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매립·야적…자원화 ‘멀고 먼 길’
물류비용등으로 가전제품 기업들이 폐가전제품을 재활용 하지 않아 자원순환형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가 무색해지고 있다. 기껏 분리수거
해도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 처리가 겉돌아 대부분 재활용이 되지 않은 채 야적되거나 분해돼 매립되고 있다.
14일 오전, 북제주군 동부폐기물 매립장에는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가 산처럼 무더기로 쌓여져 있었다.
동부폐기물 매립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립장이 생긴 지난 1999년 이래로 처리가 안 된 가전제품들이 쌓여 산처럼 됐다는 것.
멀리서 봐도 녹슨 흔적이 역력한 이 폐기물들은 각 가정으로부터 수거되거나 혹은 바다로부터 떠 온 가전제품들이다.
폐기물처리장으로
반입되는 폐가전제품 등 재활용품 처리물량이 쌓여 있지만 보관 및 선별장 공간이 협소하거나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북군 지역의 경우 지난 2000년 1764t의 재활용품을 수거한 이래 처리량이 2001년 3417t,
2002년 5060t, 2003년 5250t 등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동·서부 폐기물 매립장을 합해 야적된 폐가전제품은 지난
1999년부터 냉장고 543건, 세탁기 250건, 텔레비전 539건 등 총 1332건에 이르고 있다.
북군 추산 액수만도 505만9000원의 폐가전제품이 폐기물처리장에 사실상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 폐기물처리장의 경우도 실정은
엇비슷하다. 다만 제주시 폐기물처리장은 대규모 파쇄기가 도입돼 고철을 10분의 1로 비율을 줄여 매립하는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다.
제주시 폐기물처리장에는 지난 4월부터 재활용품이 2820t이 반입됐는데 이중 재활용품으로 선별돼 수거된 것은 절반도 안되는 1213t가량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가운데 15%가량인 423t은 파쇄돼 매립되고 있다.
나머지 1607t은 재활용 분리를 위해 야적되는 등 관계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전국에서 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가 섬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는 제주지역의 경우 물류비용등으로 가전 3사가 재활용을 하지 않아 실효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특별히 제조기업이 없이 도매상사만 있는 제주 지역의 경우 EPR 제도는 남의 집안 일이라는 것이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는? |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정부가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컴퓨터, 유리병, 금속캔, 타이어,
윤활유, 전지, 종이팩, 스티로폼 포장재, 컵라면 용기 등 재활용이 가능한 18개 품목을 지정해, 버려진 이 제품들은 생산자가 직접
수거, 재활용하게 하는 제도다.
그간 소비자 및 자차체가 폐기물의 분리수거와 선별 등 재활용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해 왔으나, 생산자는 예치금납부 등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러 재활용 확대를 통한 자원순환형 사회구축에 한계를 보여 왔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자가 재활용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소비자·지자체·정부가 일정부분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일본, 호주 등 여러 환경선진국에서 시행해오고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각 제품 생산자는 ‘재활용 의무의 성실 이행' ‘전자제품 판매업자는 신제품 구매자의 폐전자제품 무상회수' ‘포장재에
대한 분리배출표시 철저' 등의 의무를 져야 한다. 또 지자체는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의 분리수거' ‘분리배출에 관한 지역주민 홍보강화'
‘분리수거 품목 확대에 따른 분리수거 용기 등 확충' 등의 의무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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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폐가전제품은 자치단체가 수거해야하는데도 처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골칫거리를 맡기를 꺼려하고 있다.
주민원성에 이 업무를 떠맡자니 재정부담이 크고, 수거 없이 방치할 경우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을 지자체가 묵인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EPR제도에 따라 재활용 처리되는 제품은 폐가전제품 외에도 수은·리튬건전지와 타이어, 윤활유, 형광등과 휴대폰 등 모두 18개 품목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제품들은 인체에 유독한 것 이여서 확실한 수거와 운반, 처리가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은 게
문제이다.
동부매립처리장 관계자는 “차량용 배터리 정도 업체가 나와 수거해 가는 실정"이라며 “나머지 제품들은 제주시 매립장에서 파쇄돼 매립되거나
혹은 야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물류비와 인건비 등으로 생산자가 수거해 가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에나 적용될 만한 제도를 섬 지역인 제주도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돼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