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라, 합쳐라, 생각하라’ 포항제철고의 역발상 프로그램
중앙일보 2017.07.02 17:00
by 류동오·이주원
틀을 깨는 사고가 중요해졌다. 각 교육 기관에서는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그러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일환으로 포항제철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발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역발상 프로그램이란
역발상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교과를 융합하거나, 심화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교육 콘텐트를 직접 개발하고 이를 공유하는 활동이다. 꼭 교육 컨텐츠가 아니라도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제안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아보고자 역발상 프로그램 웹사이트(www.pople.co.kr)에 접속해 봤다.
‘공부속으로’ 카테고리는 교과 융합 활동, 거꾸로 문제 제작, 아이디어의 샘(아이디어 제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카테고리는 교과 지식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내용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고 공유한다. ‘세상밖으로’ 카테고리는 거꾸로 발명, 거꾸로 독서, 거꾸로 마케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카테고리는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역발상을 이용해 발명 계획을 제출하기도 하고 책을 현재형 시제로 고쳐 읽거나, 책을 말 그대로 거꾸로 읽어 보는 등의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한다.
역발상 프로그램의 특징
대부분의 교내 활동은 교사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역발상 프로그램에서 교사는 ‘조력자’ 역할을 할 뿐 대부분의 활동을 학생들이 이끌어 간다. 역발상 사이트를 제작하는 것부터 프로그램 관리, 운영까지 모두 학생들의 몫이다. 이런 경우 학생들은 수평적 관계 속에서 활발하게 소통함으로써 프로그램 전체가 학생의 의지대로 운영될 수 있다. 작년에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김규리(17, 포항제철고 1)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매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신선한 주제를 이용한 역발상을 소개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신문과 과학 잡지를 찾아 읽고 지식의 폭을 넓혔다.” 콘텐트 제작을 위해 학생이 직접 고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학생 주도형 프로그램의 기반은 무엇일까. 바로 온라인 활동이다. 오프라인 활동은 시간, 장소, 비용 등 제약이 많은 반면, 온라인 활동은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 학생들의 컴퓨터 활용도가 높은 요즈음 온라인 활동은 학생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뿐만 아니라 콘텐트의 공유 범위가 전 세계라는 점도 큰 메리트다. 또한 익명성이 보장되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약 없이 펼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역발상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태경호(17, 포항제철고 1) 학생은 “매주 교과관련, 비교과관련 게시물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즉시 메모하여 자기 전에 종합해 생각해보는 활동을 통해 창의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문제헌(17, 포철고) 학생은 “교과 융합 뿐 아니라 교과와 실생활을 융합하는 활동을 통해 내신과 수행 평가 등 학업에 지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역발상의 중요성 및 그 방법을 연구하는 전문 강사들의 강연을 듣기도 한다. 지난 2017년 5월 23일에는 포스텍 창의 융합 공학과 김진택 교수가 ‘가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강연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이 강연을 통해 '역발상이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엮는 활동'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참고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포항제철고의 역발상 프로그램은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이 모여 이루어낸 아이디어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이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시기인 요즘 생각을 뒤집고, 합치고, 공유하는 역발상 프로그램은 창의 융합형 인재들을 양성하는데 제격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역발상 프로그램의 콘텐트는 모두에게 열려있으니 아이디어의 바다에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글=류동오·이주원(포항제철고 2) TONG청소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