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극적상봉! 영남과 호서지방의 경계를 이룬 연봉, 괴산 충주 단양 영주 봉화 안동의 백리길 백리마을에서 선도회 금수산 영하산방 여름수련회를 가졌습니다. 비로봉(1439m) 소백산의 울긋불긋한 단풍추일서정(秋日抒情)을 느끼는 때는 아니였지만, 그 정취만큼은 보고도 싫증나지 않을 진득함과 고고함이 함께 해 주었습니다. 마치 황소 등 허리를 타다 가 듯 탄탄하고 부드러운 능선길일 것 같아서 산중백리라는 말을 쓴다고도 하는 소백산자락을 맴돌아 보았습니다.
도착
먼저 도착하신 벽운거사님 각심대자님 이어 전원법사님과 함께 낯선 곳이 아닌 처음이었지만 늘~매월 만나 정진자리했던 마음처럼 대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선 짊을 내리고 집 구경하는 사이 뒷마당에서는 저녁공양에 선보일 아낌없는 정성 국물이 끓여지고 있었고, 안에서는 이것저것 준비하시느라 분주하셨습니다.
안에서는 공양준비에 한참 왔다갔다, 사진만 찍다보니 도와드릴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랜만에 벽운거사님 정진에 오셔서 법사님과 함께 근황을 나누고 계십니다.
In front yard
구경할께요.~
네~
반쯤 열린 대문에 작품들이 있네요. 무위대자님 따님이 판화를 하신다 했으니 그도 그럴 것이 ‘나무’를 더해 일주문을 만들고자 한 것처럼 보입니다. 관람자 입장의 해석이지만요.
앞마당에 소소한 일상의 꿈들로 아기자기하게 소근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영하산방에서 법사님께서 가져오신 부레옥잠화도 그네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듯 피운 꽃망울들이 시들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함께 어울리겠죠.
Back yard
아직 가시지 않는 여름 볕 열기는 땅바닥에 닿기 전 저녁공양에 선보일 보양스프 끊인 열기와 합해졌습니다. 그 옆 와송도 오늘만큼은 그 열기를 참아본다고 하네요.
가끔씩 거사님께서 설거지를 도와주시는데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귀뜸해 주신 각심대자님, 설겆이 위치에서 고개를 들면 위 작품들이 보입니다. 진짜 그러겠네요? 뒷마당에 예기치 못했던 무위대자님의 작품전시장이 있었네요. 음... 어쩌면 작위적인게 아니고 자연의 풀섶으로 지어진 자연의 공간이 작품을 더해줍니다. 두 여인을 엿보고 있는 듯, 저 친구는 누구를 보고 있을까요? 전시구조공간이 참으로 스토리 텔링적입니다. 옛 추억의 사금파리 놀음과 같은 까끔살이 ... 재미있습니다. 무위 대자님의 작가노트가 없다 보니 제 임의대로 해석한 것을 용서 하시기 바랍니다.
In side of house
아기자기함이 물씬 풍겨 나오는 소소한 일상들의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옛 집을 그대로 살리고 그 특유의 역할들을 작품으로 덧대어 우리의 전통을 살린 듯 참으로 예뻤습니다. 여기저기에 보이는 무위대자님의 전시브로셔(“조경미”)는 집안 벽지로 그 멋을 더해 나름의 아트벽지가 되었습니다. 동양화를 한다는 따님 작품이며 여기저기 예술적 형태가 고스란히 옛 집을 페인팅한 분위기는 지금도 파레트에 붓이 올려져 있는 느낌입니다. 구석구석 무위대자님의 소조작품들도 보입니다.
나무기둥과 쇠기둥의 조화로 집 구조의 골격을 덧댄 지혜는 살림9단을 물색케 합니다,
여기 이사집을 찾아 주는 입택 入宅기념작품들도 눈에 띄네요. 무혜대자님의 <반야경> 전각 작품이 보입니다. 분위기와 어울리게 말끔하고 아담한 작품으로 옛 집 서까래들이 그 형태를 드러낸 집 안 조명과 균형이 잘 맞아 보입니다,
저녁공양 & 차담
정성이 곁들여진 여름별미야말로 특별한 레시피인가요? 국물이 여름 내 복달임했던 것도 잠시 유종의 미를 이곳에서 복달임으로 종지된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각(늙은오이)으로 묻힌 여름반찬 등 미리 오셔서 수고를 더해 주신 각심대자님표 반찬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국적대로 마련되어진 시원한 맥주도 정진에서는 빗겨갈 수 가 없네요. 제일 좋아하는 하이네킨은 아직도 저의 팬이구요. 집 밖 밭에서 가꾸신 토마토는 그야말로 자연의 흙으로 다져진 향그러운 과일 맛이 나네요. 직접 키워서 먹고 싶다는 옹갈짐이 다져진 시간이었습니다. 정진을 위해 적당한 카페인의 드립커피도 이에 질세라 한 몫을 해 줍니다. 목을 넘기는 진한 향이 깊은 정진을 위해 말끔히 정리해준 듯한 맛과 향으로 말입니다.
저녁정진 & 입실
“모기장 밖을 웬지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벽운거사님 지방에서 근무하시느라 오랜만에 집으로 옮기실 발걸음을 정진모임에 잠시 들러 함께 하셨습니다. 거듭 반가움을 더해주셨습니다. 갈 길이 먼데도 무위대자님께서 손수 개인 모기장까지 만들어주신 정성에 쉽게 나가시지 못하셨습니다. 물론 드센 모기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이대로 시골저녁의 대미필담大味必淡과도 같을 자연의 정취에 빠져버려 나오시질 못하신 것 같습니다. 입실 시간이라서야 겨우 나오시고 가벼운 서울 길에 아쉬움과 함께 잘 도착하셨기를...
저녁마실 그리고 정진 계속 / 취침
가로등 불빛에 얼마나 보일지...무슨 이파리 알아내기 게임이나 하듯, 밤 마실길 담 넘어 소리가 크게도 들렸습니다. 어둠이 깔려서인지 모든 것이 적적합니다. 새벽녘까지 무위대자님과 교대로 정진을 하며 앉아 있는 동안 자존심 세게 보이는 반야고양이가 제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낮엔 여름기승에, 새벽엔 가을 쌀쌀함을 동시에 보듬은 채, 철야를 하느냐 못하느냐 망설였고 한 쪽에서는 모기장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저를 더듬는 모습이 먹을 것으로 보였는지 지도 잠을 자지 않고 날까로운 발톱에 모기장만 찢길까 걱정하느라 정진 반 놀기 반으로 정진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