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Albania 09 벙커의 나라, 알바니아 티라나(2)
차는 거의 우리의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했다.
“알바니아라는 나라에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유럽 제일의 빈국, 유럽의 소말리아, 발칸의 숨은 진주, 마피아의 나라, 마더 테레사의 나라, 시간이 멈추언진 나라(엔베르 호자의 독재 때문에)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그중 가장 제 귀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이 멈추어진 나라라는 말이네요. 무엇인가 이야기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하고 엘레나는 웃으면서 나에게 말햇다.
“있죠, 엔베르 호자라는 인물의 독재 때문 아닐까요?”
나는 엘레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 알바니아인들의 조상은 일리리아인이라고 합니다. 기원전 2000년경에 발칸 반도 서쪽에 정착한 사람들입니다.”
“발칸 반도 서쪽이라면 베네치아의 반대편이 되나요?”
“그렇죠. 지금으로 말하면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알바니아 등이죠.”
“알바니아는 역사적으로 아주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은 나라입니다. 기원전 7세기에는 그리스인들이 들어와 자치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기원전 4세기에 부족국가를 이룬 일리리아인들과 평화적으로 무역을 전개합니다. 그러다가 그리스가 알바니아의 남쪽을 점령하였는데 지금까지 그리스는 이 땅을 자기들 땅이라고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답니다.”
“모든 나라가 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네요.”하고 엘레나가 말햇다.
“현재 알바니아 북부의 슈코드라(Shkodra)를 중심으로 일리리아 왕국은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일리리아 왕국을 로마가 넘보죠. 그러다가 군함 200척을 앞세워 기원전 288년 침략하여 정복하게 됩니다.”
“로마가 이곳을 점령하기 전에 이들은 어떠했나요?”
“로마가 점령하기 전에는 도나우 강 북부까지 그 세력을 떨쳤습니다. 그러다가 기원전 167년 발칸 지역은 로마의 수중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 로마가 이곳에 쳐들어오며 내세운 명분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일리리아 해안에 해적들의 본거지가 많기 때문에 로마는 이에 대한 토벌을 구실 삼아 들어와 일리리아 지방을 평정했던 겁니다.”
“그러면 로마가 멸망하고 나서는 어떻게 되죠?”
“로마는 5-6세기에 쇠퇴하여 멸망하게 되는데, 고트족, 훈족, 슬라브족의 침략이 잇따릅니다. 또한 11세기에는 비잔틴제국, 그리고 불가리아제국과 노르만이 일리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두고 서로 다투게 됩니다. 13세기에 들어서는 프랑스 출신의 앙쥬 가문이 점령하나 오래가지 못하죠. 그 후 세르비아, 베네치아 공화국, 오스만 투르크제국이 이곳을 거쳐 가게 됩니다. 1479년부터 1912년까지 오스만 투르크가 이 지역을 손에 넣게 되죠. 이렇게 외세의 침략으로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게 된 겁니다. 1879년에는 현재의 코소보에서 독립을 시도하다가 오스만 투르크에 짓밟히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우리는 티라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묵을 호텔이 있고 이 도시의 중심인 곳이다. 호텔은 이곳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인터내셔널 호텔. 호텔 앞 광장의 이름은 스칸데르베그(Skanderbeg)광장이라고 한다. 이곳 주위에 시내 투어를 할 곳들이 모여 있다.
내가 엘레나에게 이야기했다.
“이곳 알바니아는 우리나라의 한 도 정도 크기이고 인구도 380만으로 역시 우리나라의 한 도 정도 됩니다. 우리가 도착한 수도 티라나는 인구가 약 40만 명 정도고요. 국민 소득은 6,00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종교는 이슬람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약 70퍼센트. 알바니아 정교가 20퍼센트 그리고 로마 가톨릭이 10퍼센트 정도입니다.”
엘레나가 나의 말을 받아 말하였다.
“티라나는 17세기에 세워진 도시죠. 물론 오스만 투르크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그 당시 오스만 쿠르크의 방군이었던 바르키자데스 술레이만 파샤에 의해 건설된 터키 기원의 도시인데, 페르시아에서의 오스만 투르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테헤란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는군요. 1920년 이후 수도가 되면서 알바니아의 최대 도시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는 티라나의 중심에 도착하였다. 나는 엘레나와 함께 체크인 한 후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호텔 앞의 광장 건너편에 이곳 알바니아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엘레나가 나에게 국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국기가 좀 특이하지 않아요? 빨강 바탕에 검은 쌍두 독수리. 독수리 머리가 있는 게 한 나라의 국기라기보다는 유럽의 어느 문장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나는 그런 것 같다고 말하였다.
