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근에 자리한 김포시에는 7인의 의과 공보의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7인의 공보의 모두 올해 5월 김포시에 신규로 배치되었다는 연으로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타지역에서 이미 공보의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보람 공보의와 올해 초임 배치된 정성규, 권국주, 김원준, 이인구 공보의가 한자리에 모여 쏟아 놓는 이야기는 의외로 ‘공보의 예찬론’이다. 그러나 예찬에는 항상 비평이 따른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대화를 위해 어떤 이야기를 누가 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들의 재미있는 토크를 즐겨보자. |
Q.김포시에 대한 소개? -지역적으로 서울과 근접해 있지만 농촌과 도시가 혼재해 타지역과 약간 차별화된 점이 많다. -김포시 대부분은 도시화가 많이 돼있고 인구수가 많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은 전형적인 시골이다. 보건지소에 있다 보면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딸기나 농산물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새삼 ‘인간다운 정이 이런 거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Q.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공보의에게 최대 관심사는 무엇보다 재테크다. 최근 코스닥지수 올라서 돈 번 사람들 보면 배 아파 죽겠다(웃음). 하지만 재테크 책을 10권까지 읽고 내린 결론은 근검절약이었다. -진료시간이 끝나면 매일 2시간 정도 연습장에 나가 골프를 친다. 혼자 관사생활을 하기 때문에 무료한 시간을 보냈는데 요즘 무엇인가를 배워 유익하게 지낸다. 물론 골프에 대한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 관심사는 연애다. 지난 주말에 만났는데 왠지 결혼까지 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든 까닭은 대화가 잘 통해서다. 벌써 날은 여름이지만 내 마음엔 봄이 찾아왔다(일동 웃음). 내가 이렇게 말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분의 이름이 봄이다. 김봄이(일동 탄성).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펀드를 운용하는 데 적립식 2개에 거치식 4개로 총 6개다. 돈도 조금 벌었다. 거치식을 시작한지는 3개월 정도 밖에 안 됐는데 상담을 받으며 각각 펀드에 대한 종목들과 관련 증권지수를 확인하고 전체적인 경제 동향을 살피며 운용해 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환자가 없을 때면 먼저 하는 일이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하는 거다.
Q.공보의 기간 동안 세운 계획은? -훌륭한 골퍼가 되는 것(웃음). 그리고 외과 쪽을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의 외과관련 의료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USMLE(미국의사시험)를 보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노는 것에 맛이 들려서 시작조차 못했다. 또 공보의 3년차 때 결혼을 생각 중이다. 병원에 가게 되면 눈치 보여서 신혼여행도 마음대로 못 가잖나. -집사람이 작년부터 9개월간 프랑스에 유학 가서 이번 주에 돌아온다. 결혼한지는 3년이나 됐는데 아직 신혼기간이 없었다. 이제 신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생각이다(일동 웃음). -3가지가 있는데 먼저 아기를 갖는 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못했던 일들을 하는 거다. 예전에 정통 헤비메탈을 추구하면서 음악에 매달린다는 의미를 지닌 ‘매달리까’라는 그룹 활동을 했었는데 다시 멤버들을 모아 공연하고 싶다 . 또 미술, 홈페이지 관리 등 못했던 것들도 해보고 싶다. 마지막 하나는 지금 투자한 돈을 3배 불리는 거다(부러움의 탄성). -내년 3월 안에 결혼을 하고 싶다. 또 내년부터는 병원 쪽으로 나가서 다시 임상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Q.내가 공보의라는 것을 실감할 때는? -매일 매일 실감한다. 일단 출근시간이 레지던트 때는 6시였는데 요즘은 9시다. 또 전국 공보의의 업무가 모두 똑같지는 않겠지만 대학병원을 벗어나 지난 2개월간 해온 일들은 의사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단순 업무다. 하는 일에서부터 내가 공보의라는 사실을 요즘 실감하는 중이다. -오늘 같은 날이 더 실감난다. 공무원 사회는 보고체계가 있어서 사적 자리라고 생각했던 이런 인터뷰 모임도 위에다 보고를 하고 나와야 한다. 이런 보고체계가 내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개선을 요구할 때가 있는 데 여러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해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공보의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병원에서는 일처리를 다하면 그 나머지 시간은 스터디를 하든지 자든지 개인 시간으로 쓸 수 있다. 지금은 공무원이다 보니 일이 없어도 그 자리에 남아 있어야 된다. 하지만 휴가나 연차 같은 경우는 규정에만 맞으면 쓰기 굉장히 쉽다. 병원에서는 일이 많으면 휴가나 연가가 있어도 못 쓰지 않나. 