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세계신문 월례좌담회] 재한조선족사회가 바르게 나아갈 길을 묻다
다단계사업 함정에 쉽게 빠지는 중국동포들
올바른 경제관과 창업정신 부재에서 오는 폐단,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동포단체와 단체장들, 노인층을 집요하게 접근하는 다단계사업자들의 유혹
재한조선족연합회에서 겪은 일들을 들어보고 토론해 본다
"한국에 와서 열심히 번 돈! 허망하게 날렸어요" … 위험속에 놓인 동포들 이야기
“무점포, 무자본 사업, 그러면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대대손손으로 물려줄 수 있는 사업,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없는 정보이니 빨리 이 정보를 접하고 먼저 사업에 뛰어든 사람이 행운을 잡는다’
보통 다단계사업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귀에 솔깃한 이런 말들에 유혹되어 중국동포들 중 상당수가 한번쯤은 다단계사업장에 가서 설명을 듣고 다단계사업에 뛰어들다 손해를 보고 그만둔 이들도 적지 않은 것같다. 심지어 어떤 이는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전부 탕진하였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더 이상 중국동포들에겐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수법을 동원한 다단계사업은 다양한 형태로 둔갑하여 중국동포들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고개를 들고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또 주목할 것은 중국동포 대상 다단계사업자들이 주요타깃으로 늘 돈이 아쉽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는 동포단체들의 약점을 알고 “이 사업을 하면 단체도 살고 돈 걱정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단체장과 그 단체에서 주요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중에 돈있어 보이는 노인들도 주요 대상이다.
서울 홍제동 재한조선족연합회도 다단계사업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을 받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다단계사업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가족과 친지, 친구까지 패가망신 시키는 사업이라 규정짓고 철저히 막고 있다.
동포세계신문은 지난 3월 4일 서울 홍제동 재한조선족연합회 문화활동실에서 ‘재한조선족사회 바르게 나아갈 길’ 주제로 펼치는 월례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좌담회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재한중국동포사회는 과거 수년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었지만, 그 여유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부족과 일확천금의 유혹으로 다단계사업 함정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중국동포들이 올바른 경제관과 창업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노년층이 다단계사업에 쉽게 넘어가는 현상에 대해서는 장기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돈을 벌려고 하다가 노후자금 마저 탕진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조선족연합회 회원들이 진지하게 토론을 펼치는 모습
▶다음은 좌담회에서 오간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사회자(김용필): 먼저 유봉순 회장님이 다단계사업과 관련하여 겪으신 일을 들어보죠.
유봉순(회장): 2002년도에 화장품, 마사지기 등을 파는 다단계회사가 접근해왔어요, 금액으로 보면 상품값이 135만원이라더군요, 저 보고는 옷 한 벌 사주고 그냥 홍보만 해달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다른 곳은 70만원만 넣으면 높은 이자를 준다고 해서 제가 신용카드까지 쓰면서 통장 복사해주고 그런 적이 있었지요, 그때 총무님(진복자)이 끝까지 말려서 70만원만 손해 보고 손을 뗐지요, 그후부터는 다단계사업에는 아예 관심을 안두기로 했습니다.
사회자: 그 후에는 다단계사업자들이 안왔나요?
진복자(총무): 안 오기는요? 다단계 하는 사람들이 단체장이나 단체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끌어들이면 그 단체 회원들이 다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나봐요. 우리에게도 다단계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여러 가지로 유혹을 했어요. 그래서 회원들 중에 다단계사업에 빠져 회원 탈퇴를 하게 되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다단계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잘된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미안하고 챙피해서 다시 우리에게 찾아오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조선족연합회에서도 한때 떠들썩했던 장한평 다단계회사 <나눔의사람들> 유혹에 회원들이 빠져들어 골치아팠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조선족연합회는 다단계사업을 하는 회원은 탈퇴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었지만 당시 연합회 활동에 열심이던 회원 몇 명이 다단계업체인 <나눔의사람들>에 빠져 유봉순회장과 진복자 총무를 설득시키기 위해 무릎까지 꿇어가며 “연합회가 더 잘 될 수 있는 길이니 와서 한번만이라도 설명을 들어봐달라”고 조른 것이다.
이때 조선족연합회 고문을 맡고 있는 남칠성씨 친구도 이 다단계사업에 다니고 있었다. “그 친구가 하도 한번만 와서 설명을 들어보라고 하여 뿌리치지 못하고 가게 되었지요” 남칠성씨의 말을 더 들어보았다.
