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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지난 3일 열린 다도명상 및 불교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 40여 명의 대학생과 주민이 찾아 한국불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
체코의 수도 프라하 시내 중심지에 한국 비구니 스님들이 도착하자 서구인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스님들이 향한 곳은 프라하 중심 광장에 위치한 ‘로투스 젠센터’. 한국 스님들이 온다는 소식을 접한 선원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해 도심 곳곳에 붙였다.
수원 봉녕사(주지 자연스님) 승가대학(학장 도혜스님) 금강율학승가대학원(율원장 적연스님)이 4학년 졸업순례를 ‘동유럽 포교’로 택했다. 여행사나 가이드도 없이 떠난 전법순례의 길. 학장 도혜스님과 율원장 적연스님 그리고 체코에서 출가한 원정스님을 비롯한 졸업반 스님들 일행은 지난 10월29일부터 15일 동안 체코와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를 순방하며, 한국불교문화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봉녕사 스님들은 이 기간 3개국 6개 도시를 찾았다. 방문지마다 학장 도혜스님은 염주와 연등의 참의미를 설명하고 모인 불자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으며, 율원장 적연스님은 다도시연과 차명상을 통한 선체험을 공유하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또 학인 스님들과 현지 불자들이 어울려 염주와 연등 만들기, 한국전통 꽃부채 수놓기 등을 체험하고, 이를 부처님에게 공양하는 기회도 가졌다. 특히 재학 중 사찰음식을 익힌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유럽불자들과 함께 나누며 불교문화체험을 통한 포교의 시간을 보냈다.
스님들이 방문한 3개국은 모두 숭산스님의 영향으로 젠센터가 마련된 지역이다. “브라하시네 마을회관에서 사찰음식 시연회를 열자 주민 70명 가운데 60여명이 회관을 찾아 음식을 시식하며 찬사를 보냈다. 또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로바 지역을 방문하자 대학생 40여명이 일행을 기다렸다. 이들과 차명상을 하고 불교에 대해 질의응답을 한 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월인스님은 “현지인들이 불교에 관심이 높았지만 이를 지도할 스님이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송원스님은 “<화엄경>을 공부하면서 보현보살님의 실천행을 본받고자 이번 순례를 결정하였고, 이번에 해외에서 한국불교를 전할 기회가 생겨 무척 보람 있었다”며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한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국인 스님들의 순례에 현지인들의 호응도 매우 높았다. 여옥스님은 “방문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처음으로 비구니 스님을 접했으며, 일부 젠센터 불자들은 국내 무상사에서 안거수행에 참여한 경험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순례에서는 부처님 점안식이 봉행돼 의미를 더했다. 슬로바키아 코시체 지역에 또 다른 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불자들을 위해 한국 부처님을 모셔가 점안의식을 가진 것. 율원장 적연스님은 “복장준비와 직접 불교의식을 준비하면서 스님들도 많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며 “점안식을 마치고 오색실에 의미를 알려주며, 오색실을 잘라 손에 걸어주자 불자들이 정말 기뻐했다. 특히 지식층일수록 불교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높았다”고 말했다.
학인 스님들은 “사중의 도움과 어른 스님들의 배려, 도반스님들의 원력이 없었다면 이번 순례는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에 인사를 전했다.
순례를 마치고 졸업을 앞둔 학인스님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이어졌다. 학장 도혜스님은 “힘든 순례일정 속에서 하나라도 더 지역주민에게 전하려던 모습을 잃지 말고 졸업 후에도 수행과 포교의 원력으로 생활하기 바란다”고 학인들에게 정진을 당부했다.
[불교신문2965호/2013년11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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