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한효주)가 마침내 왕자를 낳았습니다. 지난 주 회임 소식이 전해지며 축제 무드에 접어들더니 어느새 출산을 해서 아기를 품에 안았습니다. 회임 기간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긴 합니다만.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어 재미 차원에서 점수를 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다른 이야기 거리가 없는 시기의 1년이 '훅'하고 지나가 버렸으니까요.
숙종(지진희)은 동이가 낳은 아들을 금지옥엽처럼 예뻐라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위기감을 느낄 인물은 당연히 장희빈(이소연)이겠죠. 장희빈은 세자의 어미라는 이유 덕분에 궁에서 축출되지 않고 희빈 자리나마 지켰습니다. 그런 장희빈에게 동이의 아들, 즉 세자의 동생은 두려운 적이 됩니다. 장희빈 입장에선 반격을 위한 무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일단 2일 방송에서 동이가 왕자를 낳으면서 숙종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소개됐습니다. 안 그래도 숙종이 동이를 총애하는데 아들까지 사랑 받으니 동이의 위세는 더욱 높아질 분위기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기대대로 되진 않죠. 하물며 드라마에선 기대에 어긋난 반전이 필수입니다. 동이의 왕자 출산이 결코 경사로 끝날 수 없음을 예상하게 합니다.
어쩌면 동이의 출산은 경사가 아닌 비극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역사상으로도 그렇고, 드라마 상에서도 짐작케 하죠. 물론 '동이'는 실제 역사와 많이 다르게 가고 있습니다만. 이병훈 PD는 역사의 큰 틀을 훼손하는 분이 아니기에, 역사에 근거해 드라마 전개를 미루어 예상해볼 수는 있습니다.
우선 실제 역사를 돌아보겠습니다. 우선 동이의 출산은 인현왕후(박하선) 복위 이후 이뤄진 일은 아니었습니다. 동이는 장옥정이 중전이던 시절에 회임했고 출산했습니다. 첫아들은 영수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후 2개월여 만에 죽은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장옥정이 중전으로 위세를 떨칠 때 태어나고 죽은 것으로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와서. 극중에서 동이의 회임은 인현왕후 복위 이후입니다. 인현왕후로부터 종4품 숙원 품위를 받고 회임 사실까지 알게 되는 등 경사를 맞이합니다. 실제 역사상으로 동이는 인현왕후 복위 이후 둘째 아들인 연잉군(훗날 영조)을 출산합니다. 일단 극중 동이의 아들이 누구인지 생각할 여지가 있겠죠. 영수인지, 연잉군인지 말입니다.
극의 흐름으로 볼 때 이번에 태어난 동이의 아들은 첫아들 영수로 보는 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장희빈의 패거리들이 저주와 비방을 하는 모습이 소개된 것을 놓고 볼 때, 동이의 아들은 안타깝게 얼마 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영수로 예상됩니다. 동이에겐 엄청난 비극이 아닐 수 없겠죠. 첫 아들을 잃은 슬픔은 세상 어떤 비극과도 견주기 힘들 겁니다.
자체로도 엄청난 비극이지만, 동이에겐 더 큰 우려 요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계를 활용한 장희빈의 역습이죠. 극중에서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실제 역사상으로 장희빈은 동이를 향한 공격보다 인현왕후를 타깃으로 계략을 꾸밉니다만. 드라마에서 장희빈은 일단 칼끝을 동이에게 향합니다. 동이의 아들로 인해 세자의 지위가 흔들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겠죠.
결과적으로 극중에서 동이는 장희빈의 역습에 시련을 겪으면서 아들마저 잃게 되니 이루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비극을 맞게 되는 셈입니다. 장희빈의 역습에 맞서기 위해선 적지 않은 희생이 요구될 듯합니다. 아무래도 주위의 소중한 사람 하나가 몸을 던져 막아야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누가 어떤 희생을 할 지 모르겠지만 동이에겐 또하나의 비극이 되겠죠.
그래도 동이에겐 든든한 후원 세력이 있습니다. 숙종과 인현왕후입니다. 하지만 궁궐 여인들 사이에선 세력과 위세를 둘러싼 암투가 있기 마련입니다. 인현왕후가 아무리 동이를 아낀다 해도, 왕자를 출산해 숙종의 총애를 받는 동이에 대한 견제 심리를 배제할 순 없을 겁니다. 동이와 인현왕후 사이에서도 묘한 신경전의 기류가 흐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동이는 아들 영수의 출산으로 인해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을 겁니다. 역사의 기록을 볼 때 동이는 영수의 죽음 이후 곧바로 둘째아들 영잉군을 회임하고 출산하지만 그다지 평탄하게 지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숙종으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긴 했지만 내명부에서 웃어른으로 인정받진 못했거든요.
몇년이 지난 뒤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죽지만 동이는 종2품 숙의 이상으로 올라서진 못하거든요. 인현왕후가 남긴 내명부 견제 장치 때문에 동이는 숙종의 둘째 아들의 어머니임에도 중전이 되지 못합니다. 숙종보다 2년 먼저 세상을 뜨게 됩니다. 아들 연잉군은 이복형인 경종이 제위 4년 만에 세상을 등진 덕분에 영조로 즉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이가 살아 있을 때 연잉군은 왕위 계승 서열에서 2인자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권력 경쟁에서 가장 극심한 견제의 대상이었습니다. 경종이 병약한 덕분에 섭정을 할 수 있었고, 경종이 후사 없이 요절하면서 왕위를 계승할 수 있긴 했지만요.
동이는 살아 있는 동안에는 권력 경쟁에 치이는 아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남편인 숙종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긴 했지만, 어머니 마음에선 자신의 명예와 영달보다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겠죠.