규정에 얽매여 살 때, ‘공무원은 공무원이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가정방문을 다닐 때, 내가 공중보건의라는 사실을 가장 많이 느낀다. ‘원장님 오셨냐’, ‘선생님 오셨냐’ 그러는데, 그럴 때면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Q.공보의라서 힘들 때는? -공보의라서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김포시에 도시화가 많이 돼 환자들이 좀 까다로울 때가 많은데 그들이 불평을 하거나 민원을 넣을 때 힘들다. 지금 지소에서 하는 것도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잘 하고 있는 데 사람들이 정보가 많다보니 더 까다로워진 것 같다.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노력은 하지만 한계를 느낀다. -굳이 찾으라면 일반의 공보의의 경우 사람들이 잘 모 른다는 식으로 치부하며 청진기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그런 때가 힘들지 않나 싶다. -작년엔 울릉도에서 1년을 지냈는데 거의 유배생활이나 다름없었다. 1년에 연가 쓰는 것 외에는 밖에 나올 수 없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정말 육지 생활과 동떨어져 생활하다 도시화된 이곳으로 오니 너무 편하다. 또 사람들이 많으니 너무 좋다. 울릉도에는 거의 할아버지, 할머니 밖에 안 계셔서 젊은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면 너무 반가워 일부러 아는 체까지 하고 그랬다(일동 웃음). -지금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로 다 인데. -그래도 지나가는 젊은 사람들 많잖아(일동 웃음). -한창 일할 나이인데 늘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갑갑하다. 한창 수련 받을 시기에 3년을 정체된 시간 속에 살아야 하니 그렇지 않겠나. -전공이 마취통증인데 소아감기 환자가 온 경우가 있었다. 평소 감기약을 써본 일도 없고 또 소아니까 약용량도 신경 써야 하고. 책 찾아보고 하느라 그 환아를 보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임상경험이 적은 환자를 볼 때마다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Q.적응이 잘 안 됐던 부분은 ? -일 자체보다 혼자 시간을 견디는 것이 어렵다. 이제는 밥도 해먹고 책도 읽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처음에는 마땅히 할 게 없어서 이 시간에 뭘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을 했다. -관사생활을 하고 있는데 거의 자취생활이다. 이런 생활이 처음이라서 외롭고 귀찮은 거 빼고는 불편한게 하나도 없다. 공부하지, 운동하지, 연애하지, 재테크하지, 너무 좋다. -봄 때문에 그래. 연애가 잘 되면 어떤 상황이 와도 행복하지(일동 웃음). -공보의 생활은 아주 행복하다. 요즘 여유 시간이 되니 <로마인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15권 전집을 인터넷으로 통째로 샀다. 지금 7권째 읽고 있는데 내용이 너무 좋다. -요즘 만나면 매일 이 이야기만 한다.
Q.보건소 혹은 보건지소는 어떤 곳? -공보의에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배움이 장이 될 수 있고 환자에 대한 봉사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능동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고 내 나름 환자에게 봉사한다는 생각과 함께 임상에 대한 경험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접근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이다. 예방접종이나 고혈압, 당 뇨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 등도 이제는 가난해도 모두 받을 수 있다. 최소한의 의료권을 보장해 주는 셈이다. -참 의료를 실행할 수 있는 곳이다. 딱히 병원에 대한 경영을 생각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뒤에 환자가 밀려 시간에 압박을 받으면서 환자를 보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열 명 정도의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친해질 수도 있고 내가 해주고 싶은 진료를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개원의가 되서 지소처럼 운영하면 망할 거다. 하루에 보건지소에서 버는 돈이 6,000원 정도 밖에 안되는데 이렇게 운영하면 6개월 안에 망하지 않겠나. 그러나 한번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만성질환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질병의 예방과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곳이다. 질병의 예방과 교육은 시간과 돈 보다는 시간과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가는 데, 보건지소에서조차 그런 것이 잘 안 되고 있다. 주민들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질병 예방 차원의 교육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는데 지소장인 나도 게으르고 힘들어서 마음처럼 쉽게 행동하지는 못한다.
글·사진 김경원 기자 kkw97@docdocdoc.co.kr 사진 대웅제약 김윤정 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