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정상을 오르는 능선에 노란 두메양귀비와 분홍
바위구절초가 피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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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메양귀비는 양귀비과에 속하는 여러해 살이 풀입니다.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만 분포하는 이 두메양귀비는 칠월이 오면 백두산의 척박한 대지 위로
싹을 내밉니다. 온통 부석한 털로 뒤덮인 흰빛을 띤 녹색의 잎들이 뿌리 주변에서
동그랗게 둘러가며 자라고 몇 포기가 무리를 이룹니다.
유난히 햇살이 따가운 어느 칠월의 하루가 지나면 동그랗게 둘러싼 잎 사이에서
꽃대가 쑥 올라옵니다. 이 꽃대는 두세개가 함께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올라온 백록색의 꽃대도 온통 털이 나 있습니다. 꽃봉오리말고는 이 식물의 온 몸에
나있는 털을 만져보면 생각보다는 부드럽습니다.
보기 힘든 흰두메양귀비가 백두산 천문봉 근처에
피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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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루 끝에 하나씩 매달린 꽃봉오리가 복주머니처럼 동그랗게 열리면서 꽃으로
피어납니다. 주름진 꽃잎 네개가 마주 보고 있는데 서로 바라보고 있는 꽃잎 두장이 옆의 꽃잎 두장보다는 좀더 큽니다. 작은 물결 무늬를 만드는 병아리색 꽃잎
끝이 아주 예뻐서 좀더 가까이 바라보면 그 표면에는 결코 천박하지 않은 약간의
광택이 있습니다. 꽃의 크기는 이 센티미터가 조금 넘습니다. 꽃잎이 활짝 벌어지면 그 사이로 수많은 수술이 드러납니다. 꽃잎보다 색이 연한 수술대가 동그랗고
작은 원을 몇겹으로 만들며 서 있고 그 위로 샛노란 꽃가루주머니가 달려 있습니다. 수술을 헤치며 들어가면 그 안엔 항아리처럼 동그란 암술이 십자 모양의 암술머리를 모자처럼 머리에 얹고 서 있습니다. 그도 온통 노란색입니다. 몸체에 비해
다소 큰 꽃을 꽃자루에 받쳐 주는 부분에는 꽃받침이 두장 있습니다. 타원꼴 녹색
꽃받침잎의 표면에는 갈색 털이 가득하며 꽃잎보다도 일찍 떨어져 버리는 특색을
가집니다.
두메양귀비의 백록색 잎은 민들레처럼 꽃자루에 달리지 않고 뿌리 주변에 서른장쯤 잎이 달립니다. 잎들은 퍼진 털이 가득하고 길이가 오 센티미터쯤 되는데 심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한번 또는 세번 불규칙하게 갈라진 잎의 끝은 둔한 편입니다. 때때로 전혀 갈라지지 않은 잎도 볼 수 있습니다.
노랑 두메양귀비...잎은 네장이고 암술은 하나인데 그
생김새가 십자 모양의 모자를 머리에 얹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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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나 잎은 꺾으면 하얀색 유액이 나옵니다. 꽃이나 열매를 매달고 있는 줄기는
구불구불하고 할미꽃처럼 휘어져 있습니다. 구월이 되어 첫눈이 오기 전에 서둘러 맺는 열매는 마치 콩나물을 세워 놓은 듯합니다. 수분을 잃어 마른 꽃자루에
매달린 이 열매 또한 털이 가득 나 있습니다. 열매가 성숙하면 열매 위로 구멍이
벌어지는데 그 속엔 종자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이 종자로 번식하게 됩니다. 뿌리는 땅속에 살아서 기나긴 겨울을 나는데 약 한자 깊이로 곧게 들어가는 뿌리의
두께는 일 센티미터나 됩니다. 그래서 모진 바람과 심한 건조에도 견딜 수 있는
듯 합니다.
개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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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 하나는 중국 당나라 현종의 아내입니다. 절세의 풍만한 미인인데다가 가무가 뛰어나고 총명한 미인이었다고 합니다.
양씨 성을 가진 귀비여서 양귀비라고 하였습니다. 꽃의 모양이 너무 아름다워 꽃에 이 미인의 이름을 붙여 놓은 듯 합니다. 이 아름다운 꽃에서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아편이 만들어짐은 양귀비의 미색에 빠져 국사를 멀리한 당현종의 말로와
함께 엮어져 혼탁한 현대의 사회에서 수 많은 유혹을 접하며 지내는 우리들에게
좋은 깨우침을 줍니다. 그러나 두메산골, 우리민족의 정기를 담고 있는 백두산의
자락에서 자라고 있고 그래서 학명도 "파파버 코레아나"라고 하여 우리나라의 특산 식물임을 자랑스럽게 명시하고 있는 두메양귀비는 소박한 산골 미인처럼 그
화려함이 결코 현란하지 않으며 그 아름다움에 빠져도 해가 되지 않습니다.
꽃잎이 여러 갈래진 양귀비
원예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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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과에는 이십팔속 이백오십몇종이 있고, 양귀비속에는 백가지 남짓한 종이
있는데 거개가 북반구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두메양귀비말고도 흰양귀비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또 도입된 양귀비와 개양귀비를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게다가 백두산에만 자라는 두메양귀비 가운데는 아주 드물게 흰 꽃이 피는 것도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흰두메양귀비라고 부르지만 식물도감에 따로 이름이 등록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흰양귀비는 우리 국토의 최북단 웅기와 두만강 유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두메양귀비에 비해 키가 크며(오십 센티미터), 털이 있으나 두메양귀비처럼 많지 않고 유월이 되면 커다란 흰색 꽃을 피웁니다. 잎도 두메양귀비보다 좀더 크고 깊게
갈라져 있습니다.
양귀비 원예종입니다. 두메양귀비와는 달리 수술이 검은
게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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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양귀비는 유럽에서 들어온 관상용 꽃입니다. 붉은 꽃말고도 여러 가지 색의 꽃이 피는 다양한 품종이 있으며 오월에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꽃봉오리가 개화와 함께 머리를 들며 그때를 맞추어 꽃받침이 떨어져 버립니다.
잎은 결각이 심해 잎자루에 닿을 만큼 갈라집니다. 꽃자루를 얼싸안고 있는 잎의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습니다.
익지 않은 양귀비의 열매에 상처를 내면 흰 유액이 나오는데 이를 채취하여 말리면 아편이 됩니다. 본래는 진통, 지사, 진정 들에 좋은 약용 식물이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습관성의 약물이 되고 중독 현상이 일어나므로 아주 위험합니다.
두메양귀비와 바위구절초와 씨준범꼬리... 노랑
두메양귀비 뒤에 피어난 꽃이 씨준범꼬리입니다 이 세 종은 백두산 정상에서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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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는 지중해 지방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약용이나 관상용으로도 심으나 아편을 만드는 데에 쓰이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재배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름 앞에 "두메"라는 두 글자가 붙은 식물은 두메고들빼기, 두메김의털, 두메대극, 두메바늘꽃, 두메양귀비, 두메자운, 두메분취, 두메투구꽃 해서 스물다섯종이나 되며 거개가 백두산의 특산 식물로 우리들이 좀처럼 볼 수 없는 귀한 꽃들입니다. 이런 식물들을 자유롭게 찾아가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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