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34 높이 54 폭 8cm으로 꽤 몸집이 큰 문양석입니다.
하늘에 흰구름이 무심히 흘러가는 듯 하여 구름석이라 이름지었습니다.
에밀레종의 비천상과 보상당초 무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돌속 꽃구름 안으로 들어가 명상 혹은 공상하게 됩니다.
한때 나의 생활을 붙박이장에 비유하였습니다.
멀리 떠나지도 못하고 새로운 활동도 없으면서 늘 틀에 박힌 라이프 사이클만 반복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 놀라운 일이 생겨납니다.
매일 밤 붙박이 서랍장을 열면 앨리스의 동굴이 나타나고
동굴 안은 매직과 판타지의 신세계입니다.
비록 밤이 지나면 일상의 세계에 시계바늘처럼 정렬한다 해도
앨리스 동굴이 내장된 벽장시계는 중심이 없이 자전과 공전을 합니다.
그러므로 반복과 이탈, 되풀이를 하는 론도와 변주곡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창조가 프랙탈처럼 펼쳐집니다.
나의 시선은 늘 날 것이고 나의 생각은 신상입니다.
나의 붙박이장은 문짝안 동굴 속을 비행하면서 외연의 순간에 스스로 영원해집니다.
꿈은 더 이상 일상의 은유나 반추, 무의식의 외출이 아닙니다.
꿈속의 세계는 치밀한 픽셀과 정교한 스토리로 꾸며져 있어 (비록 깨어나면 다 바래져버려도) 도저히 나에게서 나온 픽션같지 않습니다.
매일 붙박이장 안 꿈의 세계로 흠뻑쑈를 합니다.
"김빼기님, 진료실에 들어가세요."
수부의 김간호가 환자를 부릅니다.
그래, 이제 구름석 앞 몽상이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