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성당 사무실의 부탁으로 몸이 불편하신 노부부를 주일 새벽미사에 모셔다 드리는 차량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잠시 도와드리는 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인연은 어느새 13년이라는 긴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주일 새벽이면 두 분을 모시고 성당으로 향했고, 미사가 끝나면 다시 집으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이 쌓이면서 우리는 봉사자와 교우의 관계를 넘어 가족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아버님은 생활 속 작은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저를 찾으셨습니다.
지팡이 고무가 닳으면 어디에서 구하는지 물으셨고, 휴대폰 충전기가 고장 나면 도움을 청하셨습니다.
저는 퇴근길에 필요한 물건을 사다 드리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이 어려우실 때면 작은 도움을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도와드리며 신뢰도 함께 쌓여 갔습니다.
가끔은 포항과 감포항으로 바람을 쐬러 가기도 했고, 함께 식사를 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은 봉사라기보다 소중한 인연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 원칙만은 지켰습니다.
돈과 관련된 일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아버님께서 ATM에서 돈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중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 제가 봉사를 하는 것은 하느님께 받은 재능을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돈과 관련된 일은 단돈 10원이라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오해가 생기면 오랫동안 쌓아 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을 들으신 아버님은 오히려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다. 자네가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뭘 의심하겠노. 나는 자네를 믿는다."
그 한마디는 지금도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렀습니다.
어느 날 아버님은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장례미사 날.
저는 처음으로 큰따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저를 보자마자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아버지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13년 동안의 시간들이 한순간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봉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했던 일이 오히려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기도할 때면 안상문 바오로 아버님과 손준례 비비안나 어머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가끔 장례미사 날 들었던 그 한마디를 떠올립니다.
"우리 아버지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은 세월이 흘러도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평화 안에서.
요셉이 드림-
첫댓글 주님께서 항상 함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우님께도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