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
질병은 초기에는
진단이 어렵지만 치료는 쉽고,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진단은 쉬우나 치료가 어려워진다고 해요.
그중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병은
‘외로움’ 입니다.
외로움이 싸여 울분이 되고
고독이란 병에 빠집니다.
지난 2년 동안 중장년 콘텐츠에
10-20대가 열광하는 오디션이
결합된 트롯이
우울한 사회 정서에 불을 댕겼습니다.
마음 둘 데 없는 사람들의 가슴에
트롯의 직설적인 가사들이
화살로 날아가 꽂혔지요.
‘짊어진 삶의 무게에 아파하고,
내 시간도 없이 평생 바쁘게 앞만 보고
걸었다’는 가사가
가슴에 닿으면서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외로움이 없던 이상향은 없었지요.
태초에,
하나님이 자비를 베풀어
아담에게 하와라는 여인을 주신 걸 보면,
사람은 태생이
고독한 존재로 밖에 달리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리그 야구에 전설의 홈런왕이었죠.
22개 시즌 동안
714개의 홈런을 쳤으니까요.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하며 대성공 하지만,
따라붙는 인간의 원초적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늘 감독과 다투고
은퇴 후엔 괴팍한 언행으로
감독 생활마저 단명에 그치더니,
결국 이른 50대 나이에 죽고 말지요.
천재들 중엔
말년이 불우한 예술가가 많습니다.
마음을 아프게 한 작가는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써서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탄
세계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헤밍웨이는
매사 호기심이 깊은데다
겨루어 이기는 걸 좋아했죠.
한 번은 한 호사가가
생뚱한 제안을 했는데도 쾌히 승낙했습니다.
내용인 즉
‘열 자 이내로 내가 공감할 만한 소설을 쓴다면
거금을 사례하겠다’는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겁니다.
헤밍웨이는 그 자리에서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짧은 여섯
단어로된 소설을 남겼습니다.
for sale:baby shoes. never worm
아기신발 팝니다. 한 번도 신은 적 없음
언젠가 다큐멘터리 전문 TV 디스커버리에서
미국에서 가장 멋진
남자를 조사한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강인함, 생명력, 용기, 의지력,
멋 등 5개 항으로 된 채점에서
종합 1위에 오른 사람은
링컨을 제친 헤밍웨이였습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포탄이 쏟아지는 참호에서 부상을 입고도
다친 병사를 구하는 강인함을 보였죠.
아프리카 탐험에서는
추락하는
경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유리를 이마로 깨고 화염 속을 탈출하는
용맹함을 보였습니다.
헤밍웨이는 2차 대전에도 참전했죠.
개인 선박에 포탄을 싣고
독일U보트를 공격하는 애국심을 보였습니다.
잡아 올린 갑판 위의 상어를
총으로 쏘려다
총알이 튕겨 자신의 다리에 맞자 기관총을 들고 나와
무차별로 난사해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기도 했지요.
얼핏 보면
세기의 문호답게
엄청난 명예와 재물 등을 두루 거머쥔
성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강한 개성 탓에
늙음을 부정하고
노인으로
취급받는 것을 모욕으로 여겼지요.
패기에 넘친 그는
아프리카를 돌며 사냥을 즐겼고,
며칠씩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바다 낚시에
빠지기도 했어요.
'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처럼
대어를 낚는데 성공하지만,
육지로 올리는 데는 실패합니다.
필사의 노력 끝에
뼈대만 앙상한 물고기를 끌어 올린 노인은 이렇게
자신을 위로합니다.
“인생은
스스로 패배하지 않는다.
죽어갈지언정.”
하지만 그의 인생은
명성과는 반대로 아픈 삶을 살았습니다. 4번의
결혼에 3번 이혼할 만큼 결혼생활도 순탄하지 못했지요.
말년에는
의지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납니다.
친한 친구 윌리엄 예이츠, 스콧 피츠제럴드,
제임스 조이스 등이 차례로 죽고,
낚시와 사냥의 ‘절친’이던 편집자 맥스 파킨스마저
세상을 뜨자
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헤밍웨이는
정신과 육체가 다른 속도로 쇠퇴한다는 걸 몰랐을까?
불운은 계속해 이어졌어요.
비행기 추락으로 얻은 부상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침대에 눕게 되자,
자신의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의 나이 62세에.
헤밍웨이는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어도,
보이지 않는 것을 갖지 못했어요.
결국 외톨이가 되고
의지할 곳을 잃으면서도
인간의 원초적 외로움과
허무의 강 너머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인생은 누구나
석양을 등에 지는 때가 옵니다.
사랑했던 가족, 친구,
좋아했던 세상 일까지 다 내 곁을 떠난 뒤
나홀로 그림자 길게 드리고
휘적휘적 길을 갈 때가 옵니다.
그때 내가
무엇을 의지할 수 있을까?
어디에 희망을 둘 수 있을까?
그것을 고민하고 찾는 일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뿐이지요.
답은
"내가 사는 오늘에 있으니까!" ※※※※※
(이 관 순/소 설 가)
출처:김일진 동기 카톡방 게재('22.10.7)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