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여관 / 이용철]
동백꽃이 툭 떨어지고
바다에는 메밀꽃 하얗습니다
물꽃은 바다의 율동으로
늙은 무희처럼 더디게 다가왔습니다
해미로 덮인 바닷길
우뚝 솟은 날카로운 빌딩 사이
유난히 키 작은 낡은 집 한 채
한쪽으로 기우뚱거렸습니다
바다를 말리는 쪽진 머리 여인
해풍에 그을린 얼굴은
흑백사진이 된 이야기였습니다
한 노신사 짙은 물안개 속으로 걸어와
깊은 눈으로 해진 간판 쓰다듬으며
이끼 더께 달라붙은 양철 문을 밀었습니다
갈매기 놀라 날아올랐고
바닷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렸습니다
해가 언덕 넘어 금빛 물골 출렁일 때
여인 얼굴에 불이 발그름히 켜졌습니다
l해설l
여관旅館은 여행객을 위해 일정한 돈을 받고 묵어갈 수 있는 숙박시설 중 한 곳으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곳입니다. 보통 사용하는 뜻으로는 하지만,
시인은 또 다른 뜻인 곱고 아름다운 경치를 뜻하는 여관麗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잠하기만 한 바다의 수려한 경관을 나열하며 바다를 찬미하고 바닷가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하얀 거품처럼 일어나는 물방울을 꽃에 비유한 ‘물꽃’, 바다 위에 낀 아주 짙은 안개의 ‘해미’,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인 ‘메밀꽃’,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바라다보이는 도시의 화려한 전경들...
툭 모가지 채 떨어지는 동백꽃이 그리운 사람들을 소환합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오버랩되는 아름다웠던 시간들...
이용철 시인님의 철썩이는 파도소리 감상해 보이소~
https://story.kakao.com/ch/pusanpoem/eU6uuKjJCcA/app
-맹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