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탐방지원센터에서 본 문장대 방향 기암
속리산 문장대 최단코스 화북탐방로 코스/2013. 11. 16
'원주민모임'에서 속리산으로 부부동반 산행을 하기로 했단다.
'원주민'의 의미는 20년 전 분양 받은 아파트에 함께 입주한 이웃들끼리 친구가 되어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다.
사실 여자들끼리만 계모임을 하면서 10년 넘게 이름조차 없이 이어 오던 모임이었는데,
부부동반 모임으로 발전하면서 내가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부인들끼리 협의하며 속리산을 다녀오자고 했다는데,
한 시간 이상 산행을 할 수도 없는 분도 계시니 여자분들은 그저 아래에서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정해 놓은 왕복 13km의 법주사코스를 급히 변경시켜 화북코스로 바꾸었다.
화북탐방로는 문장대까지 불과 2시간이 걸리지 않는 최단시간 코스이다.
사실 등산은 20% 이내이고 80% 이상은 트래킹 코스이다.
동네 야산만 다니던 사람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니 그런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왕복 3시간이면 끝나는 코스이지만 부부동반으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며,
모자란 운동량은 다음날 홀로산행으로 채우기로 했다.
신체적인 운동 못지 않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정신건강 또한 중요하다.
아침에 안개가 걷히며 탐방로 입구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탐방로 입구에서 문장대 방향으로 올려다 보니 속리의 기묘함이 살짝 엿보인다.
이미 겨울산이니 평탄한 바윗길을 걸으며 오른다.
위로 갈수록 경사는 급해지고 결국 관절이 좋지 않은 여자분들 몇이 포기하고 입구쪽 성불사로 되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전망을 위해 나무를 잘랐는 듯 하지만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 청명하다는 한국의 가을에도 조망이 없다.
미세먼지를 피해서 심산유곡으로 왔건만 중국이 산업화 되면서 한반도는 피할 곳이 없게 되었다.
그래도 국립공원이라 도마뱀이 보여서 한참 흥미를 가지고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어릴적 길을 가다가도 그 많던 도마뱀.
남자들도 오랜 인연이라 해외출장에서도 바로 참석하고, 대부분 일정을 바꿔 모두 참석했다.
이 코스는 가파른 구간이 10여분으로 여기 뿐이다.
속리산을 이렇게 쉽게 오른다면 남들이 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는 코스이다.
잠시 가파른 길을 오르면 그때부터 사방이 장관이다.
웅장한 암반이 작은 바위를 이거나 지고 있고
저런 곳에서도 소나무가 자란다.
옆에는 까까중 돌머리가 솟아 있다.
올라온 길을 돌아 보니 백두대간이 어렴풋이 보인다.
문장대가 가까워지니 개울은 얼음 투성이다.
겨울이 다녀간지 겨우 50번 정도를 헤아렸을 뿐인데 또 하나의 겨울이 온다.
문장대 앞에 올라서니 우리와 함께 올랐던 유치부 아이들을 교사가 정리를 하고 있다.
겨울산은 황량하지만 암반의 속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올라온 계곡과 건너편 암릉 모습이다. 성불사에서 올라오는 암릉인데 지금은 폐쇄되었다.
충북알프스 구간 중 막바지인 상학봉~묘봉~관음봉 구간이다.
그 오른 쪽으로 지난 주에 다녀 왔던 백악산 줄기가 이어진다.
언제부터 백악산처럼 저런 기암이 있는 산들을 좋아했는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묘미가 있다. 나이 들면 육산으로 바뀌겠지만..
법주사 방향에서 올라 오는 산꾼들로 인해 점점 인파가 밀려 든다.
조망이 그리 좋지 않지만 만족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 막바지에 성불사를 방문하니 개나리가 만개했다.
그 아래 오송폭포로 가는 길은 낙엽이 쌓이고 인적이 끊겨 고즈넉하다.
수량은 줄었지만 운치가 있다.
우렁차게 흘렀을 폭포는 개울물 소리가 되어 감미롭다.
폭포 아래에는 낙엽이 둥둥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