남칠성(회원): 저는 다단계사업을 하러 갔던 것이 아니라 다단계사업은 안된다는 생각으로 친구를 구해내기 위해 찾아갔던 것이지요, 그때 갔더니 들어가는 문턱부터 이것 저것 검열을 하고, 또 들어가니까 친구 이름도 다른 이름(별명)으로 부르고 각자 각자 자기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거예요, 분위기부터가 이상하더라구요,
거기에서 연합회 회원들도 만났어요. 이들이 날 보고 반가워 하면서 ‘이 사업은 대대손손 잘 살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데, 제가 뭐라해도 도저히 돌이켜지지 않을 사람들이라 생각되어 설명을 듣다못해 밖으로 나오려고 하니까 또 나가지 못하게 막아서고 그러는거 있죠. 겨우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제 생각은 한국사회 다단계사업자들이 조선족을 끌어드리려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려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회자: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 현지 다단계사업에 발을 들여놓아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조선족연합회 회원 중에 그런 사람이 없나요?
유봉순: 2008년도 말에 중국 남녕에 대해서 듣고 알게 되었어요, 그곳에서는 5만6천위안 부동산 투자를 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거예요. 그 밑으로 두 사람 이상을 끌어들이면 급이 더 올라가 돈을 더 번다는 것이지요, 저보고 하는 말이 ‘연변의 누구누구도 와 있더라, 한국에 있는 모 단체 회장도 와 있더라’ 하면서 ‘여기서 뭐하고 있냐’며 ‘함께 남녕에 가자’는 거예요. ‘단체 회원들이 많지 않냐? 그 밑에 회원들을 두면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는데 왜 안하냐?’고, 또 ‘단체를 위해서 하라’는 유혹도 많았어요, 핸드폰으로는 ‘한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바꾼다’는 메시지도 매일 같이 수없이 들어오는 거예요.”
조정률(회원): 몇사람 있었어요. 한 사람은 회원가입 몇 달 안되었는데 갑자기 중국 남녕에 간다는 거예요. 그리고 연락이 두절 되었지요, 그리고 1년 가까이 되어 다시 왔는데 남녕에 아들, 며느리, 며느리 부모들이 들어갔다면서 조선족연합회에 와서는 회장님과 총무님을 설득해 데리고 가려고 한 것이지요,
그 사람은 간병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중국 남녕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어쨌든 잘 되면 좋은 것 아니냐’면서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하다’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다단계사업이 그런 거지요, 조선족이 한국에서 번 돈, 일본에서 번 돈 거기에 다 처넣는 거지요,
진복자:조선족연합회 회원 중에 70세된 분이 있는데, 그 분도 어느날 갑자기 취업이 되었다 면서 쉼터에 아침일찍 와서 홍보하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거예요. 무슨 돈이 있다고 180만원짜리 옷을 매일 갈아입고, 자기 벌어서 3대까지 돈번다. 연변에서 큰 사업할 수 있다면서 자꾸 와서 홍보하길래 회원에서 제명시켰죠.
다단계사업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동포들을 위한 제2의 인생 창업교육과 문화활동이 필요하다. 사진은 재한조선족연합회 회원들이 3.8여성의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단체무(舞)를 연습하고 있는 장면이다.
최근에도 인터넷에서 보고 조선족연합회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교포이며, 이승만대통령 시기에 4번 장관을 지낸 사람의 아들이라 소개하면서 좋은 사업이 있다며 함께 하자고 제안하러 찾아왔다는 것이다. 화장품 관련 네트워크사업이었다. 조선족연합회는 “네트워크”란 말만 들어도 “절대 믿지 못할 것”이라는 관념이 굳어져 있었다.
“저의 둘째 동생은 남방으로 돈 벌러 간다해서 갔는데 몇 번 ‘매부도 와라’ 전화오고는 현재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차비좀 보내달라 해서 보내주기도 했는데요.”
조선족연합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는 이모씨의 사연이다. 중국 해남도에서 한창 다단계사업 열풍이 불었는데 아마 그곳에 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좌담회에 참석한 동포들은 말하였다.
동포들이 한국에 나와서 돈벌이가 힘들면 힘들수록 다단계에 빠지는 현상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나이 들어 힘든 일을 못하게 되면 80%정도가 다단계사업에 쉽게 넘어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동포들이 다단계사업에 더 이상 휘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경제관, 여유돈을 잘 쓸수 있는 안전되고 믿을 수 있는 창업교육, 그리고 노년세대를 위한 여가선용 교육프로그램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재한조선족연합회는 이런 필요성에 따라 자체 마련한 문화활동실을 통하여 동포들을 위한 교육문화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는 마무리 결론을 내었다. [정리=편집국]
▶다단계 업체 이런 유혹 조심하라
-실적이 높으면 정규직으로 취업한다.
(→ 다단계 업체 급여는 결국 가입자 유치 실적. 정기적 보수 받는 정규직일 수 없어)
-투자하면 더 많은 실적 쌓아 주겠다.
(→ 가입비 명목 등으로 돈 강요하면 불법. 이를 피하기 위해 실적 미끼로 투자 유도)
- 판매 물품(스마트폰 등)이 유명 대기업 제품이므로 안심하라.
(→ 물품은 대기업 제품이지만 통신·가입비 등은 본인 부담해야)
-다단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다단계 업체는 합법. 그러나 강제 합숙·금품 강요 등 적발되면 처벌)
@동포세계신문 제265호 2012년 3월 15일 발행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