서 썩은 나무사다리를 타고 능선으로 붙어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작은 안내판이 걸려있는 대기봉 갈림길이 나오고 바로 위는 삼각점이 있는 지형도상의 가마봉인 414.0봉이지만 그냥 둔덕에 불과하다.
조금 더 올라 지형도에도 없는 삼각점이 놓여있는 가마봉(454m)을 넘고 남쪽으로 꺽어 흐릿해진 족적을 따라 내려간다.
나무들을 헤치며 바위지대를 지나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403봉으로 올라가니 시야가 훤히 트여서 미조만이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고 또다른 망운산을 지나 미조리의 빗바위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련하게 펼쳐지는 바닷가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 잡목들을 헤치고 가시덤불을 피해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지저분한 바위지대를 내려간다.
곳곳의 전망바위들을 지나고 한동안 떨어져 내려가다 낮으막한 141봉으로 오르면 벌목되어 있고 맞은편의 산줄기가 가늠되지만 내려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방향만 맞추고 쓰러진 나무들과 바위지대를 피해 길도 없는 덤불숲을 이리저리 통과해 진양강씨묘들을 만나서 19번국도가 지나가는 초전고개로 내려선다.
▲ 471봉 정상
▲ 휴양림과 이어지는 시멘트임도
▲ 한려정
▲ 대기봉 갈림길
▲ 가마봉 정상
▲ 403봉에서 바라본, 망운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초전고개
- 미조
앞에 우뚝 솟은 망운산을 바라보며 밭으로 들어 85봉을 넘고 내려온 가마봉을 바라보며 칡넝쿨과 덤불들로 가득찬 안부를 지나 흐릿한 산길을 올라간다.
돌담 흔적들을 만나서 칡넝쿨들을 헤치며 128봉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땀을 흘리고 올라가니 쓰러진 나무들에 가려있는 207봉이 나온다.
벤치들이 놓혀있는 안부로 내려가 산책로 따라 산불초소가 있는 망운산(286.2m)으로 올라가면 돌무더기 위에 삼각점(도미402/2002완전)이 놓여있고 지나온 마루금과 대기봉이 잘 보이며 미조 일대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거침 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방을 바라보다 남동쪽으로 내려가 공사중인 전망대를 지나고 군부대 철조망을 왼쪽으로 돌아 헬기장과 훈련시설들을 만난다.
지그재그로 능선 따라 뚜렸하게 이어지는 황톳길을 지나 비릿한 바다내음을 맡으며 미조리로 내려가 앞에 보이는 낮은봉은 생략하고 해안도로로 들어간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수처리장이 있는 곳에서 도로를 건너 밭가를 따라 나무들을 헤치며 산으로 올라가니 곧 군전화선을 만나며 길이 좋아진다.
뚜렸한 산길을 타고 내려가 임도를 건너면 바닷가의 빗바위로 내려갈 수 있는 곳에는 철문이 굳게 잠겨있고 철조망들이 보기 흉하게 쳐져있다.
나무계단을 타고 헬기장에 체육시설들이 있는 95봉으로 올라가니 이제 앞에는 푸른 바다 뿐이고 노량에서 시작한 남해지맥의 산줄기는 이곳에서 그 맥을 다한다.
짓푸른 미조만에 줄줄이 떠있는 섬들과 물살을 가르며 달려오는 여객선을 바라보고 빗바위를 보지못한 아쉬움을 애써 달래며 이틀간의 남해지맥 산행을 끝내고 서울로 향한다.
첫댓글 금산에 없던 정상석이 생겼네요...연짱 수고하셨슴다...
혹시 못보신 거 아니에요? 새로 생긴 거는 아니던데...
봉화대 구경하고 글씨새긴 바위보고 돌아왔는데??? 정상석이 없어 이상하다 했슴다...
이틀간의 남해지맥..한편의 드라마네요... 저도 가볼날을 그리며 잘보고 갑니다...연하신 산행..수고하셨구여
저 같은 경우엔 첫날 데게 산행하면 담날은 다리가 무쟈게 뻑뻑하던데..대단들 하십니다. 유사장님도 전에 한번 강북 야등에서 뵌 기억인데 그 방면에 일가견이 있으시다고 하더라고요. 무섭습니다 ㅎㅎ 바다 인근에서 오르는 산들이니깐 해발 고도를 그냥 다 먹겠군요.
망운산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바닷바람의 위력을 알게하네요.^^
미조에서 마무리하셨네요...앵강고개에서 남해시내까지 얼마 안걸릴것인데요 시내에 가니까 찜질방있긴해도 손님이 한명도 없던데요..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족적을 따라 저는 가을에나 해야겠습니다.지칠줄모르는 체력이 부럽기만 합니다^^
같이 한번 산행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