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의 가장 큰 변화는 ‘절망’에서 ‘희망’이 솟아나는 곳이 됐다는 거죠. 지난 30년간 역대 원장님들의 부랑인들에 대한 사랑과 임직원의 헌신, 많은 봉사자들의 노력, 대구시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반듯한 희망원이 있게 됐습니다.”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1980년 4월 대구시로부터 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을 수탁운영한 지 만 30년째 됐다. 1일 희망원 수탁운영 30주년 기념식 및 문화센터와 첨단 운동장 준공 축복식에 앞서 8대 원장 김철재(56·바오로) 신부는 감사의 소회를 감추지 않았다.
“6·25 전쟁 후 갈 곳 없는 아이들과 부랑인들을 그러모아 수용한 게 희망원의 시작이었죠. 그때부터 1980년대까지 희망원은 마치 '축사'(畜舍)나 다름없었지요. 오래된 봉사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막장'에서 '천국'으로의 대변신이다’고들 합니다.”
현재 김 신부를 비롯해 임직원 100명과 2천500여 명(등록수 6천 명)의 봉사자가 꾸려가는 희망원은 4만3천㎡의 부지에 1천400명의 원생들이 13개 동의 현대식 건물과 첨단 인조잔디 운동장이 갖춰진 전국 최고의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깨끗한 시설과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때 '절망원'이라고 일컬어졌던 곳이 '희망원'이 되기까지는 2008년 취임한 김 신부의 ‘품위 있는 인권’을 강조한 운영철학이 크게 작용했다. 김 신부는 막장인생으로까지 떨어진 원생들에게 삶의 품위를 찾아주려고 했다. 이날 준공 축복식을 가진 문화센터‘아띠울’(아띠는 순우리말로 친구, 울은 울타리의 준말)과 정신박약자들를 위한‘슬기동’도 원생들의 품위있는 생활을 위한 공간마련의 일환이다.
“카페와 컴퓨터, 노래방, 도서실 등 문화공간이 함께 있는 아띠울과 최신 인조잔디 운동장을 이용하다보면 어느새 원생들의 얼굴이 많이 밝아져 있습니다. 마치 바깥세상에서 일반인들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과 자긍심을 볼 수 있어요.”
아띠울 카페‘훗나래’에 들어서면 봉사자 1명과 원생 2명이 함께 손님을 맞고 음료를 서빙한다. 이는 물론 사회진출에 앞선 자활프로그램의 일부분이다.
이곳 자활프로그램은 지적 능력이 없거나, 있어도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원생들에게 5단계에 걸쳐 자활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생활관에서 모임활동을 통해 원내 청소나 허드렛일을 도우면 노임이 지급된다. 이 단계에 적응하면 다음은 단순작업으로 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 그 수익금을 나눠 개인통장에 지급한다. 다음은 원내소득장 2군데에서 정식으로 갱생능력을 높인 후 외부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된다. 이때는 원외에 아파트 2채(중간의 집)에서 서로 기거하며 완전독립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단계가 높아갈수록 임금도 높아진다. 이후 완전 독립에 성공한 경우라도 월 1회 직원들이 일일이 방문해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도와주며 어려움을 청취한다.
그러나 김 신부는“원생들의 황폐해진 심리적 공황상태를 개선할 프로그램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고 했다. 자활 및 갱생프로그램을 좀더 체계적으로 운영한 전문인력이 희망원엔 없다. 웃음치료 등 전문분야 자원봉사자가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면 원생들의 꺾인 삶의 의욕은 다시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 바라는 바는 역설적이게도 희망원이 아예 망해버리는 것입니다.(웃음) 그렇게 되면 지역사회가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역량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58년부터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지금 자리에 있어온 대구광역시립희망원. 그러나 현재 희망원 주변은 고층아파트가 빽빽이 둘러싸고 있다. 김 신부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이제는 희망원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무척 난감합니다. 그렇지만 직접 와서 보면 마음이 달라질 것입니다."
김 신부는 이를 위해 희망원이 지역 친화적 시설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장과 카페를 개방해 직접 와서 보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 자신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희망원도 기꺼이 나설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한편 이날 오전 거행된 대구광역시립희망원 수탁경영 30주년 기념식 및 준공 축복식에는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타대오) 주교를 비롯해 이창영 매일신문사 사장, 하춘수 대구은행장, 이동희 대구시의회 부의장, 김일규 대구결핵요양원장 등 많은 내외귀빈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