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로당엔 60대가 없다.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요즘은 70대 초반도 두 다리가 멀쩡하면 산에 다니거나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로당에서의 70대는 음식을 만들거나 허드렛일을 하고, 80은 넘어야 비로소 어른 대접을 받는다. 60대가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으려면 ‘어른’께 혼날 각오를 한 양심불량 강심장이라야 한다.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얘기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일 때 고령화사회,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 초고령사회로 본다. ‘늙은 나라’의 대표선수 일본은 이미 2006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데 24년이 걸렸고, 초고령사회로는 12년이 걸렸다. 미국은 각각 73년과 21년, 프랑스는 무려 115년과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사회로 18년, 초고령사회로는 8년이면 도달할 것이란 예측이다.
문제는 단순히 노령인구가 늘고 있다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1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무려 49.6%로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를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다. 늙는 것도 문제지만 늙어서 생활에 필요한 돈이 없다는 게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 현실은 그대로 노인자살률로 이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의 발표에 의하면 매년 노인 1,000명 중 13.1명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의 70세 이상 노인 10만명중 116.2명이 자살한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이고 다른 나라보다 최대 20배나 높다.
100세 시대가 ‘하늘의 축복’이 아닌 ‘악마의 저주’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한민국엔 지금 일자리가 없다. 노인 일자리는 고사하고 젊은이의 일자리도 없어 청년백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남편은 젊은 시절을 혹사당해 병들었고, 자식은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보니 생활은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그런 현실이 우리의 늙은 어머니들을 일터로 내몰고 있다. 현재 공동주택에서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미화원들은 대부분 50~60대의 어머니들이다. 70대 할머니 미화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받아주는 곳도 없으니 노구를 이끌고 혹독한 육체노동에 나선 것이다.
본지가 신년특별기획으로 ‘음지의 노동자-미화원’을 찾아 나선다. (관련기사 1면)
어느 아파트든 미화원들의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나이답지 않게 ‘날씬’하다는 것이다.(말이 좋아 ‘날씬’이지 ‘비쩍 골았다’는 표현이 훨씬 더 사실적이다.) 그 측은하게 야윈 몸이 그녀들의 가혹한 노동조건을 웅변한다. 공동주택의 변전시설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최상의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기계실엔 과열방지를 위해 에어컨이 설치되기도 한다. 부스터펌프와 저수조실은 최고의 위생상태를 자랑한다.
그러나 미화원들은 가장 어둡고 차갑고 습한 곳에서 죄인처럼 밥을 먹고 몸을 쉰다. 전기나 수도가 끊기면 난리가 나지만 미화원이 병들면 바꾸면 그만이다. 기계 고장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쉬운 일을 더 무겁게 여기고 고민하는 사회가 진짜 선진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