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인 12월 12일 제주의 걷기 동호회 회원님들 11명과 함께 제주 올레길 8 코스를 걷다.
조금 흐린 날씨이긴 하지만 따듯하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는 걷기엔 최적의 날씨.
오전 10시 10분, 8 코스의 시작점인 월평마을 아왜낭목 앞에서 걷기를 시작하다.
8 코스 출발하자 마자 만나는 약천사. 약천사는 서귀포에서는 가장 큰 절이다.
겨울과 가을의 공존. 12월 중순인데도 아직 노란 은행잎을 만날 수 있는 건 제주이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몇 년째 소나무 재선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제주의 소나무 곰솔아, 모쪼록 이 고비 잘 넘겨 제주섬을 다시 푸른 솔로 수 놓아 주길.
약천사 지나 바닷길로 접어들기 전 만나는 야자수의 열병식
연일 내리는 가을비로 요즘 감귤 농가는 시름을 앓는다. 미처 따지 못한 노지귤이 올레꾼들에겐 그래도 반갑고 아름다운 풍경
대포항으로 가는 중에 만나는 바다길
멀리 서귀포의 범섬이 보이고 바닷가 용암바위들은 마치 작은 섬인양 파도에 흔들린다
대포항을 지나 주상절리대로 이어지는 길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억새가 마치 가을의 흔적인 듯. 그 뒤로는 제주 컨벤션센터가 보이고
대포동의 주상절리대는 참 많이도 가지만 관람코스를 벗어나 이렇게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건 올레 걷기의 특권이자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 곳에서 주상절리대 관람 코스로 무료 입장한 사람들과 깜빡하고 도민증을 챙겨오지 못해 입장하지 못한 두 부류로 잠깐의 이별.^^
주상절리대 정식 관람 코스를 벗어나 이번에는 우측에서 만난 모습. 볼 수록 참 신기하고 기묘하다 아니 할 수 없다. 나뭇가지들로 전방을 가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난간대 꼭대기까지 위태롭게 올라가는 무리수를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걷기 시작한 지 약 두 시간 경과해 12시가 되고 대충 6km 지점인 주상절리대 인근에서 잠시 휴식과 함께 사과, 귤 등 간단한 간식 타임을 갖는다
주상절리대를 지나면 8 코스는 Seaes Hotel 안으로 이어지는데 자신의 영업장을 이렇게 올레길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 그 배려심에 감사함을 느끼며 지나간다. 사실 요즘의 제주 현실에선 그런 경우 만나기 쉽지 않다.
제주 전통가옥 형태로 이루어진 씨에스 호텔 내부의 아름다운 모습. 늦은 오후 이 곳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주상절리대 너머로 지는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참으로 행복한 순간.
씨에스 호텔에서 나와 올레 8 코스는 천제연 폭포 쪽으로 이어지는데 오늘은 오름에 오르는 계단에 새롭게 페인트를 칠해 아쉽게도 출입금지
퍼시픽랜드 뒷편으로 해서 중문해수욕장이 보이는 지점에 도착. 이 때 시간이 12시 30분경. 걷기 시작한 지 2시간 20분 경과
우리 일행은 해수욕장을 병풍처럼 둘러 싼 능선을 따라 하얏트호텔까지 걸어간다.
그 능선길엔 새롭게 공사하는 곳이 많아 길이 곳곳에서 폐쇄. 우리 일행은 12시 40분경 색달해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그 후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폐쇄된 길이 많아 하얏트호텔 전에 다시 계단을 통해 해변으로 내려가기도.
하얏트호텔의 전경, 여전히 아름답다. 예전 80년대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기 전엔 신혼부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했던 호텔
이 곳에서 8 코스는 낙석으로 인해 예전 코스인 갯깍주상절리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하얏트호텔 위로 우회하게 되었지만 우리 일행은 걍 예전 코스를 택하기로 한다. 오늘 일행 중 한 분이 폐쇄되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 중.ㅎㅎ
하얏트호텔에서 갯깍주상절리대가 있는 해변으로 내려오는 계단
갯깍주상절리대 전경
지난 가을 맑은 날 찍었던 갯깍주상절리대의 풍경
갯깍주상절리대의 디테일. 수직 바위 틈에서 자라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외감이 들기도
바닥에 떨어진 주상절리의 편린들
갯깍주상절리대의 절정이랄 수 있는 해식동굴의 우측 입구. 바닷물의 영향으로 굴이 형성되는 해식동굴은 안 쪽으로 깊게 파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곳은 이렇게 입구를 통해
굴 안쪽으로 들어가
좌측 출구로 나올 수 있게끔 좌에서 우로 혹은 우에서 좌로 관통 되어 있는 정말 특이한 해식동굴이 아닐 수 없다.