엘레나는 알바니아 국기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여 주었다.
“빨간 알바니아의 국기에 대해서 아세요? 이 국기는 15세기에 이 나라 출신으로 오스만 투르크에 인질로 끌려가 잡혀 있다가 1443년 300명의 알바니아인들을 이끌고 베네치아 공화국, 나폴리 왕국과 동맹을 맺어 오스만 투르크와 싸운 스칸데르베그(Skanderbeg)의 생가인 카스토리오타 가의 깃발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는 오스만 군대를 격파, 알바니아 북부를 통일하였고 1468년 숨질 때까지 25년 동안 독립을 유지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쌍두 독수리의 머리는 알바니아가 동양과 서양 사이에 위치하고 있음을 뜻하며, 또한 자신들이 용맹한 독수리의 자손이라는 의미로 국기에 표시하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광장은 제법 넓었다. 나는 광장에 있는 기마상을 가리키며 엘레나에게 물어봤다.
“저 기마상이 누군지 아세요?”
엘레나는 미소를 짓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저 기마상은 이 광장의 이름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이 광장의 이름이 바로 저 기마상의 이름과 같습니다.”
“메인 광장의 기마상이라, 그러면 저 기마상은 이곳의 역사나 정치와 관련된 인물이겠네요?”하고 나는 엘레나에게 다시 물었다.
“물론이죠. 저 기마상의 이름은 스칸데르베그라고 합니다. 이전에 저 자리에 독재자 호자의 동상이 있었다더군요. 그 자리에 알바니아의 전쟁 영웅인 스칸데르베그의 기마상이 서게 되었죠. 알바니아의 조각가인 오두스 파스카일(Odhus Paskaol)이 장군 사후 500주년 기념을 맞이하여 1968년도에 세웠다고 합니다. 높이가 약 11미터라고 합니다.”
광장 주변에는 여러 개의 건물들이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문화궁전과 역사박물관, 그리고 시청건물이었다.
“이곳 티라나에는 세 개의 건축 양식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 건축 양식인데요. 2차 세계대전 중 수도인 타라나가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이탈리아 파시스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죠. 이것이 그들이 남겨 놓은 건축 양식인데 저기 보세요. 저건 시청 건물입니다. 파랑, 빨강, 노란색으로 되어 있는 저 건물은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건물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건축 양식은 공산주의 치하에서의 건축 양식이죠. 1945년부터 1991년까지의 공산주의 양식 말입니다.”하고 내가 엘레나에게 설명하였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엘레나가 말했다.
“국립 오페라극장, 문화궁전을 이야기하시는 거죠?”
문화궁전에는 오페라 하우스라고 적혀 있었다. 문화궁전은 중앙광장의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엘레나가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문화궁전은 1958년 소련의 도움으로 짓기 시작했다는 거 아세요? 그 당시 소련의 후르시초프가 초석을 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61년에 소련과 갈등이 일어나고 결국 중국의 도움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건물에는 국립 오페라 하우스, 발레 극장, 국립 도서관, 카페, 레스토랑 등이 갖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기 있는 거 한번 보세요. 저것은 역사박물관입니다. 알바니아 최대의 박물관이라는군요. 1986년 알바니아 민중의 저항을 담은 대형 모자이크가 있습니다. 안에는 알바니아 역사에 관한 유물들이 있다고 합니다. 1982년 호자의 딸이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화궁전 옆에 보면 모스크가 보이죠. 저것은 에뎀 베이 모스크(Ethem Bey Mosque)라는 건물인데 1789년에 지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알바니아 공산정권 당시에는 패쇄되었다가 공산정권 몰락 후에는 이슬람교도들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옆의 시계탐은 이곳의 상징이고요. 저곳에서는 티라나의 전망을 볼 수 있답니다.”
나는 다시 아까 하던 이야기를 이어했다.
“세 번째 건축 양식은 모던 양식, 자본주의 양식이라고 합니다. 1991년 공산주의가 막을 내리면서 지어진 건물들입니다. 저기 베네토 은행 사인이 보이죠. 그리고 왼편의 11시 방향에 있는 건물이 총리 집무실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1시 방향의 건물은 대통령 집무실이고요.”
나는 엘레나를 쳐다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엘레나는 깜짝 놀라는 듯했다. 나는 그냥 피식하고 웃어 넘겼다.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엘레나와 나는 광장을 한 바퀴 돌고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로 들어온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고 내일 몬테네그로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매일 하는 방법처럼 아침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