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기억하기 작업은 그 본질을 알고보면 인간적이라기보다 동물적 측면이 굉장히 강합니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것은 트라우마로 남기게 됩니다. 트라우마로 인한 공포감정 기전을 보면 교통사고 후 인간은 자동차를 무서워하게 되지만 동물은 사고난 바로 그 장소에 대해 공포감을 갖게 됩니다.
특정장소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사건이 있었느냐에 따라 그 장소에 가면 유사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동물적 방식입니다. 이런 비슷한 성향을 우리 아이들이 보이곤 하는데 그래서 처음 갔던 장소에서의 했던 행동은 그대로 반복패턴화되기에 첫행동은 참 중요합니다.
리틀준이가 처음 저랑 있게 된 날, 진작에 예약해놓았던 풀빌라펜션 여행계획이 있던 날이라 그야말로 첫날부터 신나는 물놀이로 시작했는데, 결국 그 펜션관리인에게 욕만 바가지로 먹고 끝났습니다. 리틀준이가 풀장에 질펀하게 대변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가평에 있던 풀빌라에서도 이틀째 되는 날 대변을 싸놓아서 제가 청소해보려 노력했지만 아예 수영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 때는 완이가 싼 줄 오해했지만 결국 범인은 리틀준이였죠. 그리고 세번째 가성비끝내주는 가평의 풀빌라에서도 대변때문에 물을 다 빼야해서 결국 2박3일 물 한풀이가 겨우 1일 수영으로 마감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 풀빌라에 자주 오려던 계획은 완전 물거품이 되어버렸죠.
이쯤되면 풀빌라는 접어야하는 시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풀빌라가 아니라 스파욕탕쪽으로 방향을 바꿔 다시한번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물에 넣어놓은지 얼마 안되서 물은 그만 바로 똥물이 되어버렸습니다.
풀장과 달리 스파욕탕은 바로 물을 빼버릴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똥물 빼내고 욕조닦아내고... 참 경험하고싶지 않은 경험입니다. 물자극 욕구는 덜어내지 않으면 다른 유용한 감각정보 유입이 계속 차단됩니다. 물자극 욕구에 대한 갈증을 단시간내 풀어내는 것이 어찌보면 두 녀석의 단기교육의 중요한 첫단추일 수 밖에 없는데요, 속상하고 안타낍습니다.
한 녀석은 계속 물 속에 변을 싸놓고 한 녀석은 그토록 밝히는 물을 눈 앞에 두고도 그야말로 멍석을 깔아주어도 감히 들어가지도 못하니, 열 살을 넘겨버린 두 녀석들의 굳은 머리를 개조해가는 것은 가끔 회의를 진하게 동반하곤 합니다. 4시에 입실해 벌써 9시가 되었는데도 완이는 욕조근처만 배회할 뿐 아직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늘 그렇듯 준이녀석도 물있는 곳에 오면 첫 날은 기본이 8시간이니 오늘도 두고볼 일입니다. 특정 장소에서의 첫 날 경험은 이렇게 고집스런 반복패턴으로 고정되곤 해서 이걸 극복하는 길은 비슷한 환경과의 단절을 당분간 해야된다는 것입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물에 넣어주는 건 당분간 쉬어야 할 듯 합니다. 태균이 키우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고 할 때 기분편치않은 이런 류의 패턴이 늘 만들어지곤 해서 왕짜증 혹은 마구 포기하고픈 신세한탄에 사로잡히곤 했었는데, 오늘 딱 그런 기분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때로 불행하다는 느낌을 떨치기가 어렵죠.
똥은 더러운것, 자기가 몸담고 있는 물 속에 싸면 안된다는 것, 그 물을 입에 머금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임에도 이걸 알려줄 방도가 없습니다. 무작정 혼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설명한다고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두면 똥물에서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놀 것이고...
제가 겪었던 최악의 10대 중반 아이에 대한 기억. 늘 집 밖으로 나가려고 돌발탈출을 시도하거나 폭력을 쓰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집어던지거나 이런 류의 행동이 습관화된 아이인데 한번은 자기방에서 너무 조용해서 이상한 기분에 살짝 들여다 보았더니 경악할만한 장면이... 똥을 싸서는 그 똥을 마치 점토다루듯 그렇게 동그랗게 굴리며 놀고있는데...
그 아이랑 있는 보름동안 별의별 일을 겪었지만 마지막 사건은 저로써도 충격이었고, 물자극을 몹시 원하던 녀석이기에 저도 한참 씻기도 않고 버텼는데요
아이들마다 비상한 점들이 있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것을 얻어내기 위한 절차를 잘 알고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녀석에게 똥놀이는 물세례를 충분히 받게되는 계기가 되니 이렇게 극단적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1시간 이상을 버티며 씻겨주지 않았지만 끝까지 버틸 수도 없는 사안이라 결국 녀석이 원하는대로 물세례를 퍼부을 수 밖에 없습니다.
거쳐가는 과정마다 이렇게 부딪쳐야 하는 인간이하의 상황들이 참 가슴아픕니다. 수 많은 부모님들이 피눈물을 삼키며 이런 상황들을 감내해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일요일, 어떤 아이부모님을 상담해주다보니... 이런 비인간적 행동패턴의 상습화에는 발달장애 전문가들의 비전문성도 한몫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열 살을 넘기는 녀석이 빨대로 음료마시는 것조차 안되는 수준인데 이런 녀석을 데리고 언어인지 가르친 세월이 얼마나 길었겠는지요. 그들이 무수히 했던 분석들과 과정설명들이 얼마나 엉터리였을까요?
결코 만회될 수 없는 엉터리들이라 아이들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렇게 그렇게 인간의 기초과정을 상실해가게 됩니다. 열 살이 넘으면 아이들마다 굳어진 비인간적 행동패턴에 맞서야 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들을 해주어야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집니다. 이제는 아이가 좀더 어릴 때 조치되어야 하는 것들이 통일되어야 하는 때가 아닌지???
오늘 오 만가지 회의 속에서 이래저래 속을 끓여봅니다. 제가 마음편하지 않으면 태균이도 그대로 드러내기에 힘들더라도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국사봉가는 길에는 저와 태균이를 그대로 형상화한 나무가 있어 저는 그 나무를 우리나무라고 칭하곤 합니다...
첫댓글 대표님 고생 많으십니다. 힘내세요.
정말 너무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무쪼록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글을 읽기가 힘들정도로 애쓰심이 전달됩니다.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발달장애애들은 수백번ㆍ수천번 가르쳐야 되는데ᆢ 글 읽으니 더욱더 대표님의 마음을 알것 같군요ㆍ대부분 지능도 낮은 부분이 많다보니 더욱더 힘드시리라 그마음 이해됩니다.부디 건강챙기시면서 봄꽃들보며 조금 쉼'하심도 도움 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힘내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