좌측의 출구를 통해 일행들이 굴을 나오고 있다
그 유명한 해병대길. 제주의 해병대 군인들이 바위돌을 골라 바닷길을 냈다는 얘기가
오후 2시 30분경, 걷기 시작한 지 4시간 20분 경과되어 우리 일행은 논짓물에 닿는다. 논짓물이란 많은 양의 용천수가 바닷물과 만나 마치 호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 예전엔 제주의 어린이들이 이 곳을 풀장삼아 안전하게 즐기며 수영을 즐기고 더위를 식혔다고 한다. 우리도 이 곳에서 잠시 발을 담가 걷기의 피로를 푼다.
앞쪽의 용천수가 호수를 이룬 민물과 그 너머 파도로 일렁이는 바닷물이 함께 만나는 곳
국화차로 해서 마시면 그윽한 향기가 일품인 노란 감국꽃이 겨울 속에 가을 풍경을 연출한다
오후 3시 30분경, 걷기 시작한 지 5시간 20분 경과한 시간에 드디어 오늘 걷기의 종점인 대평포구의 박수기정.
박수기정은 마치 병풍을 둘러친 모습인데 그 뜻은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고 한다.
대평리의 옛이름은 '용왕난드르' 라고 하는데 이 곳이 용왕이 난 곳이라니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인가.
그리고 오랜 옛날엔 이 곳을 통해 당나라와 교역도 했다고 하니 제주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구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이 곳에서 택시를 불러 원점인 월평마을까지 되돌아가 몰고 온 차를 이용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감.
18.8km, 결코 짧지 않은 8 코스이지만 적당히 흐린 하늘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걷기 적당한 날씨라 힘든 줄도 모르고 또 11명이 이런 저런 정담도 나누며 걸은 탓에 지루한 줄 모르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제주에 살면서 많은 즐거움과 특권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온몸으로 제주의 바람을, 제주의 햇볕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걷기 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 또 있을까?
오늘 함께 걸은 11 분들 만나 모두들 반가웠고 또 다음에 더 좋은 길에서 함께 행복한 걷기 되길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때로는 이국적인 모습과 내륙하고는 한 계절이 늦은 듯 하면서 지나는 모든 풍광이 절경을 이루는 역시나 제주의 멋진 모습들입니다.
그중에서 25년 전에 찾았었던 낯익은 건물도..^^
올해는 12월까지 참 따듯한 탓에 숲길엔 민들레 뿐 아니라 산딸기까지도 있더군요. 하지만 계절이야 어디 갈까요 곧 찬 바람불고 싸락눈 날리면 그 때가 바로 제주의 겨울이랍니다. 아마도 신혼여행 때 하얏트호텔에 머무르신 듯.^^
제주의 멋진풍광들
편하게 앉아서
구경 잘했습니다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유화님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병상에서 일어나 외출하신 사진을 보긴 했습니다만. 이제 다니실만 하면 새해 제가 집에 올라갈 땐 한번쯤 뵐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기대해 봅니다.ㅎㅎ
멋진 사진과 자세한설명에
올레길 8코스를 한바퀴 휘리릭
다녀온 기분 이네요
오래전 올레길 준비도없이 그냥 걸었다가
더운여름 고생도 많이했던기억이요
7코스인가 ᆢ그때부터
제주가도 올레길은 ~노 노 ㅎ
숲길이나 사브작 걷다가
맛난거 묵고 ᆢ
훈장님
아름다운제주 소식에는
여행의설레임을 일깨워 주는
매력이 있어요
감사 드립니다ᆞ
하하~청하님 그러게 저도 봄부터 가을까지는 올레길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답니다. 바다 풍경은 참 좋아도 햇볕에 노출되고 포장 구간이 많은 탓이지요. 머체왓숲길, 장생의숲길, 삼다수숲길, 사려니숲길 등 참 걷기 편하고 좋은 길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좀 흐린 날이나 요즘 같은 초겨울엔 올레길 걷기가 제격이 아닌가 싶네요. 청하님도 모쪼록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되시길 바랍니다.^^
역시 제주올레길이네요. 사진으로도 동행하는 느낌입니다.
지성조아님 잘 지내시죠? 사실 제주 뿐 아니라 요즘은 서울 혹은 전국에 걷기 좋은 길들이 참 많지요. 문제는 걷기에 선뜻 나서는 마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